(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가을날/릴케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8. 23:03
가을날/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해주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베풀어

과일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나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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