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3.토.
35년 전
나는 광주에서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서울역에 진짜 촌놈으로 떨어졌었다.
그 때의 기차는 증기기관차, 광주에서 서울이 10시간도 넘게 걸렸었다.
처음 서울에 온 촌놈은 영하 10도의 새벽임에도 추운 줄을 몰랐었다.
오늘의 서울역은 최신식 건물로 새롭게 단장하여 옛모습은 간데 없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게 또다시 날 '촌놈'으로 만들려 하였다.
'만물은 유전한다'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세월은 벌써 또 흘러흘러서 내 머리는 하얗게 세월의 눈이 내렸고,
아들을 만들어 고향에 인사를 가게 되었다.
그 날의 촌놈이 이제는 촌놈이 아닌듯 뻣뻣하게 서울역에 다시 나왔다.
돌고 도는 인생,
세월따라 흐르고 우리의 인생도 흐르고,
생각따라 별의 별 인생이 있으니 또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
11월 13일 토요일,
9시 35분발 광주행 KTX,
아직 1 시간여가 남아 있다.
아들이 이끄는 대로 커피숍을 찾아들어 갔는데 '카페파스구치'
이곳에도 미국의 '스타벅스'같은 커피숍이 들어왔구나 했더니 '카페파스구치'는 국산상표라 한다.
''그렇지, 단순하게 먹는 것까지 웃돈을 퍼주며 미국것을 흉내내 먹을 일이 아니지,
비슷하게 모양을 맞추고 우리식으로 우리형편에 맞게 맞추어 먹으면 좀 좋아''
'카페파스구치'는 잘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이눔아 왜 이렇게 일을 했다냐, 잉?'
'돈이 3 만원이면 쌀이 얼만데........'
우리 앞 좌석의 노부모님은 목소리를 높이면서 젊은 아들부부를 나무라고 계셨다.
승무원을 불러서 일반석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지만 그게 될 일인가.
일반석이나 특실이나 특별히 다른 것도 없으면서 똑같은 시간에 광주까지 데려다 주는데
왜 쓸데없이 돈을 더 주고 타게 하느냐고 아들부부를 못마땅해 하시는 듯 하였다.
신혼인 듯한 아들부부는 이럴 때 특실 한 번 모처럼 모시는 것이니 편안하게 가시라 하였다고 노부모님을 설득하고 있었다.
'아, 자넨가? 날세, 나. 지금 서울인데 나 KTX 특실타고 내려가네'
'아, 글쎄 며눌애가 일반석도 아니고 특실을 끊었구만, 요즘애들은 돈 아까운줄을 모른당께말시'
아들부부를 나무라는 듯 하면서도 은근히 자랑하고 계시는 듯하였다.
비슷한 통화를 이후로도 몇 군데 더 하고 나서야 우리의 앞좌석은 조용하였다,
자식이 무엇인지,
자식이 끊어준 '특실'KTX가 그렇게 좋으신지,
자식이 잘한다고 그 자랑을 더 못하는 것이 다만 안타까울 뿐
노부모는 내내 마음이 푼하고 흐뭇하였을 것이었다.
너무나 빨리 달리는 KTX가 어쩌면 아쉬웠을지 모를 일이었다.
천천히 달리면서 이 훈훈함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을 터이니까.
'짜식, 벌써 자나? 왜 눈을 감고 있지?'
우리집 사람은 형민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
그러나 녀석은 눈을 감고 아무런 기척을 하지 않았다.
녀석이 앞좌석의 시끄러운 자초지종 내용을 알아 나중에 우리들에게도 그렇게 해주었으면 싶은 모양이었다.
우리집 사람의 꿈이 엉뚱한 것인지 또 좋은 일인지 아닌지 모를 일이었다.
지난번 일본으로 땡땡이 가면서 추석성묘를 못하고,
큰놈 중간고사가 끝나면 어느 좋은 날 택하여 늦은 성묘 겸 군제대 인사 겸 친가 외가 양가에 인사 가기로 하였었다.
좀처럼 우리 식구 모두의 일정이 잘 맞지 않다가 이번 주말이 맞아 떨어졌다.
KTX가 어떤지 이번에 경험하기로 하고 예약을 들어가니 너무 촉박하여 일반석은 매진,
할 수 없이 돈을 더 주고 특실을 이용하게 되었었는데.....
어느 늙은 부모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은근히 우리들 마음속도 어느덧 그 늙은 부모의 마음과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5년 전
나는 광주에서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서울역에 진짜 촌놈으로 떨어졌었다.
그 때의 기차는 증기기관차, 광주에서 서울이 10시간도 넘게 걸렸었다.
처음 서울에 온 촌놈은 영하 10도의 새벽임에도 추운 줄을 몰랐었다.
오늘의 서울역은 최신식 건물로 새롭게 단장하여 옛모습은 간데 없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게 또다시 날 '촌놈'으로 만들려 하였다.
'만물은 유전한다'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세월은 벌써 또 흘러흘러서 내 머리는 하얗게 세월의 눈이 내렸고,
아들을 만들어 고향에 인사를 가게 되었다.
그 날의 촌놈이 이제는 촌놈이 아닌듯 뻣뻣하게 서울역에 다시 나왔다.
돌고 도는 인생,
세월따라 흐르고 우리의 인생도 흐르고,
생각따라 별의 별 인생이 있으니 또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
11월 13일 토요일,
9시 35분발 광주행 KTX,
아직 1 시간여가 남아 있다.
아들이 이끄는 대로 커피숍을 찾아들어 갔는데 '카페파스구치'
이곳에도 미국의 '스타벅스'같은 커피숍이 들어왔구나 했더니 '카페파스구치'는 국산상표라 한다.
''그렇지, 단순하게 먹는 것까지 웃돈을 퍼주며 미국것을 흉내내 먹을 일이 아니지,
비슷하게 모양을 맞추고 우리식으로 우리형편에 맞게 맞추어 먹으면 좀 좋아''
'카페파스구치'는 잘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이눔아 왜 이렇게 일을 했다냐, 잉?'
'돈이 3 만원이면 쌀이 얼만데........'
우리 앞 좌석의 노부모님은 목소리를 높이면서 젊은 아들부부를 나무라고 계셨다.
승무원을 불러서 일반석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지만 그게 될 일인가.
일반석이나 특실이나 특별히 다른 것도 없으면서 똑같은 시간에 광주까지 데려다 주는데
왜 쓸데없이 돈을 더 주고 타게 하느냐고 아들부부를 못마땅해 하시는 듯 하였다.
신혼인 듯한 아들부부는 이럴 때 특실 한 번 모처럼 모시는 것이니 편안하게 가시라 하였다고 노부모님을 설득하고 있었다.
'아, 자넨가? 날세, 나. 지금 서울인데 나 KTX 특실타고 내려가네'
'아, 글쎄 며눌애가 일반석도 아니고 특실을 끊었구만, 요즘애들은 돈 아까운줄을 모른당께말시'
아들부부를 나무라는 듯 하면서도 은근히 자랑하고 계시는 듯하였다.
비슷한 통화를 이후로도 몇 군데 더 하고 나서야 우리의 앞좌석은 조용하였다,
자식이 무엇인지,
자식이 끊어준 '특실'KTX가 그렇게 좋으신지,
자식이 잘한다고 그 자랑을 더 못하는 것이 다만 안타까울 뿐
노부모는 내내 마음이 푼하고 흐뭇하였을 것이었다.
너무나 빨리 달리는 KTX가 어쩌면 아쉬웠을지 모를 일이었다.
천천히 달리면서 이 훈훈함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을 터이니까.
'짜식, 벌써 자나? 왜 눈을 감고 있지?'
우리집 사람은 형민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
그러나 녀석은 눈을 감고 아무런 기척을 하지 않았다.
녀석이 앞좌석의 시끄러운 자초지종 내용을 알아 나중에 우리들에게도 그렇게 해주었으면 싶은 모양이었다.
우리집 사람의 꿈이 엉뚱한 것인지 또 좋은 일인지 아닌지 모를 일이었다.
지난번 일본으로 땡땡이 가면서 추석성묘를 못하고,
큰놈 중간고사가 끝나면 어느 좋은 날 택하여 늦은 성묘 겸 군제대 인사 겸 친가 외가 양가에 인사 가기로 하였었다.
좀처럼 우리 식구 모두의 일정이 잘 맞지 않다가 이번 주말이 맞아 떨어졌다.
KTX가 어떤지 이번에 경험하기로 하고 예약을 들어가니 너무 촉박하여 일반석은 매진,
할 수 없이 돈을 더 주고 특실을 이용하게 되었었는데.....
어느 늙은 부모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은근히 우리들 마음속도 어느덧 그 늙은 부모의 마음과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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