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16.목.오전 비 그리고 맑음.
팔불출1
'어, 또 오셨네요?'
'여권 또 잃어버리셨어요?'
송파구청의 그 담당직원은 한 달여 전 때쓰듯 부탁했던 나의 여권재발급을 기억하고 있엇다.
'아니, 그러니깐,,,, 내 일이 아니고 우리 아들놈 여권발급 때문에..........'
'우리 가족이 이번에 일본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비자발급을 하려고 하니, 글쎄 아들놈 여권이 단수여서,,,,,,,,,,,새로 여권을 급하게 발급받아야겠기에..........'
나는 버벅거리며 간신히 상황을 설명하였다.
잘 준비되지 않거나, 어설픈 부탁을 해야할 땐 보통 난 버벅거리곤 한다.
똑바로 눈을 보며 제대로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오늘도 신세대 젊은 창구직원에게 진땀을 빼며 어려운 상황을 연출하는데 진력을 다했다.
'이리 주세요. 병역을 마쳤으니 신원조회 결과만 확인되면, 가능한 한 빨리 발급해드릴께요.'
'언제까지 해드리면 되나요?'
---‘21일...........’
'20일 오후에 오세요.'
여행사가 21일 오전에 비자 신청한다고 하였으니, 가까스로 그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되어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원칙대로 하면 신청 후 7일내 처리해주면 그만인데, 민원인의 사정을 감안하여 주요사항이 확인되면 재량권으로 빨리도 처리해주는 모양이었다.
옛날 같으면 이럴 때 급행료라는 명목으로 민원인의 아프고 급한 사정을 악용하여 나쁜짓들을 해왔으리라.
오늘은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한번 그 담당여직원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소위 도시적 아름다움이나 메스컴적 뛰어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다부지고 꿋꿋한 분위기의 당당함이 들어 보였다.
당당한 아름다움이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왜 엉뚱하게 그 순간, 조지훈의 ‘승무’가 떠올랐을까?
그녀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많은 현실적 고뇌를 얼굴 속으로 감추고 당당하게 일하는 모습이,
마치 박사고깔에 현실을 감추고 이겨내는, 나비로 날아다니는 것과 같게 보였다.
비약도 한참 비약이었지만,
우리나라 좋은 나라,
당당한 젊은 공무원들이 창구를 맡고 있는 한 우리나라 건강한 나라,
만만세.
한편 우리 잘난 아들놈은 어떠한가?
어젯밤 일본 비자신청을 해야하니 여권과 사진을 내놓으라 하였더니,
'단수여권인데요.'
짤막한 대답만 돌아왔다.
지난번 여권을 낸다고 했을 때,
이제야 이놈이 애비 말을 따라 ‘큰 곳’ 미국을 보러 가려나보다 속으로 좋아했었는데,
그게 아니고 친구들과 홍콩만 가는 단순 여행용이었고,
돈을 아낀다고 복수여권 45,000원 대신 단수여권 15,000원으로 끝낸 것이었다.
그 다음은 내 알 바 아니지롱, 하였을 것이었다.
'아니 이 녀석이 지금..........'
여행일정을 다잡아놓고 마지막 비자신청을 들어가는데 한다는 말이, '단수여권'이라니...
그럼 며칠 전 ‘일본여행’ 확정됐어요? 라고는 왜 물어보았단 말인가?
'그럼 당장 내일 구청에 가서 여권발급 받아라.' 하였더니, '내일 예비군인대요...........'
‘아빠, 송파구청이 제일 빨리 처리해준대요, 본인이 못 가면 가족이 가야 빠르대요.’
그래도 주워들은 것은 있는지 중얼중얼거렸다.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회사직원이었으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
그러나 달리 뾰쪽한 수가 보이지 않으니 비상하게 처리할 수밖에, 내일.
----할 수 없이 애비된 죄로 부랴부랴, 남을 시키지도 못하고, 비 사이를 뚫고 아침 일찍
송파구청으로 달려간 오늘의 사연이었습니다.
잘난 아들을 둔 값이 이렇게 되돌아올 줄 누가 알았나요.
우리 때는 모든 일을 자신이 알아서 하는 것인데 요즘의 아이들은 아니 이놈의 아들넘은 그렇지 못하니 어찌하겠습니까, 팔불출 아비가 받아야지요.
팔불출1
'어, 또 오셨네요?'
'여권 또 잃어버리셨어요?'
송파구청의 그 담당직원은 한 달여 전 때쓰듯 부탁했던 나의 여권재발급을 기억하고 있엇다.
'아니, 그러니깐,,,, 내 일이 아니고 우리 아들놈 여권발급 때문에..........'
'우리 가족이 이번에 일본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비자발급을 하려고 하니, 글쎄 아들놈 여권이 단수여서,,,,,,,,,,,새로 여권을 급하게 발급받아야겠기에..........'
나는 버벅거리며 간신히 상황을 설명하였다.
잘 준비되지 않거나, 어설픈 부탁을 해야할 땐 보통 난 버벅거리곤 한다.
똑바로 눈을 보며 제대로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오늘도 신세대 젊은 창구직원에게 진땀을 빼며 어려운 상황을 연출하는데 진력을 다했다.
'이리 주세요. 병역을 마쳤으니 신원조회 결과만 확인되면, 가능한 한 빨리 발급해드릴께요.'
'언제까지 해드리면 되나요?'
---‘21일...........’
'20일 오후에 오세요.'
여행사가 21일 오전에 비자 신청한다고 하였으니, 가까스로 그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되어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원칙대로 하면 신청 후 7일내 처리해주면 그만인데, 민원인의 사정을 감안하여 주요사항이 확인되면 재량권으로 빨리도 처리해주는 모양이었다.
옛날 같으면 이럴 때 급행료라는 명목으로 민원인의 아프고 급한 사정을 악용하여 나쁜짓들을 해왔으리라.
오늘은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한번 그 담당여직원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소위 도시적 아름다움이나 메스컴적 뛰어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다부지고 꿋꿋한 분위기의 당당함이 들어 보였다.
당당한 아름다움이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왜 엉뚱하게 그 순간, 조지훈의 ‘승무’가 떠올랐을까?
그녀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많은 현실적 고뇌를 얼굴 속으로 감추고 당당하게 일하는 모습이,
마치 박사고깔에 현실을 감추고 이겨내는, 나비로 날아다니는 것과 같게 보였다.
비약도 한참 비약이었지만,
우리나라 좋은 나라,
당당한 젊은 공무원들이 창구를 맡고 있는 한 우리나라 건강한 나라,
만만세.
한편 우리 잘난 아들놈은 어떠한가?
어젯밤 일본 비자신청을 해야하니 여권과 사진을 내놓으라 하였더니,
'단수여권인데요.'
짤막한 대답만 돌아왔다.
지난번 여권을 낸다고 했을 때,
이제야 이놈이 애비 말을 따라 ‘큰 곳’ 미국을 보러 가려나보다 속으로 좋아했었는데,
그게 아니고 친구들과 홍콩만 가는 단순 여행용이었고,
돈을 아낀다고 복수여권 45,000원 대신 단수여권 15,000원으로 끝낸 것이었다.
그 다음은 내 알 바 아니지롱, 하였을 것이었다.
'아니 이 녀석이 지금..........'
여행일정을 다잡아놓고 마지막 비자신청을 들어가는데 한다는 말이, '단수여권'이라니...
그럼 며칠 전 ‘일본여행’ 확정됐어요? 라고는 왜 물어보았단 말인가?
'그럼 당장 내일 구청에 가서 여권발급 받아라.' 하였더니, '내일 예비군인대요...........'
‘아빠, 송파구청이 제일 빨리 처리해준대요, 본인이 못 가면 가족이 가야 빠르대요.’
그래도 주워들은 것은 있는지 중얼중얼거렸다.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회사직원이었으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
그러나 달리 뾰쪽한 수가 보이지 않으니 비상하게 처리할 수밖에, 내일.
----할 수 없이 애비된 죄로 부랴부랴, 남을 시키지도 못하고, 비 사이를 뚫고 아침 일찍
송파구청으로 달려간 오늘의 사연이었습니다.
잘난 아들을 둔 값이 이렇게 되돌아올 줄 누가 알았나요.
우리 때는 모든 일을 자신이 알아서 하는 것인데 요즘의 아이들은 아니 이놈의 아들넘은 그렇지 못하니 어찌하겠습니까, 팔불출 아비가 받아야지요.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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