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리집 ‘그냥’이 그냥 생글생글 웃는다.
우리 부부가 마주 보며 생글생글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 특별한 ‘사건’이다.
‘왜, 생글거리지?’
이리저리 이유를 찾아보지만 뚜렷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거, 수표 3 장, 고마워유.’
‘? ? ?............’
‘바지를 빨려다 보니 왠 봉투가 있더라구요.’
앗뿔4,
이놈의 건망이라니, W?m.
지난 월요일 출근 시간,
바지 좀 갈아입고 가라는 성화에 못 이겨 후다닥 옷을 바꿔 입은 게 발단이었다.
세심하게 이것저것 뒤지고 챙겼어야 했었는데, 그것은 전혀 대장부답지 않을 것이었다.
골프 교습비가 고스란히 ‘그냥’의 입 속으로 그냥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비난받아야 할 것은 렛슨프로이지,
건망증이 발동한 나도 아니고 그냥 챙겨버린 ‘그냥’도 아닐 것이다.
내가 골프연습을 다시 하기로 어렵게 결정하고, 또 어렵게 구렁이알 같은 교습비를 마련,
막상 등록하려는 데 렛슨프로가 나타나지 않은 것.
등록은 미뤄졌고, 일요일을 넘기면서 바지 속의 수표는 우리집 ‘그냥’의 손으로 넘어간 것.
‘그냥’은 칭찬 받아야할지도 모른다.
여느 때 같으면 봉투 속의 수표는 그대로 세탁기의 몫이었을 터인데,
그 날 따라 우리의 ‘그냥’은 평소의 그 대범함도 그 건망도 없었으니까.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그냥’ 손으로 한번 넘어간 돈이 다시 내 손에 온다는 것은 불가능.
그 돈이 아깝다고 찾으려 하면, 남자가 쫀쫀하다는 둥, 갖은 인신공격적 새로운 손해를 입을 수 있으니 차라리 꾹 참고 잊어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무슨 묘책이 없을까?
생글생글 웃으면서, ‘불쌍한 돈은 불쌍한 주인에게’라고 인도주의적으로다가 호소해 볼까?
우리는 오래 살아야 한다.
오래 살아야 이런 저런 사건들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건망 잘 하던 사람이 건망하지 않고, 건망 잘 하지 않던 사람이 건망하는 것도 보면서....
우리는 오래 오래 살아, 여러 재미있는 사건들을 더 만나면서 더 재미있게 살아 가야한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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