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16.일. 북한산을 다녀와서
어제 옛친구들과 비가 올 듯 말듯한, 늦가을의 청계산을 만났었는데, 발에 밟히는 낙엽들이 마음에 자꾸 또 밟혀서, 오늘은 북한산의 늦가을 냄새를 맡기로 하였다.
지난주 만났던 정릉계곡의 나뭇잎들이 다시 보고 싶었다.
4.19 묘지-진달래 능선-대동문-보국문-정릉계곡
쌀쌀하긴 하였지만 오히려 산은 더 좋았다. 산에 오는 사람들이 완연히 줄어들어 걸치적거리지 않아 좋았고, 단풍잎이 낙엽되어 나딩구는, 새롭게 변해있는 산의 다른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엊그제 버얼겋게 달아올라 있더니 어느 사이 잎을 덜어내고 앙상하게 날씬한 몸을 하고 있다니, 자연의 변화무쌍함에 새삼 신기하였다.
더울 때 산을 오르는 것보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씨에 산을 오르면 난 더 좋은데, 거기에 돌 계단위의 낙엽들을 보며 밟으며 오르는 길은, 내게 더 즐거움을 주었다.
오늘 운가사 쪽 돌계단 길, 떨어진 낙엽들은 그냥 친근하였고, 하나하나 옛날 이야기하듯 가깝게 느껴졌다.
오르막길인데도 전혀 힘들지 않았고, 벌써 대동문이 나타났다 싶었다.
산행객들은 성벽밑 여기저기 햇볕을 찾아 점심들을 하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서 벌써 햇볕을 찾다니, 인간들의 변덕스러움인가 자연스러움인가.
올라올 때는 대동문-보국문을 거쳐 정릉계곡의 낙엽과 그 주변 풍경을 다시 한번 보려니 했었는데, 더 쌀쌀해진 날씨가 날 옛날로 불러내고 말았다.
추위를 떨어내려고 뛰어달렸던, 70년 대학 1년 시절, 그 북한산 계곡길이 눈 앞에 어른거리며 유혹하였다.
정릉계곡은 다음에 또 가기로 하고 오늘은 구파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완만한 하산길을 톡톡치며 내려가면 추위는 감히 따라오지 못하고, 해맑고 풍만한 바위들이 이곳저곳에서 그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여름이 아니어도 계곡물은 시원하고 깨끗하게 그대로 있었고, 내 마음도 편안하고 시원해졌다.
‘떳떳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고, 부드러운 사람은 싸우지 않는다.’ 법구경 구절들이 노적사 가는 길에 여기저기 정성스레 걸려 있었다. 주지스님이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나를 정리해주면서 받쳐주고, 동시에 앞으로의 나에게 던져주는 길잡이 같아서 새기고 또 새겼다.
노적사 가까이에서, 계곡이 완전히 끝나기전에, 햇볕을 받을 수 있는 넓적한 바위 하나 위에 점심상을 차렸다.
깔판을 깔고, 보온도시락에서 출석을 불렀다. 토란국, 조도젓, 볶은 멸치, 김, 김치 그리고 계란말이에, 따뜻한 밥을 햇볕과 함께 허기진 입안으로 넣었다. 갑자기 함께 오지 않은 가족들이 생각났다.
산에서 맞이하는 점심은 언제나 꿀맛. 쌀쌀함 속에서 따뜻한 토란국은 별미였다.
사과와 감 그리고 마지막은 나의 ‘막커피’. 부러운 것이 어디 있을까. 난 왕이로소이다.
계곡이 거의 끝나는 곳에 야외공연장, 펑퍼짐한 자유와 인간들의 소란스러움이 마련되어 있었다. 산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산행객들이 이곳에 다 모여있었다. 푸짐한 파전이며 돼지고기 막걸리, 고소한 냄새까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오가는 막걸리잔과 오가는 이야기들은 다정하여 따뜻할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면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했으면 싶었다. 눈으로만 즐기고 나의 하산길은 계속되었다.
계곡탐방길은 인간들이 이미 수영장으로, 음식점으로 탐방을 끝내놓고 있었다. 자연적 계곡탐방은 없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산이 끝나고 있었다. 오후 2시 30분. 점심시간 30여분을 빼면, 대동문에서 2시간여, 이정표가 말하는 5 키로미터 거리가 맞는지 내 걸음이 빨라졌는지 쌀쌀함이 발걸음을 더 빨리 띄웠는지, 모르겠지만 금방 하산길이 끝나버려 서운하였다.
점심먹은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호떡이 왜 또 맛있게 다가오느냐. 700원이면 하나를 준다고 하여 염치없이 받아먹었다. 빈 커피잔 속에 넣어서 호떡을 먹어보았는지요? 그거 별미던데요.
어제 옛친구들과 비가 올 듯 말듯한, 늦가을의 청계산을 만났었는데, 발에 밟히는 낙엽들이 마음에 자꾸 또 밟혀서, 오늘은 북한산의 늦가을 냄새를 맡기로 하였다.
지난주 만났던 정릉계곡의 나뭇잎들이 다시 보고 싶었다.
4.19 묘지-진달래 능선-대동문-보국문-정릉계곡
쌀쌀하긴 하였지만 오히려 산은 더 좋았다. 산에 오는 사람들이 완연히 줄어들어 걸치적거리지 않아 좋았고, 단풍잎이 낙엽되어 나딩구는, 새롭게 변해있는 산의 다른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엊그제 버얼겋게 달아올라 있더니 어느 사이 잎을 덜어내고 앙상하게 날씬한 몸을 하고 있다니, 자연의 변화무쌍함에 새삼 신기하였다.
더울 때 산을 오르는 것보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씨에 산을 오르면 난 더 좋은데, 거기에 돌 계단위의 낙엽들을 보며 밟으며 오르는 길은, 내게 더 즐거움을 주었다.
오늘 운가사 쪽 돌계단 길, 떨어진 낙엽들은 그냥 친근하였고, 하나하나 옛날 이야기하듯 가깝게 느껴졌다.
오르막길인데도 전혀 힘들지 않았고, 벌써 대동문이 나타났다 싶었다.
산행객들은 성벽밑 여기저기 햇볕을 찾아 점심들을 하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서 벌써 햇볕을 찾다니, 인간들의 변덕스러움인가 자연스러움인가.
올라올 때는 대동문-보국문을 거쳐 정릉계곡의 낙엽과 그 주변 풍경을 다시 한번 보려니 했었는데, 더 쌀쌀해진 날씨가 날 옛날로 불러내고 말았다.
추위를 떨어내려고 뛰어달렸던, 70년 대학 1년 시절, 그 북한산 계곡길이 눈 앞에 어른거리며 유혹하였다.
정릉계곡은 다음에 또 가기로 하고 오늘은 구파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완만한 하산길을 톡톡치며 내려가면 추위는 감히 따라오지 못하고, 해맑고 풍만한 바위들이 이곳저곳에서 그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
여름이 아니어도 계곡물은 시원하고 깨끗하게 그대로 있었고, 내 마음도 편안하고 시원해졌다.
‘떳떳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고, 부드러운 사람은 싸우지 않는다.’ 법구경 구절들이 노적사 가는 길에 여기저기 정성스레 걸려 있었다. 주지스님이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나를 정리해주면서 받쳐주고, 동시에 앞으로의 나에게 던져주는 길잡이 같아서 새기고 또 새겼다.
노적사 가까이에서, 계곡이 완전히 끝나기전에, 햇볕을 받을 수 있는 넓적한 바위 하나 위에 점심상을 차렸다.
깔판을 깔고, 보온도시락에서 출석을 불렀다. 토란국, 조도젓, 볶은 멸치, 김, 김치 그리고 계란말이에, 따뜻한 밥을 햇볕과 함께 허기진 입안으로 넣었다. 갑자기 함께 오지 않은 가족들이 생각났다.
산에서 맞이하는 점심은 언제나 꿀맛. 쌀쌀함 속에서 따뜻한 토란국은 별미였다.
사과와 감 그리고 마지막은 나의 ‘막커피’. 부러운 것이 어디 있을까. 난 왕이로소이다.
계곡이 거의 끝나는 곳에 야외공연장, 펑퍼짐한 자유와 인간들의 소란스러움이 마련되어 있었다. 산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산행객들이 이곳에 다 모여있었다. 푸짐한 파전이며 돼지고기 막걸리, 고소한 냄새까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오가는 막걸리잔과 오가는 이야기들은 다정하여 따뜻할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면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했으면 싶었다. 눈으로만 즐기고 나의 하산길은 계속되었다.
계곡탐방길은 인간들이 이미 수영장으로, 음식점으로 탐방을 끝내놓고 있었다. 자연적 계곡탐방은 없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산이 끝나고 있었다. 오후 2시 30분. 점심시간 30여분을 빼면, 대동문에서 2시간여, 이정표가 말하는 5 키로미터 거리가 맞는지 내 걸음이 빨라졌는지 쌀쌀함이 발걸음을 더 빨리 띄웠는지, 모르겠지만 금방 하산길이 끝나버려 서운하였다.
점심먹은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호떡이 왜 또 맛있게 다가오느냐. 700원이면 하나를 준다고 하여 염치없이 받아먹었다. 빈 커피잔 속에 넣어서 호떡을 먹어보았는지요? 그거 별미던데요.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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