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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팔불출' 장가 가던 날.| 자유 게시판 2007.6.21 글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6. 22:46

우리집 '팔불출' 장가 가던 날.| 자유 게시판

박동희 | 등급변경 | 조회 29 |추천 0 | 2007.06.21. 10:39 http://cafe.daum.net/68academy/LunC/2295 

2007.6.16.토.오후 6시
GS타워 아모리스홀
혼주석에서.

‘꿈이냐 생시냐?’
분명 꿈은 아닌데......................

형민이 입장한다.
약간 상기되고 긴장된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세련되지않으나 그래도 풋풋하고 씩씩한 것이
때묻지 않아 좋다.
마치
초등학교 입학생의 푸릇함
논산훈련소 훈련병의 긴장감
대학신입생의 해방감과 찬란한 무지개빛 꿈
신입사원의 설레임과 부푼 기대감
모두와 교집합
그리고 모두의 합집합

그 위로
형민 얼굴 위로
30년전
상기되고 풋풋했을 내 얼굴이 겹친다.

새아이가 입장한다.

30년전
형민엄마의 얼굴이 겹쳐 떠오른다.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들
주마등속 파노라마되어 들고난다.
어찌된 노릇인지 좋은일 기쁜일들은 뚜렷하질 않고
힘들고 어렵고 사나웠던 일들이
오히려
주옥보물되어
또렷또렷

그러나
이들도
서로 겹치고 얼키고 또 설켜서
우리들 꿈속 이야기처럼
논리가 없고 질서 없이
정말 뭐가 뭔지
같기도하고 아닌것같기도
비몽사몽이 된다.

주마등속 파노라마되던 옛날은
다시 오늘의 이야기되어
새로운 모양으로
현실 속으로 다시 돌아온다.

형민과 새아이가
하객님들께 인사드린다.
약간 긴장된 얼굴의 형민이
나의 눈과 마주치면서
예의 해맑고 환하게 미소짓는다.
평상심으로 돌아간 것이리라.
새아이는
줄곧
생글생글
축복된 앞날이 보이는 것일 것.

주례사가 이어진다.
오늘따라 주례말씀이 하나하나 들어온다.
결혼은 벤처
소금넣은 커피
서로 다른 개체가 만나 함께 살아가는 것이니
서로 맞추고 서로 참아야 하느니

주례말씀이
조금 길어지는가
삼천포로는 빠지면 아니 되는데....
중간중간
대신
내가 삼천포로 빠져들곤 한다.
코흘리개로 보성으로 돌아갔다가
광주로
수원으로
양평으로
서울로
인천으로
역곡으로
방콕으로
분당으로
다시 서울로

50년전에서
30년전에서
다시 오늘로

자꾸
뒤쪽이 보고 싶고
또 옆쪽이 보고 싶다.

힘주어
반쯤 고개 돌리니
어렵사리 벽면의 스크린이 보이고
깨벅쟁이된 형민이 해맑게 웃고 있다.
형민과 새아이의 꿈꾸는 연애적 사진들이
꿈길 위에
화사하게 무지개빛되어 살아 움직인다.

이제는
더 과감하게
고개 돌려
뒤쪽 하객석을 얼른 후려본다.
모두들
흐뭇함 가득
잔잔한 미소 듬뿍
축복의 얼굴들이
은근은은한 아모리스홀의 조명 분위기와 어우러져
꿈길 속 행복의 문을 열어놓는다.
새내기 한쌍의 앞날에 무궁무진 행복있으라
축복축복축복!!!

삼천포로 가지않은 주례선생님
대학가 신세대풍의 노랑머리인줄 알았더니
험난함 거친 노련한 세월의 자연산 하얀머리 백수교수님
감사감사하외다.

하객석을 돌며
감사인사하는 시간
그냥 시늉내며 지나가는 것인가
살짝 눈길만 주고 지나가기도
바빠서 허둥댄다.
너무 아쉽다.

너른 마당
해가 지고도 밤 늦게까지
옛시골의 푸짐하고 풍성한 잔치집이었으면 더 좋았을 터인데
새삼
옛고향집이 그립게 떠오르고
오늘의 아모리스홀이 아쉽기만하다.

그래도
혼례식 끝나
마치고 돌아들 가시는 자리에서
마당끝
대문앞에서
손마주잡고
눈마주치고
조금 속마음 주거니 받거니
마지막으로
시늉 더 했으니
허전함 그리고 서운함 얼마나 채워졌을까
답답함 반분은 풀었을까

우리네 결혼
이래도 좋은가?
결혼은 무엇인가?

쉬운 우리말로 짝짓기?
인간이 만든 제도중 하나?
그래도 가장 편리하고 가장 합리적?
하나의 통과제의?

여러 것 중
그래도 최선일
우리네 결혼
자유와 구속의 이율배반?
Escape from freedom?
자유속 구속, 구속속 자유?
이율배반의 정반합?
From Chaos to Cosmos?
이상동몽의 동상동몽?

우리네 결혼풍습?
더 현실적일 수는 없을까?
더 인간적일 수는 없을까?

뿌듯함 가득
또 새로운 시작하면서
뒤켠엔 아쉬움 또한 남아있다.

‘꿈이냐 생시냐?’
꿈은 분명 아닌데.....
비몽사몽인가

꿈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꿈을 꾸는 것이냐
꿈 속에 내가 살고 있는 것이냐
또 장자의 호접몽이 생각나는 날
‘내가 나비이런가 나비가 나이런가?’

아들을 장가보내니
또다른 새로운 인생이 또 시작되누나.
꿈이라해도 좋을 것이며
꿈이 아닌 생시라해도 좋을 것.
어차피
우리네 인생
그것은 꿈이며 또한 생생한 현실 아니던가!
신나고 즐겁게 살아야 좋은 것이렷다.

그날
마음담아 축복주셔서
두고두고 감사할 것입니다./불출애비 박동희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