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군대에서,1970-1977

각개전투 야외훈련, 무우밭과 오리걸음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9. 10. 19:28

각개전투 야외훈련, 무우밭과 오리걸음

6주훈련이 끝나갈 무렵 각개전투 훈련을 받으러 야외로 나갔다. 오전훈련이 끝나고 점심시간. 군대의 식사배급량은 언제나 정량이라 하지만 훈련병에겐 항상 부족하였다. 특히나 야외훈련이 끝나고 먹는 점심식사는 허기질정도. 먹고나면 금방 소화가 되버리는 듯 한술이라도 더 먹었으면 하였다.

배식을 먼저 받고 게 눈감추듯 식사를 끝내고 다시 배식줄에 서보지만 식사가 남아있겠는가? 줄을 서봤자 끝은 허망하게 끝날 수 밖에...허탕을 치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마침 늦가을 각개전투 훈련장은 수확이 끝난 무밭.

무밭 땅속 여기저기 발로 헤집고 다니면서 혹시 남아있을 무뿌리가 있나 뒤적이고 다녔다. 운좋게 몇뿌리가 나와서 오작오작 씹어먹으면서 부족한 허기를 달랬다.

그런데 문제가 발쌩하엿다. 각개전투 훈련이 끝날 즈음 밭주인이 훈련장으로 찾아와서 항의를 하지 않은가?

훈련병들이 밭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것.

무뿌리를 찾아먹은 죄로 나는 중형에 처해졌다. 무밭을 오리걸음으로 ‘웩웩’ 오리소리를 내며 걸어야했다.

수확이 끝난 무밭에서 무뿌리 몇 개 찾아먹었다고 고자질하는 농부나 오리걸음시키는 훈련조교나 참 야속한 군대였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뽀얀 미소가 번진다. 눈만 덩그렇게 큰 내가 무뿌리 파먹는 모습이며 오리걸음 걷는 나를 상상해보라. 얼마나 재미있는가? 군대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모습을 볼수 있을소냐? 모두들 군대를 가라 거기에 낭만이 있고 재미가 있나니, 군대빠질 쓸데없는 생각을 버려라 우리사회 힘있는 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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