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2',월출산+대원사탬플스테이

4일째 5.6(화); 대원사 탬플스테이(둘째날)-천봉산산행 그리고 ‘죽음체험’='어서와, 저승은 처음이지?'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5. 11. 15:01

 

4일째 5.6(화); 대원사 탬플스테이(둘째날)-말봉산산행 그리고 ‘죽음체험’='어서와, 저승은 처음이지?'

아침공양 오전7시

어제 저녁식사처럼 소박하였다. 다만 사과를 갈아서넣은 토마토주스가 나왔다. 비릿하지않고 살짝달큼하여서 ‘특이하게 맛이 났다.’

 

천봉산 산행하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절 뒤편 어딘가로 갔더니, 산길같은 길이 나왔다.

벌통이 있었고 곧 이어서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오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마당재? 그리고 말봉재 (500여미터? 10시 30분여?) 팻말이 보였다. 천봉산까지는 2.2키로미터가 남았다고 알려주었다.

점심공양시각 12시까지 늦어도 12시30분까지는 대원사에 돌아가야하는데 천봉산까지 가기는 무리였다. 조금 진행하다가 발길을 돌려야했다. 도중에 그만두다니 아쉬움이 가득하였다.

돌아가는 길은 완연한 내리막길이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었으니, 내리막길 또한 매우 가팔랐다. 지팡이를 조심스레 짚어가면서 내려왔다.

 

티벳박물관이 나왓다.

‘어서와, 저승은 처음이지?’

티벳의 여러 풍물과 문화가 소개되고 있었다. 대원사 주지스님 석현장스님이 소장한 것들을 모두 전시하고 있었다.

특히 죽음에 대한 전시내용이 좀 많이 있었다.

‘죽음체험실’이 있었는데, 점심공양시각이 다되어 하지못하였다.(대신, 나는 오후에 다른곳, ‘수관정’에서 자연속에서 직접 체험하기로 하였다.)

 

점심공양

소박한 식사=나의 입맛과 나의 취향에 100% 이상가는 식사였다.

막커피 한잔까지.(대원사는 식사후 커피까지 제공하였다. 나는 아침공양후에도 막커피를 마셨다. 요즈음 막커피 마시는 것을 끊었지만, 이번 ‘고행2’에서는 줄곧 막커피와 가까이 하고 있다. 월출산산장에서도 편의점식당주인이 호의롭게 막커피봉지를 주어서 애용하였다.)

 

죽음체험.

‘수관정’...깊은잠을 관조하는 곳?

내 크기만한 관이 있었다. 목탁도 함께 있었다. 죽음에 관한 보충설명과 입관하는 절차가 간단하게 쓰여있었다.

마침 문화답사온 팀리더가 있어서, 나는 그에게 나의 입관모습을 사진찍어달라 부탁하였다.

한사람은 목탁을 두드리고, 나는 관속으로 들어가고, 팀리더는 그런 나의 사진을 찍고...

나는 그에게 또 부탁하였다. 내가 관속에 들어가면 관뚜껑을 닫고 그 모습도 사진으로 찍어달라고 부탁하였다.(별도 사진참조)

내가 얼마나 관속에 들어가있을지 궁금하여, 시계를 보며 들어갔다. 오후 2시27분.

관속에 들어가니, 특별한 생각은 들어오지않고 막연하게나마 옛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돌아갔다. 내가 죽어서 관속에 누어있는데...장례식이 진행되는데, 집사람과 형민.형보 두형제들이 잠깐 머릿속으로 들어오느가싶더니 곧 나는 옛날로 돌아가버렸다.

어린시절부터, 광주의 서중.일고 유학시절, 대학시절 그리고 군대...회사생활...금호.해태.방콕지사생활...동양글로벌..대평원농상(주)를 창업하고..어찌어찌 ‘독립군’생활을 변화무쌍하게, 열심히 겁 없이 하였구나 싶은...고생하고 또 부활하고 또 모든일에 주저없이 덤벼들었던 그리고 ‘훌륭하게’ 매듭지었던 지난날들이 새록새록 주마등되어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나의 사후세계?

내가 죽으면 내가 어느 곳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 거기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등에 대해서는 조금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멈칫거리다가 다시 살아온 지난날들로 돌아와버리는 것이었다.

(나의 사후세계가 정말 존재하겠어? 하는 생전의 내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인지, 내가 죽어서 어떻게 되는지, 될 것인지는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난일들이 주마등처럼 정리되니, 이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정말 내가 죽을때까지 내가 해야할 일들이 무엇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1.삶을 마감하는 행사를 해보자. 슈가쯔=종활, 일본아저씨들은 이를 슈가츠라하여 누구의 삶을 일단 마감하는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비슷하게나마, 나의 장례식 대신에...내가 살아있는 동안 어느날을 하루잡아 ‘나의 삶’을 마감해보자....88세? 90세?

부고장 대신에 ‘초대장’을 보낼 것...나를 아는 모두에게..막연히 아는 것이 아닌, 그러나 너무 넓지않게...초등.중고등.대학/ 써클.동호회,...가족등을 모아놓고 하루종일 식사대접을 하자...장송곡이 아닌 경쾌한 음악을 틀어놓고...

2.내가 묻힐 장소를 마련해두자...서울근교. 곤지암? 엘지가 운영하는 곳 어디?

3.우리 아이들이 1년에 한번 모두 모여서 식사한번 하는 곳을 하나 마련해놓자. 오크밸리 콘도?

4.부질없는 탐욕.어리석음.분노 모두 털어버리자...지금 이렇게 누어있는데, 아무것도 갖지못한채로 누워서 사라지는데 갖고있는 돈.재산이 무엇이냐? 쓰고싶은 곳, 먹고싶은 것..모두 하고 살자...

5.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제일 잘 해야한다...집사람이 나를 잘 챙기지않아도, 잘 이해해주지않아도 그래도 그가 나에게는 제일 소중한 사람이니, 제일 윗선에 놓고 대접해주자.

그리고 우리 아들들 손자들..그들이 건강하게 잘 살도록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자.

6.있는 그대로...남과 비교하지말자. 누구나 나름 자기 자리가 있는 것. 누가 더 높고 누가 더 좋고, 누가 더 잘살고가 아닌, 자연의 한조각일지니..누가 누구를 감히 평가한다는 말이냐. 모두 부질없다. 참고 참아라.

 

지나간 일들과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정리하다보니, 꽤 시간이 흘렀다싶었다.

관뚜껑을 열고나오니 오후 3시26분. 물경 1시간을 관속에 누워있었다. 대원사 죽음체험하기 최대신기록이 아닐까 모르겠다. 관속 숙박료로 나는 거금1만냥을 놓고나왔다. 다름사람들은 아마도 1천냥을 놓고 오는 모양이었지만(천원짜리만 있는 것으로 보아), 짠돌이 나는 ‘큰돈’을 임시저승길노자로 쾌척하였다.

 

죽음체험을 하고나니 왠지 사람이 달라져있었다.

갑자기 과묵해지고, 조용해지고 엄숙해졌다. 무언가 특별한 생각들이 들어오는 것같았다.

대원사 이곳저곳을 새삼 둘러보니, 어제까지는 아주 작은 절, 볼품없는 절이라 생각했는데 오늘보니 곳곳에 짜임새가 있었다.

나무 이곳저곳에 걸어놓은 ‘좋은글들’이 눈에 깊이 들어왔다.(나는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지않는 편인데, 좋은글들을 하나하나 사진찍어두었다. 나중에 정리하여 옮겨놓았으면 좋을 터인데....???)

주지스님의 뜻일까? 여느 절과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