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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농산물식품유통공사)의 국제경쟁 참깨 입찰에서 또 계약...부산출장 갔던 신입직원이 ‘명령불복’하고 돌아와버렸다.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1. 10. 23:29

/참깨 입찰에서 또 계약...부산출장 갔던 신입직원이 ‘명령불복’하고 돌아와버렸다.

 

참깨 입찰에서 또 계약...그러나, 선박이 부산항에 접안하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이 생겼다.

 

중국산 녹두 1000톤에 이어 또 참깨가 낙찰되어 계약하고 부산항으로 중국산참깨가 들어왔다.

일이 너무 잘되면, 반드시 다음 어디에서 곧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일을 하다보면 깨닫게 되는 보이지않는 어떤 힘의 지배논리.

이번에는 우리 일이 그랬다. 녹두 첫계약으로 부풀어있었는데, 홍콩의 공급자담당이 사소한 계약조건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무역때 큰선박을 용선할 때 쓰는 용어중 Berth term(화물을 내릴 때, 선주가 부두접안까지 책임)과 Free out term(선박까지만 선주부담) 이 있다.

일반일들은 이해못하는 전문용어인데...무역.해운실무에서는 왕왕 벌어진다.

당초 용선계약시 간과했더라고 도착지 항구사정이 평상때와 다르지않으면 큰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몇푼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 그만일 사안이었는데, 문제는 참깨2000톤?을 실은 큰선박이 부산항에 들어왔는데, 항만사정이 평소와 크게 달랐다. 부산항은 선박이 많이 들어와있어서 심한 적체현상을 보였고, 상황이 해소되려면 며칠이 걸릴지 계산이 서지 않는 고약한 경우의 수가 발생한 것.

당연히, 홍콩의 공급자는 공황상태였고, 참깨2000톤을 계약기한내에 인수하여 국내시장에 공급해야하는 바이언인 농유공도 빨리 배를 접안시키라고 소리소리 질러대는 상황이었다.

(농유공의 입찰조건은, 언제나 Berth Term, 지금도 그 조건은 불변...이것을 공급자는 일반적인 대량화물 용선조건인 Free out=F.O로 용선계약...선주는 이미 배를 부산항 외항에 도착시켰으니, 언제 화물이 내려가든 상관하지 않고, 화물을 내려주는 책임이 없었다. 이런 경우, 선박 체선료가 하루 몇천불씩 지불해야하니, 부산항의 적체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급자가 부담해야하는 체선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있었다.)

 

불이 났으니 불을 빨리 꺼줘야 하는 것이 한국의 에이전트가 할 일이었다.

농유공담당직원을 긴급히 부산출장 보냈다.(김재0, 외대 중문학과출신, 아직 신입사원티를 벗지못한 새내기 상사직원, 지난번 녹두 첫계약때 숨은 공이 있었다. 효성물산의 대학동기와 통화한 것이 나의 안테나에 걸려 첫계약을 따게된 원인제공자.)

무슨 일이 있어도, 부산항에 가능한한 하루라도 빨리 접안시키는 것이 출장목적.

그런데, 출장간지 며칠이 지났을까? 이틀?

출장지 부산에 있어야할 그가 사무실에 나타났다. 왠일인가 묻기도 전에 그는 그의 자리에 돌아가서는 서류가방을 내동이치고 털썩 주저앉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짐작컨대, 농유공 부산지사 직원들이 해태상사에서 출장온 신입사원급 직원에게 아무런 편의제공도 하지않은채 무언가 ‘갑질’을 해댔으니, 신입직원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고 수모를 당했다고 여겼을 것.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가면서 직장생활을 해야하나 자괴감이 들었고 곧 서울로 돌아왔다는 것 아닐까? 안봐도 비데오 였다.

국영기업체 농유공 직원들이 상사직원들을 어디 손님대접해주었던가? 갑질이 몸에 배어있는 이들을 요령있게 잘 다루어야 하는데, 상사신입사원급이 어디서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답답했을 것이었다.

(정말, 뭐같아서 일 못해먹겠다는 것 아닌가?)

 

나는 그에게 아무말 묻지도 않고, 여직원에게 회사돈 300만원 가불지시하고, 바로 부산으로 출장신청하였다.

가지급금 3백만을 들고 부산 농유공사무실로 쳐들어갔다.

농유공직원들을 거치지않고 바로 지사장실로 들어갔다.

(그당시 부산농유공지사장은 조부장으로 나의 서울대농대 대선배였다. 이런일을 대비하여 서울근무때 개인적 친분을 유지해 두었다. 그렇다고 소위 격렬한 로비를 하는 것은 아니고, 나의 고지식하기만 한 스타일대로, 때때로 찾아가서 간단히 점심대접하고, 차마시고 담론나누고...내가 어떤 놈인지..불성실하지 않고 업무하나는 끝내주게 책임있게 처리하는 놈이라는 것...절대로 공무집행하는 귀하님들께는 결코‘피해’같은 것은 없이 깨끗이 일처리 끝낸다는 것등을 알수 있게...나는 그렇게 정부산하단체나 협회 관게자들과 거래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뭐가 제일 급하고 큰 문제입니까?

그;....

나;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습니까?

그;....

조금 뜸을 더 들이더니

그; 노조가 일을 하지않으려고 한다.

나; 부산항 적체는요?

그;방법이 있는데, 항만노조가 말을 들어줘야 한다.

나;!!!!

나;도와주세요, 저 오늘 서울로 돌아가야합니다. 또 입찰이 떠서 한시도 사무실을 비울 수 없어요. 제 일처럼 처리해주시길 부탁드려요.

그;하하하. 아니 이 사람이 또 나를 겁박하네응? 하하

(일은 모두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의 표정이나 말투로 봐서,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노조를 다루고, 어떻게 참깨2000톤을 하역해야 하는지가 그림그려져있었다. 그들 농유공도 하루빨리 참깨를 하역시켜, 참깨가격이 뛰고있다는데 어서빨리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농유공 본사는 본사대로, 부산지사를 날마다 깨고있었지 않을까? 하하하, 나의 순전한 추측)

 

나는 이 돌출상황이 발생하고, 또 최소한 셋이상의 망외소득을 얻게 되었다.

1.홍콩의 공급자는, Mr.Park 만 뜨면 아무리 고약한 일도 순식간에 해결된다.

2.우리회사 농유공담당 김재0은 그이후 나에게 얼굴을 들지못하고, 내 말이라면 절대적으로 군말없이 따라왔다.(그 이후에도, 나는 그에게 왜 부산에서 아무말없이 돌아왔는지 묻지 않았다. 출장명령 불복종이 사규에 어떠해야하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3.농유공 부산지사장은, 역쉬 해태 Mr.Park은 시원시원한 놈이야 라고 다시 찍혔다.

4.가지급금 3백만원, 국내상사들의 접대비는 매우 빈약하고 한정되어있다. 부서당 50-70만원? (나의 대정부입찰사업이 늘어나면서, 나는 하나의 꾀를 내었다. 편법이었지만, 사장실의 특별경비를 끌어다 쓰는 길을 택했다...나중에 후술.)

어찌 알았는지, 홍콩의 공급자의 대리인이 다른일로 서울출장길에 나를 찾아와 그때 비상금으로 쓴 금액은, 그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하였다...나는 가지급금을 내돈으로 상환할 수도 없고 어찌해야할까 고민중이었는데..불감청이었는데..다른 수가 없었다. 나는 그를 우리 여직원과 함께 사무실1층의 은행에 보내, 그 돈을 회사계좌에 입금시키고, 나의 가지급금 상환을 정리하였다...(조금 아니 정말 편법이지만, 그때 비상금을 그렇게 나는 정리했다. 얼밀하게 말하면, 좋은방법은 아니었지만, 현실과 일부 타협하기도 해야했다. 나의 일이 때론 그러하였다. 이에 대한 어떤 비난이 있어도 이는 내가 받아내야 하는 몫 아닌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가?’

‘하늘은 때론 누구에게 시련을 주는가. 나중에 크게 쓰려는 자에게는 잘 나갈 때에 특히 가끔 고난을 주어 잘 나가는 것을 경계하게 하고, 또 그 시련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보는가?’

나는 첫계약하고 잘나가다가 시련을 만났고, 또 너무 늦지않게 그 시련을 잘 마무리 짓게 되었다. 하늘이 나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본다.

하늘은 나를 기억할 것인가?

나의 운명은 누가 이끌어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