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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3. 생일선물, 기타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7. 22:59

요즘 신세대들은 생일선물을 받을 때, 나는 무엇이 좋으니 이번 선물로 그것을  사달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이왕 선물을 할 거면 내가 필요한 것으로 사달라고 하는 것이니 서로 편하고 실용적이지 않은가?

우리 젊은세대들의 사실성과 실용성, 더 나아가 합리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지 않을까?

나도 이번 내생일날에  더 실용적으로 나가고 더 합리적으로 따져서 이왕지사 신세대적으로 나를 보여주기로 하였다.

 

나아빠;‘아들들아, 아빠 생일이 언제인지 알고 있으시죵?’

우리아들둘; 언제죠? 음력으로 쇠시는 거죠?

나신세대아빠;응...언제언제인디...아빠생일에 무슨 선물 사줄 꼬야?

우리아들들;...............................

나실용아빠;이번에는 기타 하나 사주삼?

우리아들들;??????????????........................

나실용아빠;아빠가 얼마전부터 기타를 배우는데...집에서 연습을 많이해야  빨리 는다고 해서 기타를 하나..

우리아들둘;잘 되었네여. 아빠생일 선물 무엇이 좋을까 고민할 것인데...어떤 기타를 사야 좋은가요? 무슨 모델명이라도...

나아빠;전자기타는 싫고..일반 통기타면 좋겠는데...고급이 아닌 그냥 평범한 것이면 되지 안카쓰?

우리착한아들둘;인터넷에 알아볼까요? 낙원동 전문상가를 가는 것이 좋을까요?

나아빠;대충 알아보고...이왕이면 우리 교습소에서 추천하는 기타로 샀으면 싶다만...나중에 사후관리 받기도 좋을 것이구...

우리말잘듣는아들둘; 옛썰! 그렇게 하지요, 아부지!

 

고론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착한아들둘에게서는 일자 소식 하나 없었다.

생일을 조금 땡겨서 정월대보름날에 다른일과 겸해서 치뤘는데 그 날에도 기다리던 기타는 보이지 않았고...실제 생일날인 어느고날에도 통기타소식은 없었다.

그렇다고 지엄한 아부지어른체면에 어찌되었는지 물어볼 수도 없고 눈치만 살피다가...

아니얏! 물어보는 것도 뭐 신세대식으로 단도직입적으로 콱 물어봐버려!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근엄한아부지께서 너무 촐싹대는 것 같기도 해서 예의 전통적인 근엄체면모드로 대기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며칠 전 우리둘째아달녀석이 나의 기타교습소에 직접 찾아가서 예쁜 ‘통기타’ 한 마리를 사서 몰고 들어왔다.

 

울둘째;‘아부지, 사랑하는 우리아빵! 기타교습소 사장님께서 추천하시는 통기타 사왔습니다. 너무 늦었지유. 죄송합니다.’

나점잔빼는아부지;아니 뭐 늦기는...그래 고맙구나. 이제는 기타배우기 그만둘 수도 없게 되었네. 아들들이 기타까지 사줬는데....

 

이래저래 나의 기타 배우기는 이제 숙명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집에서도 복습하고 더 열심히 많이 연습해서 빨리'산토끼'도 잡고  어서어서 '사랑해'도 만들고...

마침내 '고래사냥'까지 해보아야 겠다. 기타배워 만만세!해야겠다.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나오고...'

아, 데니보이! 

부록;Danny Boy.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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