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오랜만의 청계산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7. 23:15
오랫만의 청계산.
어느때는 철철내리는 비때문에
어느때는 밀려드는 결혼청첩장때문에
어느때는 공치는 날때문에
청계산 일요산행을 공치는 날이 많았다.

어제는 일요일.
우리엄니버젼으로다가는 '공일'.
'반굉일'도 아닌 '온굉일'
비가 오지않는데도 산에는 인간들이 많지 않았다.
장마끝이라 모다들 바다로 휴가길을 떠났는가.

청계산 옛골에서
12시가 다 되어 오르기시작한 청계산 이수봉,
정상은 산안개가 뿌옇게 피어 늦장산행객을 반겼다.
태백산 신단수아래 그 신화는 아니어도 무슨 '신화'를 잉태시키는 것인가.

하산길은 올랐던 길과는 반대의, 깔딱고개쪽으로 잡았다.
갑자기 '노래한사발'을 만나고 싶었다.
하청일과 서수남같은 짝꿍, 좀 어수룩해보이고 텁텁하여 청계산과 사뭇 어울리는
듀엣.

땀을 식히면서 오이 마지막부분을 아삭아삭 작살내고 있는데,
감미로운 노래, '그댄 봄날을 무척 좋아하나요'가 기타반주와 함께 은근하게 퍼지고 있었다.
봄날은 무슨 봄날이랴만,
여름날, 장마끝 물기 아직 남아있는 숲속에서 듣는 배따라기의 잔잔하고 은근하고 감미로운 선율이 온몸을 감싸돌았다.
'흐미, 집에 가기 싫여싫여'
'우씨, 어디로 홀랑 내빼버릴까부다,씨'

배만 고프지 않았더라면, '노래한사발'이 다음 노래는 잠깐 쉬었다가 하겠어유라 하지 않았다면, 난 그냥 그곳에서 배따라기의 흐르는 노래따라, 지긋이 폼을 잡고,
그냥 속절없이 꿈꾸며 옛날 옛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래서 바람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옛날 데이트하던 시절로 돌아가 누군가에게 '모시모시'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나이를 잊고 돌아다니는구나 싶었다.
누구에게 '모시모시'할까, 있기나 한거여?
쉿, 고것은 특급비밀이면서 절대비밀임다.
알려고허시면 다치는 수가 있음다.스토푸스토푸, 묻지않기.

노래말을 노래와 함께 올리려 하엿지만, 노래말 복사하는데 왠일인지 매번 실패하여서
올리지 못하였음을 이해해주시고,
누군가 가능하시다면 '댓글'로 올려주시면 감사감사.
노래말 또한 은근히 좋거든요, 옛길로 돌아가 걸어다니기는...............
그라믄, '즐감'들 허삼./팍통 횡설수설끝.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