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출장여행기

2003.09.22

햄릿.데미안.조르바 2003. 9. 22. 15:24

2003.9.22. 월.825a, 1625호,

어제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잤다. 좀처럼 비행기 안에서 잠은 자지 않은 내게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잠자는 동안 가슴팍이 허전하고 추웠다. 모포를 아무리 끌어다 덮어도 시린 것은 가시지 않았다.

비행기는 왜 그리 흔들리는지, 세게 또 길게, 자주 흔들리고 있었다.

동남아 여행의 경우 한 두 번 터뷸런스가 있지만 이번처럼 심하기는 처음이다.

마음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순간적으로 서울의 집이, 가족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고, 또 다시 잠이 들었다.

 

호치민 도착예정을 알리는 기내방송에 잠이 깨었다. 그러나 몸이 개운치 않았다.

여름날 일요일 낮잠을 자고난 후 느낌처럼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엉망이었다.(앞과 연결?)

 

서울시각으로 아침 8시, 이곳 현지 시각은 아침 6시, 조금 이른 시각인데 아직 서울의 시간이 나를 지배하는 모양이다. 어제밤 책을 읽으며 비행기 안에서 뺏겨버린 잠을 청했는데 새벽 2시경에야 잠이 들었을 것.

 

꿈결에 서울의 컴퓨터가 왔다갔다 하였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데 잠결이라 미치지 못하였다. 이런 것을 두고 비몽사몽간이라 하는가. 잠재적 욕망실현이 꿈 속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호텔의 아침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다. 발 딛을 틈은 있었지만 알맞은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고서야 구석진 곳에 앉을 수가 있었다.

관광철인가 베트남의 경제사정이 좋아지고 있는 건가. 무슨 이벤트 행사가 있는가.

젊은 일본일들이, 중국인인가 대만인인가, 유럽인들도, 나이들은 서양인들도 보인다.

 

나의 예정된 순서, 오렌지쥬스 콘프레이크에 우유, 쌀국수, 오늘은 쌀죽 까오뚬과 감자튀김, 볶음밥까지 추가되었다.

그리고 막대기 빵, 과일, 커피.

쌀국수를 한번 더, 막대빵을 한 조각 더 먹고싶었으나 지나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고 하여 꾹 참았다.

점심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가능한한 많은 양을 뱃속에 미리 넣어둘려고 햇으나 무리할 수는 없었다.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조용한 아침식사는 물건너갔지만 그래도 사람냄새가 나니 또다른 여행기분이 들었다.

세상이란 인생이란 사는 것이란, 사람 각각의 얼굴과 차림새를 보면서 각각 취향에 따른 식단을 보면서, 그래 재미있는 세상이야 혼자서 생각하였다.

 

창밖에는 아까부터 중년남자가 눈짓을 보내며 배 한 척을 팔려고 손짓하고 있다. 힘들여 깎아 만들엇을 것인데 아마도 좋은 값에 사가라는 것.

그의 뒤로는 오토바이, 자전거, 자동차가 끊임없이 흘러지나간다. 흐릿한 거리, 아직 햇살이 나오지 않는 호치민의 중심거리는 힘차게 바쁘다.

오토바이 위의 복면 쓴 여인들의 눈초리는 진지하여 매섭기까지 한다. 일터를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눈빛은 나를 긴장시키고 많은 것들을 생각게한다.

사는 것이 무엇인가 전쟁은 무엇이었는가.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요 행복 아닌가.

 

서울의 출근시각 자동차의 물결만큼 호치민의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베트남이 지금 매우 건강하고 그들의 미래가 결코 나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주는 것일 게다.

 

한 중년부부가 심각하게 도로곁에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있다.

얼굴표정은 심각하지만, 바로 행동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우리 같으면 벌써 소리를 질렀거나 손사래를 쳤거나 했지 않을까. 그들은 표정만 심각하지 삶이란 이해가 충돌하고 시간이 그것을 조정해 주는 것임을 그들은 아는 것인가.

소리치고 싸워 봤자 돌아오는 것이 어떤지 무엇인지 그들이 더 잘 알기때문일까.

 

다시 배 한 척을 어깨에 둘러멘 남자가 또 씨익 웃으며 눈짓한다. 오늘중 아니면 내일, 언젠가 당신같은 관광객이 아들을 위해, 사무실 장식용으로, 사고자 하면 나에게는 그것이 삶, 난 서두르는 것이 아니며 다만 나의 삶을 사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귀찮아 하지 않았으면 싶네, 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커피. 블랙으로 하니 좋았다. 말끔하엿다.

식사를 마치고 로비로 나오니 젊은 일본인 남녀가 꽉 차 넘쳤다.

저들은 얼마나 좋을까, 젊은 날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30년 후를 그리고 있을까? 90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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