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2',월출산+대원사탬플스테이

2일째(5.4.토)---월출산 정상'천황봉' 809 미터 그리고 산성대둘레길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5. 11. 14:50

2일째(5.4.토)

어제저녁식사후, 탐방센터의 편의점에서 산 라면 하나를 끓여, 아침식사로 갈음하였다.

산장식당에서 월출산 ‘점심’으로 도시락을 준비해주었다.(단돈 5천냥...다른 것은 몰라도 ‘산속 도시락’은 히트상품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찝찝한 이부자리를 훌훌 털어버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산속 도시락을 챙겨들고 본격적인 월출산행을 시작한게 오전 8시30분.

산행의 초반은 언제나 느릿느릿. 느리게 또 느리게 시작해야하는 것은 기본.

나는 천황봉 정상으로 가는 코스중, ‘구름다리’쪽으로 움직였다.

(천황사 구경은 건너뛰고, 구름다리-천황사-산성대-(둘레길)-탐방센터 코스로 잡았다.)

 

구름다리.

해발510미터?

폭1미터+연장50미터?

계곡과 계곡을 잇는, 중간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공중의 다리였다.

구름다리까지 가는데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내렸나? 가파르기 그지없었다.

 

봉우리를 넘으면 또 봉우리가 나오고, 봉우리를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나왔다.

가파르게 기어오르기를 몇 번일까 ‘통천문’을 지나니 드디어 월출산 정상 ‘천황봉’ 해발809미터.

시간적으로 12시 가까이?

막상 오르고보니 정상이야 별것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오르기 쉽지않은, 서울근교산들과는 비교가 되지않은 매우 가파른 산이었다.

 

점심을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었지만, ‘도시락’을 까먹었다.

산장식당에서 마련해준 도시락은 내용도 충실하였다. ‘원더풀!!’

월출산 정상에서 도시락 먹는 사진을 찍으려고, 산행도중 안면을 튼 젊은친구들에게 ‘셀카’찍는 방법을 물었다. 나 스스로 혼자 사진찍어보려고 하였는데 굳이 그들이 찍어주겠다는데 또 거절하기가 그랬다.

‘산속 도시락’먹는 내모습이 찍혔다.

그런데 그들이 물을 요구하였다. 어찌할 것인가? 산속에서의 물한방울은 피한방울과 다름없는데 그들이 ‘물’을 요구하니, ‘아니오’할 수가 없었다. 환갑기념 지리산종주때, ‘거절’당했을때가 스치듯 지나가고, 나는 곧 ‘에스’하고 말았다. 그러나 내 물병 하나를 주는 셈이었으니 나의 속은 속으로 슬펐다.(하산하는 내내 물이 부족하여 전전긍긍해야 하였다. 그러나, 마음은 그래도 편했다.)

 

산성대쪽으로 하산하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가파르게 오르지만 아니했을 뿐이지, 가파르게 내리질러 내려가는 것이니 또한편으로 더 힘들기만 하였다.

등산화발바닥이 몇 번이고 미끄럼을 타곤 하였다.(등산화 신발이 넓지않은 것은, 월출산 하산길에는 주의할 일이었다.)

다행히 산지팡이 둘이 큰 역할을 해주었다. 중심을 잡아주고 힘을 분산시켜주니 내리막 가파른 하산길을 잘 도와주었다.

더군다나, 이제 내나이가 내일모레 70. 한참때의 내가 아니었다. 하산길이 되니 다릿힘이 딸리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을 소비해야하는 깊은 산, 높은산, 가파른산 산행은 이제 쉽지않았다. 무리할 일이 아니었다.

 

산성대 거의 다와서, 다른 젊은친구 일행과 마주쳤다. 산성대까지 거리.시간을 물으면서 산성대주차장에는 식수가 있겠지요 하였더니, 그들중 하나가 물한병을 가져가라하는게 아닌가?

산행중 물한방울은 피한방울과 마찬가지인데 받을 수 없다 하였더니, 이미 그는 산행을 거의 다 마쳤으니 부담없이 받으라 하는게 아닌가?

기특하였고 ‘복받으시오, 결혼하면 좋은짝 만나시오’하면서 물을 받겠다하였더니, 맹물이 아니라 ‘게토레이’였으니, 나는 나도 모르게 ‘맹물’이 아니네요 하고 말았다.

그래도 게토레이면 어쩌리 산속에서 마시는 게토레이도 고마웠다.

나는 답례로 ‘맛동산’을 건네주었다.하하하.

 

산성대입구에서 탐방센터까지...아니나다를까 ‘둘레길’이 있었다.

‘기찬묏길’이라 이름지어 불렀다.

도중에 ‘탑동약수터’에 들려서 시원한 깊은산속 약수를 실컷 들이키고, 빈물병에 가득 담아 마지막 남은 길을 재촉해가니, 얼추 오후 5시.(기찬묏길, 산성대에서 탐방센터까지는 1시간여?)

아침 8시30분쯤 시작했으니, 거의 9시간이 소요된 셈이었다.

무릎에 쥐가 나려하고, 장딴지에도 힘이 들어가니, 아까도 말했듯이 내나이 70이니 9시간 산행은 무리였다.

5-6시간 정도의 산행은 괜찮으나 이젠 8시간여의 산행은 무리. 더 이상 꿈꾸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마음은 아직 청춘이나 가는 세월을 어찌 다스릴 수 없으니, 어찌 할 수없으니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