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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돈이 쳐들어왔다..어찌 살아야하는가? 창업하자!!!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2. 3. 11:52

/다시 혼돈이 쳐들어왔다..어찌 살아야하는가? 창업? 컨설팅?!!

 

나;해태그룹 종합조정실로 보내주십시오, 아니면 ‘나는 컨설팅 사업을 하고 싶어요’

유사장;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나는 가끔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남들이 생각하지않는 일들을 느닷없이 꺼내들고 남들을 놀라게 한다고 한다.

좋게 말하여 상상력이 풍부하다, 창의성이 많다, 매우 창조적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엉뚱하다, 특이하다, 다른사람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하기도 한다.

좋게 말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남과 다른 생각을 자주 하다보니, 다른사람들이 나를 가끔 불편하게 느끼기도 한다.

 

불타서 거의 없어져버린, ‘농산팀’을 아무 준비도 없이 떠맡아서, 옛날의 화려한 ‘농산부’을 재생시키고 그 이상의 성과를 내게 된 것이 나의 공이 컸지만, 그 뒷면에서는 나의 말못할 노력과 희생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나의 공치사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언제부턴가 나는 영업통이 아니고, 전략통이어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영업을 하려면, 사람과 폭넓게 교류하고 친근하게 접근하여야 하는데 나는 근본적으로 내향성이 강하고 자존심이 뚜렷해서, 사람을 쉽게 사귀지못하는 태생의 단점이 있고, 술을 즐기지못하는 약점도 있다.

농산부를 다시 살려낸 것은,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어서 열심히 한 결과일뿐, 내가 영업통이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또 한편으로는, 쉴사이없이 달려온 ‘농산사업’에서 이제는 한발 물러서서, 제3자적인 입장에서 더 큰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있었다.

일선 현장영업부서에서 할 수 있는 어떤 한계같은 것을 느꼈으며, 그룹의 종합조정실에서 더 높은차원의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않은가 하는, 현장감각이 들어왔다.

 

이러저러한 생각들로, 나는 생각을 많이 하기시작하였고, 그 결과로 ‘농산부’현장을 떠나서 그룹 종합조정실로 옮겨,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장기계획을 입안하는데 일조하고싶어졌다.

(잠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었고, 선잠을 자다깨어나서는 새벽의 우면산을 미친놈처럼 뛰어다니고, 새벽탕에 홀로 몸을 담그고 상념에 젖었을 때가 바로 이때였다? 불혹의 40대를 넘어가야하는 치열한 '홍역앓이'였다.)

그래서 나는 뜬금없이, 해태상사 경영진에게 특히 유부회장에게 나의 뜻을 전달하였다.

돌아오는 답은 간단하고 바로 돌아왔다.

그룹종합조정실에는 박수석부장이 아니어도 큰 문제가 없지만, 농산사업에는 박수석이 없으면 안되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은 또 단호하였다.

회사의 입장이 그렇다면, 나는 해태상사를 떠나서 ‘독립’하는 길을 찾아야겠다고 선언하였다. 나의 말에 합당한 논리가 조금 결여되어있었지만 나는 한번 돌려진 나의 생각을 되돌리고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갑자기 ‘영업’에 진절머리가 난 것이었다. 이것은 논리로 설명될 일이 아니었다.

(그냥 하기 싫은데 어쩌란 말인가? 금호실업 다닐때도, 한번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외환과에서 수입원자재과로 옮겨서 별일을 다해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영업’하는 것이 나의 성겨과 전혀 맞지않다고 느껴졌고, 나는 바로 ‘기획실’로 자리를 옮겨주십사 제안했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되었고, 그때 이유도 ‘기획실에는 박대리가 없어도 잘 돌아가지만, 수입원자재과에는 박대리가 있어야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직서를 내고 나의 뜻을 관철하려고 하였다.

유부회장의 뜻을 가지고 새로오신 유사장님이 나를 불렀다.

유사장; 박수석과 오래 근무를 해보진 않았지만, 박수석은 매우 보기드문 순수파다. 그 순수파의 마음고생을 십분 이해한다. 누구는 영업통이고 누구는 전략통이고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둘다 못하지만 누구는 둘다 잘한는 사람도 있다. 전력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영업을 잘할 수 있는가 전략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영업도 잘하는 법 아닌가? 박수석의 생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결국은 마음문제인데...

유사장; 그래, 한다면 무슨일을 하고싶은데?

나; 저는 영업통은 맞지않으니, ‘컨설팅’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유사장; 제일 어려운 것이 ‘컨설팅’이에요. 더군다나, ‘컨설팅’으로 밥을 먹고살기가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특히나 ‘개인’은 절대 불가능해요. 내 장담하지요.

 

그리고 또하나, 해태상사에는 선택된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다. 해태상사가 아닌 일반시장이나, 새로이 개인이 창업하는 경우는, 만나는 사람이 질적으로 다르다. 개인이 감당하기는, 특히 박수석같이 순수파가 이겨내기에는 간단하지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개인사업을 하는 것은 정말 심사숙고해야할 일이다. 나는 박수석의 개인사업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유사장; 오늘 내일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고, 또 이야기 한번 더 하자.

나;.......(꿀먹은 벙어리, 어벙벙벙...)

 

며칠을 끙끙 고민하다가 나는 유사장님을 찾아가서, 두손 모두 들고말았다.

너무나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나의 앞길에 대해서 펼쳐보이는 유사장님의 설명에 어느 것 하나 반대의견을 낼 수가 없었다.

‘컨설팅’하겠다고 박차고 나가지 않는 것이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고, 도저히 박차고 나갈 이유가 보이지않아서였다.

 

갑자기 찾아오신 ‘오십견’은 마음근육과 다리근육을 더 키워주고 사라져주었지만, 또 느닷없이 쳐들어온 ‘전략통’이나 ‘컨설팅’은 40대 나이의 ‘불혹’을 이겨내는 ‘홍역앓이’가 되고는 사라져주었다.

나는 그렇게 또 커져가고 있었다.

내가 만일 그때, 종합조정실이나 컨설팅사업을 한다고 뛰쳐나갔다면 나의 운명은 어찌되었을까? 이것은 나의 자유의지가 나의 운명을 바꾸어보려고 했지만, 타의에 의하여 방해받으면서 다른 길로 갔는데...나의 운명은 누구에 의하여 방향 잡아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