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길가에 앉아서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0. 21:19
2003.9.28.일. 길가에 앉아서

‘가방을 둘러멘 그 어깨가 아름다워
옆모습 보면서 정신 없이 걷는데
활짝 핀 웃음에 발걸음 가벼웁게

길가에 앉아서 얼굴 마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우릴 쳐다보네‘


노랫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김세환의 통키타로 기억된다.
76년, 군대를 마치고 복학했으니, 이렇게 여름이 지나고 초가을 날씨였을 것이다.
오랜만의 캠퍼스는 모든 게 어색하고 답답하였지만, 학내외 사정과는 사뭇 동떨어졌지만, 이 경쾌한 노래는 시무룩한 내 마음을 끌어내었었다.

오늘 늦은 시각에 청계산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옛골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양재역 근방에서 내렸다.
이곳의 의자는 어쩐지 내게 편하다. 플라스틱의 싸늘한 의자가 아니고 기다란 나무의자라서일까.
의자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다.
속으로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여러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벌써 따사롭게 느껴지는 햇살.

여자 친구와 마주보며 앉아있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살피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머리 희끗한 중년이 배낭을 둘러메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은 그다지 좋은 시선은 아니었을 터이지만 나는 모처럼 한가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었다.


길가에 앉아서 얼굴 바라보면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다 아름답네
활기찬 발걸음에 내 마음 즐겁다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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