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독서노트 다시읽기

독서노트; '슬픔도 힘이 될까';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햄릿.데미안.조르바 2024. 3. 10. 11:25

09.슬픔도 힘이 될까;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962.11월 소련 문학잡지 노브이 미루’=신세계에 게재되었다. 책서문에, 편집장인 시인 알렉산드르 트바르돕스키가 인용한, 19세기 러시아 시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의 시구절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다’..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나는 이것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마지막 단락에 다시 인용하였다. 1985년 봄, 내 나이 스물여섯이어ㅆ다.

ㅁ.존엄을 빼앗긴 사람의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하루;

-생존을 위한 투뱅뿐이다. 이 평범한 러시아 남자는 그 절박한 생존투쟁의 와중에도 나름의 원칙에 따라 인간의 품격을 지킨다. 슈호프는 절대 꾀병을 부리지 않는다. 편하게 살기 위해 다른 수형자를 밀고하는 비열한 자를 맹렬히 혐오한다. 아무리 허기져도 남이 먹고난 죽 그릇은 핣지 않는다. 공짜로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도 않는다. 작업을 할때는 성의 있게[, 즐거운마음으ㅗㄹ 한다. 품격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존중할 줄 안다.정당한 근거없이 누군가르르 경멸하거나 미워하지않는다…단순하 원칙에 따라 소박하게 살면서, 자기에게 맞는 분수와 품격을 지키는 평범한 사람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늠, 식욕); 인간의 배는 배은망덕, 이전에 배불렀던 것은 금방 잊어버리고 내일이면 또 시그럽게 조를 것이 뻔하다…난 훈련병시절, 언제나 배가 고팠다..누가 달랠까봐 푸세식 변소에 숨어서 단팥빵을 먹은 끔찍한 추억의 주인공들 주변에 찾아보면 꽤 많다. 굶주림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고 비열한 짐승이 된다…논산훈련소에서 내 자신이 머리좋은 짐승’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여러 차례 겪었다..’운명적인 선택’의 시간..야외 각개전투 점심시간, 배식하는 병사가 누구냐? 소심형이냐 원치형이냐 과감형이냐에 따라, 앞에 서느냐 뒤에 서느냐에 따라 밥양이 달라진다…뒤에 섰다가 자칫 밥이 모자라 점심을 굶을 수도 있다..조금 훈련을 마치고 배식 준비에 들어가는 동료훈련병의 평소 성격이 어땠는지, 어디에 설것인지 불안감과 설렘 사이에서 선택하고, 푸짐한 식판을 받아들고서 미어져 나오는 행복감을 주체하지 못해 안면근육에 힘을 주어 표정관리를 하는 스무 살 청년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나는 당시 그렇게 행동하는 내 자신에 대해 큰 슬픔을 느꼈다. 명색이 지성인이 되고자했던 제 잘난 인간이, 불과 넉 달 전에는 정치군인들의 권력찬탈을 저기하기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하자고 외쳤던 자가, 그래 겨우 밥 한 숟가락 더 먹어보겠다고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니!!! 기껏 반ㅊㅏㄴ 한입 더 먹게 되었다고 행복을 느끼다니, 그대 비천한 짐승이여!!(그런데 국 두그릇을 해치우는 슈호프의 모습은 결코 비천해 보이지 않았다..그것은 장엄하고 성스러운 광경이었다. 나는 이것이 솔제니친 자신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누구도 이런 글을 쓸수가 없다..)

.슬픔과 노여움의 미학;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슬픔과 노여움으로 쓴 소설이다..슬픔은 슬쩍슬쩍 비칠 뿐이고 노여움은 극단적으로 억제되어 있지만, 이 소설이 묘사한 상황은 그 자체로서 측정할 수 없이 깊은 슬픔과 뜨거운 노여움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와 같다..주인공 슈호프는 용감하고 ㅆ정직한 러시아 병사였다..

.이반데니소비치 탄생의 비밀; 푸시킨과 도스토엡스키가 황제의 검열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솔제니친은 공산당의 검열을 받아야 햇다.(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에 담긴 슬픔과 노여움의 미학은, 푸시킨의 문장이 지닌 발랄함과 낙관, 톨스토이의 작품과 삶이 풍기는 농염한 휴머니즘 위에 서있다.

.노동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아무 죄도 없히 억울하게 수용소에 갇혀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힘든 강제 노역에 동원된 죄수들이, 노둥 그 자체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에 몰입하는 것이다..이 대목을 읽으면 마치 캄캄한 방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장면을 보는 듯하다..’안나 카레니나[서 레빈이 농부들과 함께 풀을 베는 장면을 묘사한 레프 톨스토이를 다ㅣ 만나는 것 같기도 하다..언어가 있다는 ㅓㄳ, 문자를 쓴다는 것,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가 있다느 ㄴ것, 솔제니칱과 같은 작가가 있다는 것,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춭ㄱ복이다..2024.3.10..오전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