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 2대

팔불출 2대

 

우리 아들은 참 명쾌하다.

요즘 세상 아들들은 모두 다 똑 같은 아들이 아니란다.

그에 의하면, 늦게라도 결혼하면 이미 효자 아들이며, 손주를 안겨드리면 1등 효자 아들로 승격 된다.

만일, 서른 전에 결혼을 하고 거기에 손주까지 안겨드리면 특등 효자 아들로 등극한다.

우리 아들은 아직 서른 전인데 그가 100여일 전에 아들을 얻었다.

그는 특등 효자 아들이 되었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아들을 본 뒤로 그의 안부전화가 부쩍 잦아졌다.)

(이제는 특등 효자 아들이니 자주 안부전화 드려 효자 노릇 더 많이 해야겠다는 명쾌한 결론을 낸 것일터다.)

(그 특등 효자 아들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그 아들; 아빠… 아빠아앙…, 우리 아들은 참 똑똑해요!!!

나; (?????)......(밑도 끝도 없이 제 새끼 똑똑하다 하니 대체 왜 그럴까?)

그 아들; ...오늘 아들 데리고 예방접종주사 맞으러 갔는데요….아들이 간호사 주사기를 보자마자 막 울어댔어요!!!

나; (???)...............

그 아들; 지난 번에는 주사 맞고나서 울더니 이번에는 주사 맞기도 전에 울었다니까요!!!

나; (???)……………….

그 아들; 태어난 지 이제 겨우 100여일 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이인데 참 똑똑하지요, 네?’

나;……

 

주사도 맞기 전에 왕왕왕왕 울어대는 난감하기만한 새끼를 어찌해야 좋을지 걱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하였던지 우리 특등 효자 아들이 내린 결론은, 우리 아들은 참 똑똑하다! 였다.

이 놀라운 소식을 어서 빨리 빛의 속도로 애비에게 숨가쁘게 주절주절 알리는 것이었다.

자식자랑은 팔불출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특등 효자 아들은 제 새끼 자랑에 정신이 없었다.

 

 

‘흐미, 우리 아들은 그 어려운 것을 또 어찌 알았을까?’

‘우리 아들은 너무 똑똑하다 똑똑혀!!!’

아무리 자식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해도 나도 우리 아들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아들에 그 애비였다.

누가 뭐라 하든 말든 우리 팔불출 2대는 오늘도 행복하다.

 

다음 언제 좋은 날을 택해서 우리 손자 녀석 더러 이 하부지 골프스윙 한번 봐 달라 할 것이다.

우리 손자는 매우 똑똑해서 한 번만 봐도 무엇인지 알아내니, 내 골프스윙도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곧 알게 될 터이다.

나는 이미 싱글 골퍼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박동희(식품공학과 1970년 입학, 손전화 010 3712 6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