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26
2003.6.26.목,1349. 호텔로비에서 정리
녀석은 또 늦는다.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시간약속은 빵점, 예의도 낙제점, 문화의 차이를 감안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하는 일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그동안 나의 경험칙하고는 사뭇 다르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지금쯤 문제가 나타나거나 이미 나타나 있는데 내가 모른지도 모른다. 알 수가 없다.
더 두고 봐야 하는가.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씩 허둥대고 어긋남이 엿보인다. 그러나 심증만 가지 확실한 느낌은 아직 없다.
무엇이 그를 바쁘게 하는가. 뭔가 딴일을 딴 생각을 하는 것이리라.
제발 ‘헛일’ ‘나쁜 일’을 해선 안되는데 걱정이다.
빠른 것이 좋은가 느린 것이 좋으냐, 일을 계획적으로 밀고 가야 좋으냐, 닥치는 대로 하는 것이 좋으냐. 우리 삶의 대립되는 가치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인간과 신, 자연과 인간, 도시와 농촌, 고대와 현대, 남자와 여자, 낮과 밤, 가난과 풍요, 안락함과 고달픔, 자유와 구속, 행 과 불행, 문명과 야만.
그 기준은 무엇인가. 또 그 기준은 누가 만드는가. 누구를 위하여 언제부터 언제까지 적용되는가. 결국은 기준에 따라 언제든지 무한정으로 다시 말하면 무조건적으로 평가되고 결정될 수도 있다.
주체에 따라, 어느 때의 환경에 따라, 가치들이 다르게 평가된다.
어느 때는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한다. 누구보다 부자이기도 하지만 또 누구보다도 가장 가난하다고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하고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절대기준을 갖고 있으면 그는 행복하다.
다른 사람의 잣대에 맞추려는 사람은 항상 가난하고 불행하다.
절대적이면서 상대적인 잣대, 마술 지팡이는 너의 마음 속에 이미 자리잡고 있다.
네 하기 나름에 따라 세상 모든 일이 결정된다.
시간을 보자. 아무리 절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있어도 시간을 쓰지 못하는 자에게는 언제나 부족할 것이며, 많지 않은 시간도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사람에겐 언제나 여유가 있을 것이다.
흥미없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재미있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은 빨리 달린다.
절대적이면서 느낌은 상대적이다. 절대적 시간을 상대적으로 다루어 보라.
나의 기준을 재미있게 해야 한다. 절대적 시간은 항상 절대적으로 거기 있으나, 쓰는 내가 시간을 상대적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1403, 호텔로비에서
녀석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 무엇을 하기로 한 것, 이것은 희망의 다른 표현이다.
오전에는 누구를 기다리지도 않았고, 특별히 무엇을 할 계획도 없었다.
그냥 무료하게 지나버릴 수 있었는데 시내 둘러보기로 하면서 절대시간을 소비하였고, 그 흐름의 크기와 세기는 상대적으로 알맞게 소화되었다. 주관적인 나의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실현되지 않은 희망을 갖는 것은 기대감이 있어 사람을 살아있게 하는 힘이 있다. 기다리는 동안은 기대감으로 절대적 시간을 찾아낸다. 희망이 사라지면 절대적 시간은 무거워지고 나의 상대적 시간은 절망으로 변한다.
희망과 절망 사이, 절대적 시간과 상대적 시간 사이에서, 내가 해야하는 일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루앗은 누구인가. 루앗에게 나는 누구인가.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