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21
2003.9.21.일.710p, 인천공항에서
KE681, Gate 19, 호치민행.
오늘도 공항은 붐빈다. 자유롭다.
-경계인으로서 삶을 반추하면서 미래를 위해 극히 소중한 것들을 가슴깊이 되새길 기회를 갖고 싶다.
어느 편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선 위에서 고독하면서도 긴장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경계인.
-나에 대한 체포영장은 남북 중에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며 이런 상황이 되면 양쪽 모두 배제할 수 밖에 없으며 갈라진 반쪽만 취할 수는 없다.
-한국의 변화속에서도 변치않는 그 무엇을 기대하고 확인하고 싶다.=민족사랑
-학자로서 제자를 키워내지 못하는 비애감을 털어버리고 싶다. 여자가 아이를 못낳는 것과 같다.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느 뉴턴의 절대시간개념이 붕괴되듯이 텅빈채 죽어있는 공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은 물리적인 객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인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놓쳐버리는 ‘찰나’라는 시간속에서 우주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너무나 평범하고 미미한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도 위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의 다른 차원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단지 감각기관에 대한 훈련이나 영상매체로 연결되는 과학기술적 요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나’가 아닌 것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시들어가는 꽃을 마주하면서도 땅속에 떨어진 한 알의 씨앗이 힘겹게 흙의 무게를 이겨내고 새 잎을 내밀어 꽃을 피우는 모습들을 떠올릴수 있다면 오랜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주름지고 메마른 얼굴을 마주하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힘겨운 시간들을 묵묵히 이겨낸 시간들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세상과 화해하고 삶을 사랑하고 감사하게 된다.
우리가 스쳐지났던 모든 것, 우리가 지금 스쳐지나가려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움이 아닐는지.
2003.9.21. 일. 2320, 탄손나트 공항,
안디라 공항 영접, 르네상스 호텔 채크인, 1625호, 2340-2400, 20분.
10불*15,470동.
밤늦은 시각, 호치민은 비를 보내어 나를 맞이한다. 비가 찔금거리며 내린다.
거리는 조용하나 그렇게 밝지 않다. 오토바이의 여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도 자동차도 셀 수 잇을 정도, 오늘 밤의 호치민은 여느 때와는 달리 한산하다.
르네상스 호텔의 채크인 담당은 너무 사무적이며 넘겨짚는다. 팁을 2만동쯤 주라고 조언하다니.
이번에는 칫솔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미국출장에는 젤리를 어디다 둔지 몰라서 허둥대었는데, 가방 속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집에서 아예 집어넣지 않은 것일까.
다행히 호텔은 칫솔을 2개나 준비해 두었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서인지 머리가 개운하지 않고 몸이 찌부뚱한 게 몸살 직전의 상태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