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출장여행기

베트남 여행기 11-----비 내리는 호치민

햄릿.데미안.조르바 2003. 6. 25. 15:01

베트남 여행기 11-----비 내리는 호치민

2003.6.25.수.2100.Saigon Prince Hotel 307호에서 정리.

퀴논/호치민 1630/1800.

퀴논을 떠나면서 호치민 지방에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을 하였었다.

그러나 퀴논을 이륙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비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호치민 가까이 오는가 싶더니 기체가 흔들리고 주위 하늘이 어두워졌다. 겁이 새삼스럽게 났다. 세차게 빗방울이 뿌려댔다. 비행기 차창밖은 빗방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줄곧 평화롭던 주위 하늘의 풍경이며 땅위 장난감같은 광경들이 시야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몇 분이 지났을까.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싶더니 호치민 시내가 들어오고 이윽고 공항이 보이고 곧 쉽게 착륙하였다. 그러나 빗줄기는 여전히 거세었다.

비를 맞으며 공항을 나왔지만 어찌된일인지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날은 더 어두어졌다. 은근히 나는 기분이 좋았다. 찜통더위보다 시원한 빗줄기가 얼마나 상쾌한 일인가. 옷이야 비에 젖든 말든 무슨 큰 일인가.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도로 위로는 물이 넘쳐 흐르고 곳곳에 전기가 끊긴 곳이 눈에 띄었다. 오토바이들은 물을 피하고 비를 피하여 도로곁에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그 틈을 이용하여 장사꾼들은 오토바이용 우비를 팔고 있었다.

날은 더욱 더 어두워지고 캄캄하기까지 한다. 나는 속으로 즐겁다.

이게 얼마만인가. 지난 87년 방콕 지사장 시절, 주말 골프를 치고 돌아오는 길에 엄청난 폭우를 만나 쌍불을 켜며 엉금엉금 기어왔던 기억이 새롭다. 빗물의 폭격이었다.

오늘은 아직 그때 그 정도는 아닌데 괜스레 마음이 신나게 어린애처럼 달려간다.

태초의 원시상태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서일까. 도시도 사람들도 머리를 들지 않고 눈치를 보는가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공원의 나무들이 이제야 힘을 내어 춤을 추고 소리낸다. 늘씬한 키를 뽐내며 자랑하고 있다.

물이 차오른 도로는 오토바이를 무겁게 하고 자동차도 부끄럽게 엉금거리며 목적지를 찾아간다. 도시는 새삼 더위를 몰아내고 사람들은 다시 생기를 찾는다.

호텔에 도착하고 녀석은 집으로 일찍 보냈다. 외국손님과 함께 출장을 며칠 다녀오면 집에 있는 가족들이 우선. 나는 그렇게 미리 처리해 주었다. 녀석은 아는지 모르는지.

호텔 체크인 1900경.307호.

져녁은 한국식으로 해야지. 식사를 하고서 씻고 천천히 잠을 자자고. 호텔 직원에게 어디 가까이에 한국식당이 없는지 물었더니 설명해준다.

밖을 나가니 아직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린다. 5분여를 뛰어 '서울식당'

돼지갈비를 시켜 고추 마늘 된장 상추쌈에 푸짐하게 먹었다.

몸무게가 늘어나면 어쩔 것이며 혹 콜레스테롤 수치가 많아지면 또 어떨 것인가.만병의 출발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오늘 이렇게 즐거운데 무슨 걱정을 한단 말인가.

입이 터지게 눈알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배가 터지지 않도록 맛나게, 늦어진 신문까지 보면서, 와이티엔 뉴스도 보면서, 늘어지게 저녁을 마쳤다. 아니 호치민에서 와이티엔 뉴스를 볼 수 있다니,녹화방송인가.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얼마만인가.비를 맞으며 한가하게 걸어가는 것이.일부러 비를 찾아 가면서 기회를 만들 수도 더군다나 해외출장중에 비를 만나 걸어가는 기회가 어디 흔케 찾아오는 경우수이겠는가. 이건 정말 운이 째지게 좋은 경우이다.

비가 그칠 때까지 도시를 헤맬 자신과 여유없음이 아쉬울 뿐.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호텔에 들어오니 역시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자꾸 죄없는 리셉션 여직원이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