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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종주기(6)....물한방울=피한방울!

햄릿.데미안.조르바 2021. 2. 16. 23:02

제 목작성자등록일조회수

지리산종주기(6)....물한방울=피한방울!
줄파 2012-01-06 17:03:16 49

토끼봉-3키로-연하천대피소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니 12;20경.

토끼봉을 떠난 것이 11시경...그러니깐 1시간반쯤 걸려서 3키로...

노고단-토끼봉보다 더 험한 길을 걸었으니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이런 속도라면 벽소령대피소 통과제한시각 3시30분은 지킬 수 있겠다 싶었다.

혹시 모르는 일...

조금이라도 시간확보를 위하여 점심식사는 벽소령대피소에서 하기로하였다.

너무 빈속으로 움직이는 건 좋지않을 것이고 때가 되었으니 그래도 뱃속에 기별은 해야했다.

쵸코렛하나, 비스켓 한조각 그리고 사과 1/4 조각을 입안에 넣었다.

꿀맛으로 다가왔다.

사람의 마음이라니....

연하천대피소는 샘물이 바로 지척에 있었다.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벽소령을 향했다.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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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천대피소-3.6키로-벽소령대피소

왜이리 힘이 드는고야?

왜 이리 험난하고 가파른 고야응?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는거쥐?

무릎에 조금 무리가 오는 것같아서 무릎보호대를 껴입었다.

불편하였지만 갈길이 아직 멀고 만만치 않으니 선제적조치를 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하이고 다리다리얏!

오메 힘든거!

드디어 벽소령대피소

오후2시 30분경....통행제한시각 3시30분을 충분히 남겨두고 있었다.
30분정도 벽소령대피소에서 점심휴식을 하고 3시경 세석대피소를 향하여 출발하면 될 것이었다.

그런데...
연하천대피소에서 가득 채운 물통이 바닥이 나버렸다.

물 보충을 하려고 샘물터 가는 길 표시를 따라 얼마쯤 내려갔더니 '산아래 70미터'라 표시되어 있었다.

단 70 미터인데도 어찌나 까마득하게 느껴지는지 천리길보다 멀다 싶었다.

70미터가 아니라 분명 7키로의 무게로 다가왓다.

세석대피소까지 가기도 전에 이곳 벽소령대피소에서부터 지쳐있으니 이를 어찌 다스려야 할지 난감하였다.

물채우는 것을 포기했다.

물 채우는 것을 포기하다니@@@@

산에서는 물한방울이 피한방울이라는데..도대체 얼마나 지쳐있었길래 그 물채우는 것을 포기하다니....

남들이 이해가 될까?

나도 이해가 잘 되지 않은데....

이럴줄 알았으면(벽소령 대피소의 샘물은 산아래 70 미터에 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물통하나를 더 채울껄...후회해본들 이미 떠난 배였다.

또한편으로는, 뱃속에서 아우성이었다.

점심때가 훌쩍 지났으니 참을성 모르는 나의 뱃속은 있는대로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밥을 달라 그렇지않으면 여기서 그만둘 것이다!'

급하게 민생고를 해결해야 했다.

따뜻한 밥은 없고 딱딱 굳어빠진 콩떡인절미를 들이밀었다.

꾸역꾸역 입속에서만 맴돌았다.

목넘어 뱃속으로는 진입하지 않으려하였다.

물이라도 집어넣어 흘러보내면 좋으련만 물도 없고.....

김치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쩝쩝쩝

거칠게 간단한 식사는 ‘고행’의 찰떡궁합?

‘고행’에 딱 맞는 선택이었다.

무릇 ‘고행’에는 고통과 즐거움이 함께 있다는 누구의 말을 믿어주기로 하였다.

때맞춰 젊은산꾼 둘이 왔다.

그들은 오자마자 배낭을 풀고

코펠과 버너를 내놓고 늦은 점심을 준비하는 것 아닌가.

‘진수성찬’을 준비하는 그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이것저것 예의체면 따질 겨를과 틈이 없었다.

체면몰수나;물 좀 얻을 수 있을까영?...저아래 샘물터는 도저히 갈 수가 없고여...(거의 반죽어가는시늉하면서)

젊은그들;(속으로..으잉 왠무차별공격하삼?) 우리도 물이 많지 않아서요...

체면만구긴나;...........(속으로..흐미 그러면 그렇지잉 산속에선 물한방울이 피한방울과 같지요..달라고 하는 내가 잘못이지비..).....

젊은천사; 조금만 드릴께여...조금 더 가면 선비샘이 있으니 거기서 보충하세여...

복받은나;감사감사 하늘만큼 땅만큼...복많이 받으실꺼요,젊은님!(나는 호들갑을 떨면서 나의 체면을 숨겼다)

물이 입속으로 들어오니

입속에서 몽그작뭉그적거리던 콩떡인절미들이 좋다고 난리부르스들을 쳐댔다.

만세만만세!

이 매정한 세상에도 따뜻한 사람들 또한 있다는 것

죽으란 법은 없다는 것

그러나, 배낭무게를 조금 줄이려고 연하천대피소에서 물통하나에만 물을 채운 어리숙하기만한 나의 약싹빠른 속셈법.

70미터 ‘고행’을 멀리하고 결국 체면몰수 피반병을 갈취한 나의 철면피.

‘지리산종주’ 역사속 한페이지 기록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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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 2012-01-07 00:01:44

    드~뎌 대자연앞에 조금씩 작아지는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기 시작... ㅎ
    그래 만물을 창조하신 전능하신 그분앞에선 겸손해진다 했든가유 ??
    험난한 오르막과 가파른 내리막도 구비구비~ 체면몰수줄파님께서 복받은 줄파님으로 환생(?)하기까지
    짧은시간이었지만 깊은 깨달음이 있었으니 이또한 '고행'의 고통이아닌 즐거움 아니었든가~ ㅎ
    어렵사리 물먹은 콩떡인절미들의 난리부르스에 덩달아 힘이 납니다요^^
    아마도 '체면'만 챙기셨음 메스컴을 타셨을지도... "지리산종주길 탈진해 쓰러진 등산객"이라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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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 | 2012-01-08 11:28:08

    물방울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암다 ㅎㅎ
    줄파님이 점점 더 커 보임다!
    울 줄파성님의 도전은 계속되리라...그리고... 승리하리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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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 | 2012-01-08 15:04:38

    줄파님의 지리산 종주기 마지막편을 보니 갑자기 몇년전에 보았던 "Alive"라는 영화가 오버 랩됩니다.안데스산맥에서 비행기가 추락하여 생존한자들의 생존과 위선의 갈림길에서 갈등을 영화한 것인데....젊은이들에게 물한방울 부탁할 때의 줄파님의 심정과 궁하면 통하리라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몸 건강히 졸아오셔서 등산으로 늘어 난 비거리로 기흥골에서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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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암 | 2012-01-11 08:49:58

    하하하하,,, 고행길이 첩첩산중으로 앞길을 가로막고 있을테인데,,,
    갈수록 흥미 진진해진은 줄파 지리산 종주기,완판은 매진상태가될거같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