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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종주기(4)....밀당?

햄릿.데미안.조르바 2021. 2. 16. 22:59

제 목작성자등록일조회수

지리산종주기(4)....밀당?
줄파 2011-12-30 16:14:39 54

9.20.화.

06;00

노고단 대피소 출발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노고단을 출발하였다.

(노고단 도착이 5시30분쯤이었으니...성삼재를 출발한지 1시간반...이제 본격적인 지리산종주를 시작하는 것)
드디어...
대망의 지리산종주 시~작!!!
얼마쯤 갔을까?

어둠이 완연히 가셨다.

바람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산안개는 여전하였고.. 하늘에는 왠일인지 구름이 잔뜩 도사리고 있었다.

시야는 넓게 터지지않고 희끄무레한 회색빛이 둘러싸고 있었다.

늦여름 초가을의 지리산풍광 구경은 포기해야했다.

그대신에 안개비가...

살가운 안개비가 시야를 폭넓게 떠다니며 특별한 볼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나무가지 사이로 가끔 햇빛이 쏟아비치면 반짝반짝 빛을 내는 것들이 무리를 지어 떠다녔다.

산안개 쪼가리들이 햇빛을 받아 굴절하고 반사하는 것이었다.

마치 셔치라이트를 켜서는 그속에서 켰다 껐다!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것이 마치 금빛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안개비속 산안개의 파노라마!

시인은 이를 어떻게 읊을까?

화가는 이를 어떻게 그릴까?

마음속에만 담아둘까?

나는 이 순간을 놓칠까 마음의 샤터를 서둘러 눌렀다.

마음사진을 찍어 마음 속 저깊이 담아 넣어두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냐?

속세는 분명 아니고 예가 지금 어느 선계가 아니겠느냐?

노고단 새벽 산안개와는 또다른 신비감이었다.

또또

장자의 호접몽.

나비의 꿈.

내가 나비냐 아니면...??

이런 신비한 상황을 누가 연출하는 것일까?

 

여름날 산꾼들 규칙 하나;

‘산행중 땀을 많이 흘리니 탈진을 방지하기 위하여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

나는 누가 뭐라해도 교칙을 잘 지켰던 왕모범생.

이제는 진화하여 사회규칙을 잘 지키는 사회모범생.

당근 산에서도 나는 모범생!

여름날산행 규칙에 따라 나는 시간만 나면 홀짝홀짝 줄기차게 물을 마셔두었다.

문제가 발생하였다.

생각보다 빨리 자연이 자꾸 나를 불러대었다.

코쟁이들말로 Nature calls me so frequently.

그것은 자연의 순환, 선순환이었다.

그러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거의 동반동행하게 된 노고단옆자리 여성동무들 보기가 조금 민망하기만 하였다.

자연의 요구에 순응하여 숲속 은근하고 깊은 곳을 몇번 찾고나서야 나는 그 이치를 깨달았다.

초가을같은 날씨에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아무리 씩씩대며 산길을 걸어도 땀방울이 나오지 않은데도, 물은 끊임없이 줄기차게 몸속으로 들어오니...자연이 내몸속 물을 자연히 몸밖으로 불러내는 것이었다.

그렇지,아항!
초보산꾼의 경험 끝에 나온 산행팁 하나;

‘여름이라도 초가을같은 날 구름낀 날씨에는 산행규칙 물을 많이 마셔라는, 따르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나 여성동반자가 있을때는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이 더욱 신사다!’

 

‘밀당’을 아는가?

지리산 종주(주능선;노고단대피소-천왕봉) 길이는 총25.5키로...거기다가 오르고(성삼재-노고단) 내려가는(천왕봉-백무동) 거리까지 셈하면 약40여키로...

지난 8월, 여름휴가때 동해안 강릉 바우길을 이틀동안 50여키로를 거뜬하게 걷고나서는...
지리산종주길25.5키로(총40여키로)가 눈아래로 들어와 보였다.

아무리 지리산이라 해도..
속으로 까짓껏 해볼만 하다하였다.

아직 얼마 걷지 않았지만 막상 걸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보통 평지길이 아니고 큰산을 몇개나 오르고 내려오는 길이니 거리상 단순비교는 터무니없다싶었다.

주능선 25.5키로는 도표상 직선거리를 나타낼 뿐, 단순한 25.5키로가 아니었다.

큰코를 다치고도 남았다.

큰산 하나 속에서는 또다른 크고작은 오르막내리막길과의 만남이 끊임없이 연속되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힘들어하면 곧 조금 지나서 분명 내리막길이 나오긴 나왔다.

힘들다싶어 쉬었으면 할때 여지없이 내리막길이 나와서 살살 달래주는듯하였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성친구를 사귈때 한다는 ‘밀당’과 같다 할수 있을까?
밀었다 당겼다?
밀었다가는 가끔 살짝 당겨주는....
바로 그때였다.

‘지리산산길이 꼭 ‘밀당’하는 거 같다아아!‘

나와 거의 일행이 되다시피한 노고단옆자리녀성동무하나가 말하는 것 아닌가!

사람마음이란 것이 가끔은 어느 순간에 똑같기도 하구나싶어 신기하였다.

나의 작은결론하나;

‘지리산종주는 크고 작은 수많은 밀당의 연속이다’

좀더 난해하고 무식한 전문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지리산종주는 밀당의 중복합체''

작은것 중간것 조금 큰것 큰것 아주큰것 아주아주큰것 엄청나게큰것등 수많은 오르막내리막''밀당''의 중복합체???
우리는 하나를 알면 둘셋을 곧 알게된다.

지리산종주만 밀당이 아니고, 우리들 삶도... ‘밀당’이다!!!ㅎㅎㅎ

힘들다 속상해 하지말고

몰라준다 안타까워하지말고

기다리기도하고

쉬기도하고

가파른 오르막길 참고 넘으라!

때로는 밀어붙이고...
때로는 끌어당기면서.../투비꼰띠뉴드

  •  

    만파 | 2011-12-30 21:49:13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두 내년에 밀당하러 거고 싶어지네요.
    새해에도 여기 저기 많은 밀당경험 갖기 바랍니다.
    ㅋㅋㅋ.

  •  

    카라 | 2011-12-31 13:48:47

    즐파님에 글을 읽다보니 자연에 신비로움이 가득찬
    한편에 시를 연상케 하는군요.
    산안개가 안개비까지 내리게 하는 아름다움에..
    가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하네요.
    계속되는 멋진글 감동입니다.
    다가오는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 l

    마두 | 2011-12-31 21:48:56

    ㅎㅎㅎㅎㅎ밀당~~ 난 먹는 것인 줄 알았자녀~~~ㅎㅎㅎ 사진도 보여 줘~~~~잉~~!

  •  

    나무 | 2012-01-01 00:06:12

    지리산 종주기 4편에서 얻은 진리는 "우리들 삶도 밀당이다"... 동감임다 줄파님
    지금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덧글을 달고있는 나무
    새로이 맞을 2012년의 다사다난할 시간들과 "밀당"을 정말 잘해서 되도록 신나게
    살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

  •  

    무지개 | 2012-01-02 13:16:06

    '밀당'! 밀수꾼들 은어인 줄 알았슴다 ㅎㅎ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 줄파성님을 무지개고수의 갑장으로 모시것슴다ㅋㅋ
    항상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줄파성님의 끝없는 도전에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날아라 흑룡처럼 활짝 피어라 무지개처럼! 파이팅^^

  •  

    계원 | 2012-01-03 13:17:28

    산안개 쪼가리들이 햇빛을 받아 굴절하고 반사하는 빛, 안개비속 산안개의 금빛 파노라마..
    직접 보지않고서는 상상이 어려운 선계의 풍광에 셔터를 누르기에 모자라 마음사진을 찍어두신 줄파님이 부럽습니다.
    힘든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는 법 우리가 자연에서 모든 것을 배우듯이 우리네 인생도 그'밀당'의 진수를 안다면 그리 좌절할 일도 또 크게 자만할 일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