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출장여행기

베트남에서(3)----왕처럼 살수는 없는가.

햄릿.데미안.조르바 2003. 10. 2. 12:38

'왕처럼 살았다'

얼마전 한국계 미국인이 그의 서울생활을 '왕처럼 살았노라'고 해서 유명해진 적이 있었다. 서울의 밤이 외국인에게는 '끝내주는 생활'이었다는 이야기.

동남아 출장여행을 하다보면 어떤 면에서는 '왕처럼 산다'는 즐거움을 느낄 때가 많다. 물론 위의 미국인처럼 향락적 의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의 의미로 말한다면 '왕처럼'이 아니라 '거지처럼'이 보다 적확한 표현일 것,

이곳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그냥 너무 간단하다. 돈의 압박에서 벗어난 해방감. 서울의 물가보다 최소 1/3에서 어느때는 1/10이 되고보니 씀씀이에서 이미 왕이 되고도 남는다.
돈을 쓰고싶은대로 쓰는 맛 그보다 더한 재미가 있는가. 어디 '왕'이 따로 있는가. 하고싶은 것을 하고싶은대로 하는 것이 바로 '왕' 아닌가.

비즈니스 여행을 하는 내가 느끼는 또다른 즐거움은 영어로부터의 해방이다. 미국이나 유럽여행에서는 코쟁이 아저씨들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쉽게 떨칠 수 없다. 선생님 앞에서 영어를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 학생 앞에서 영어를 한다고 가정해 보시라. 우리의 영어는 갑자기 부끄러움을 모르고 언제 주눅들었더냐는 듯이 씩씩하기 그지없다.

거기에 물건을 파는 쪽이 아니고 사는 쪽이라면 영어는 물을 만난듯 좔좔 흐르고 생각나지 않던 유머까지 함께 춤을 춘다. '왕'이 되어있는 나를 본다. 영어의 부담감이 없는 상담, 편안하다. 그것은 '왕'이 된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어도 잘 되고 유머도 잘 되고 나는 이미 너그럽고 여유로운 '왕'이 되어 있다.

동남아 여행에서 느끼는 또하나의 즐거움은 '시간의 흐름'에서 나온다.
우선, 시간 흐름의 속도. 더운 지방의 생활이어서인지 우리 한국사람들의 일상속도와 그들의 생활속도는 비교될 정도로 차이가 난다. 우리가 너무 빠르다. 삶이 100미터 경주하기라면 우리가 언제나 이기는 것과 같다.

그들은 느려터지고 우리는 빨라터진다. 시간의 흐름 속도에서는 우리는 동남아에서는 스트레스 쌓일 일이 없다. '왕처럼'걱정이 없다.

다음은 시간 흐름의 순서. 이곳의 시간은 우리가 만난 시간보다 늦게 흘러 온다. 단순히 해가 우리보다 2시간 늦게 뜬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10년전 20년전 경험했던 것을 이들은 지금 배우고 고민한다. 우리는 대학생이면 그들은 중학생 또는 잘해야 고등학생 수준이라고 할까. '애들 손목잡기' 일들이 많다. '왕처럼' 사는 즐거움을 일에서도 느낄 수 있다.

변화의 속도에 대한 적절한 적응여부가 우리의 스트레스라고 한다면, 이겨내는 방법은 두 가지.
그 속도를 뛰어넘거나 그 속도를 아예 무시해버리고 느리게 살아가거나가 아닐까.
'왕처럼' 살 수 있는 길이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고, 그렇게 어렵다고 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우리 한번 왕처럼 살아보면 안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