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글쓰기(모음)
휴가 이틀째 마지막 날, 이효석 문학관에서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7. 30. 16:46
지난 일요일 갑작스레 시작된 휴가 이틀째 그리고 마지막 날 오후,
강원도 둔내의 한 리조트로 되돌아 가다가, 도로 이정표에서 '봉평'을 보자 바로 '메밀꽃'을 찾아나서고 말았다.
혹, 나중에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 가는 길, 이효석 문학관을 찾으실 기회가 있다면, 조금 참고가 될까요?
강원도 봉평, 이효석 문학관 가는 길은 영동고속도로 둔내 나들목-태기산-봉평, 또는 장평 나들목-봉평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데, 저는 들어갈 때는 태기산 정상으로, 나올 때는 장평 나들목으로 하였습니다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누던 곳''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레방앗간으로 들어가질 않았나'
장돌뱅이 허생원이 술만 먹으면 쏟아내는 레파토리, 하룻밤 풋사랑 이야기 초입.
봉평읍내를 가로지르는 조그만 하천 옆, 물레방앗간 앞, 돌 위에 쓰여 있었고, 이는 나를 사정없이 옛날의 고3으로 되돌리고 말았다.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철없고 꿈 많던 소년, '메밀꽃 필 무렵'은 상큼한 초가을 달밤의 은은한 노래였으며, 한 폭의 동양화였으며, 한 편의 아름다운 서정시였다.
'밤중은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또다른 기념비에서.
효석 문학관까지 가는 숲속 오솔길은 호젓하고 운치가 있어 좋았다.
자칫 도시의 문명이 고약한 손길을 뻗쳤을 뻔한데도 어떻게 간신히 그 마수에서 벗어나 있었을까.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닐 터이지만 아직은 있는 그대로 자연을 품고 있어 다행이었다. 암탉도 보이고 다람쥐도 달려서 숨고, 매미소리도 시골을 닮게 울고 있었다. 도시의 매미 울음소리는 사납고 시끄러운데, 이곳 매미는 시골스럽게 울면서 나를 반가이 맞이하는 것이었다.
살짝 땀이 밸 듯 말 듯한 거리, 그 오르막 끝에 효석 문학관이 있었다. '오늘은 휴관' 왜 오늘 문을 닫아야 하는가? 일요일 다음 월요일은 쉬어야 한다? 왜 연중무휴로 하면 안될까? 아니면 다른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슨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문화행정의 수준이 어디에 있음을 웅변하고 있는 것인가.
모처럼 입장료 이천 원을 큰 마음 써서 소비하기로 하였는데 섭섭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였다.
마음은 찌들었지만 오랜만에 주머니를 열고서 효석님도 만나고, 잊혀진,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보려한 피곤한 도시인을 더 피곤하게 만들고 말았다. 언제나,우리 문화지킴이들의 의식수준은 '나 중심'이 아닌 '너 중심'이 될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곧 로마나 그리스의 선조 팔아 울거먹는 선수들처럼 될 것이니까.
문학관을 내려와 인근의 효석 생가를 찾았는데, 자동차로 500여 미터를 가니 막다른 곳 끝, 그것은 꾸밈없는 촌색시. 부끄러운 듯 서있으나 그렇지만 넉넉하여 편안하였다. 옛 시골의 자연풍광이 그대로 넓게 자리잡아서, 내 마음이 넓어지며 시원해졌다.
앞마당에 연하여 있는 드넓은 텃밭은 늦여름 건강한 햇살을 마음껏 담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또 저 멀리 산자락의 산그늘까지 내려오고 있어, 내 큰 눈은 볼거리 풍성함에 벅차고 넘쳐서 더 커지고 말았다.
강원도 산골의 여름날 오후 6시는 조금 이른 해질녘.
해질 무렵의 풍광은 금빛이요 꿈빛이 된다.
산의 짙푸르름과 산을 넘어가는 붉은 해가 만들어내는 빛깔, 그것은 꿈빛. 푸르스름과 누르스름이 만나서 어우러지는 자연의 색깔을 누가 보았는가.
그 자연의 소리를 누가 들었는가,
그 자연의 냄새를 누가 맡았단 말인가.
고속도로변 짙푸른 산들의 달려나옴을 맞이하는 것도 대단하였다.
햇살의 역광으로 빚어지는 산그늘은 새로운 자연의 신비, 아름다움이었다. 알프스의 산그늘도 지금 이 둔내가는 길에 펼쳐지는 강원도 산그늘과 견주어 더 낫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야
메밀이 활짝 더 필려면 열흘이나 보름은 더 기다려야 한단다.
달빛 교교한 곳, 산골 밭에 메밀꽃이 만발한 초가을. 소금 뿌린 메밀밭에 달빛은 짐승소리를 낼만도 할 것 같은데... 나는 속으로, 속없이, 다음달에 있을 메밀꽃 축제에 가봤으면 하였다.
'장마 속 햇볕 나는 날 잡아 가는' '마른 하늘의 벼락에 콩 볶듯 하는' 휴가 이틀째 그리고 마지막 날. 하늘은 내게 '메밀꽃 필 무렵'의 옛 서정을 되돌리게 하였고, 강원도 해질무렵 산그늘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알게 해주었다. ⓒ 2007 OhmyNews
강원도 둔내의 한 리조트로 되돌아 가다가, 도로 이정표에서 '봉평'을 보자 바로 '메밀꽃'을 찾아나서고 말았다.
혹, 나중에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 가는 길, 이효석 문학관을 찾으실 기회가 있다면, 조금 참고가 될까요?
강원도 봉평, 이효석 문학관 가는 길은 영동고속도로 둔내 나들목-태기산-봉평, 또는 장평 나들목-봉평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데, 저는 들어갈 때는 태기산 정상으로, 나올 때는 장평 나들목으로 하였습니다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누던 곳''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레방앗간으로 들어가질 않았나'
장돌뱅이 허생원이 술만 먹으면 쏟아내는 레파토리, 하룻밤 풋사랑 이야기 초입.
봉평읍내를 가로지르는 조그만 하천 옆, 물레방앗간 앞, 돌 위에 쓰여 있었고, 이는 나를 사정없이 옛날의 고3으로 되돌리고 말았다.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철없고 꿈 많던 소년, '메밀꽃 필 무렵'은 상큼한 초가을 달밤의 은은한 노래였으며, 한 폭의 동양화였으며, 한 편의 아름다운 서정시였다.
'밤중은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또다른 기념비에서.
효석 문학관까지 가는 숲속 오솔길은 호젓하고 운치가 있어 좋았다.
자칫 도시의 문명이 고약한 손길을 뻗쳤을 뻔한데도 어떻게 간신히 그 마수에서 벗어나 있었을까.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닐 터이지만 아직은 있는 그대로 자연을 품고 있어 다행이었다. 암탉도 보이고 다람쥐도 달려서 숨고, 매미소리도 시골을 닮게 울고 있었다. 도시의 매미 울음소리는 사납고 시끄러운데, 이곳 매미는 시골스럽게 울면서 나를 반가이 맞이하는 것이었다.
살짝 땀이 밸 듯 말 듯한 거리, 그 오르막 끝에 효석 문학관이 있었다. '오늘은 휴관' 왜 오늘 문을 닫아야 하는가? 일요일 다음 월요일은 쉬어야 한다? 왜 연중무휴로 하면 안될까? 아니면 다른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슨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문화행정의 수준이 어디에 있음을 웅변하고 있는 것인가.
모처럼 입장료 이천 원을 큰 마음 써서 소비하기로 하였는데 섭섭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였다.
마음은 찌들었지만 오랜만에 주머니를 열고서 효석님도 만나고, 잊혀진,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보려한 피곤한 도시인을 더 피곤하게 만들고 말았다. 언제나,우리 문화지킴이들의 의식수준은 '나 중심'이 아닌 '너 중심'이 될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곧 로마나 그리스의 선조 팔아 울거먹는 선수들처럼 될 것이니까.
문학관을 내려와 인근의 효석 생가를 찾았는데, 자동차로 500여 미터를 가니 막다른 곳 끝, 그것은 꾸밈없는 촌색시. 부끄러운 듯 서있으나 그렇지만 넉넉하여 편안하였다. 옛 시골의 자연풍광이 그대로 넓게 자리잡아서, 내 마음이 넓어지며 시원해졌다.
앞마당에 연하여 있는 드넓은 텃밭은 늦여름 건강한 햇살을 마음껏 담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또 저 멀리 산자락의 산그늘까지 내려오고 있어, 내 큰 눈은 볼거리 풍성함에 벅차고 넘쳐서 더 커지고 말았다.
강원도 산골의 여름날 오후 6시는 조금 이른 해질녘.
해질 무렵의 풍광은 금빛이요 꿈빛이 된다.
산의 짙푸르름과 산을 넘어가는 붉은 해가 만들어내는 빛깔, 그것은 꿈빛. 푸르스름과 누르스름이 만나서 어우러지는 자연의 색깔을 누가 보았는가.
그 자연의 소리를 누가 들었는가,
그 자연의 냄새를 누가 맡았단 말인가.
고속도로변 짙푸른 산들의 달려나옴을 맞이하는 것도 대단하였다.
햇살의 역광으로 빚어지는 산그늘은 새로운 자연의 신비, 아름다움이었다. 알프스의 산그늘도 지금 이 둔내가는 길에 펼쳐지는 강원도 산그늘과 견주어 더 낫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야
메밀이 활짝 더 필려면 열흘이나 보름은 더 기다려야 한단다.
달빛 교교한 곳, 산골 밭에 메밀꽃이 만발한 초가을. 소금 뿌린 메밀밭에 달빛은 짐승소리를 낼만도 할 것 같은데... 나는 속으로, 속없이, 다음달에 있을 메밀꽃 축제에 가봤으면 하였다.
'장마 속 햇볕 나는 날 잡아 가는' '마른 하늘의 벼락에 콩 볶듯 하는' 휴가 이틀째 그리고 마지막 날. 하늘은 내게 '메밀꽃 필 무렵'의 옛 서정을 되돌리게 하였고, 강원도 해질무렵 산그늘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알게 해주었다.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