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평원농상(주)에서(창업1996-현재)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최후의 비상수단, 6인승 전세 비행기 ‘쎄스나’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5. 13. 13:15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최후의 비상수단, 6인승 전세 비행기 ‘쎄스나’

 

무슨 수를 써야했다.

나는 수단현지 Huyton의 에이전트에게 육로로 포트수단까지 가는 방법은 어떤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갈수는 있지만 도로사정도 험악할뿐더러 며칠이 걸릴지 또 도중에 반군등이 출몰할 수도 있으니, 고려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것 아닌가?

나는 이런 극한상황에 처하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뭔가 좋은생각이 떠오르고 곧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내곤 한다.

이생각 저생각하다가 갑자기 ‘전세 비행기’를 띄우면 되지않겠는가 싶었다.

나는 런던에 있는 Mr.Philip에게 전화하여 나의 아이디어를 전하고 그 실행을 당부하였다.

곧이어 바로 ‘답’이 나왔다. 우리는 소형 비행기 ‘세쓰나’를 전세내어 포트수단까지 가기로 하였다. (비용이 얼마나 될까? 1만불? 2만불? 비용이 문제가 아니었다. 도착기한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비용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기상상태였다. 아직도 비가 오고 바람까지 불어대니 소형비행기 ‘쎄쓰나’=잠자리비행기(?)

가 사하라 사막 상공을 나는 것이 괜찮을지 걱정이 많았다.

조종사가 어련히 알아서 할 것이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기상상태는 결코 좋지않은 듯 하였다.

 

기상상태가 ‘안전’하지 않아 하루를 더 기다렸던 것 같다. 마침내 쎄스나를 타고 포트수단으로 향하였다.

6인승. 조종사, 부조종사, 농유공직원2명, Huyton의 카르튬 지사장 그리고 나.

막상 쎄스나를 타고보니, 기상상태가 좋지않았다. 빗방울도 한두방울내리고 바람도 꽤나 있었다. 나는 마음을 졸이는데 농유공직원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떠들어대면서, 사진찍기에 바빴다. 나는 뒷자리에 앉아서, 하나하나 지난일들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는 나의 삶을 생각해보았다. 정말로 내가 ‘어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내 내 머리를 맴돌았다.

(훗날, 현지인들의 말이나 수단에 현지투자한 대우직원들의 말을 들으니, 자칫 잘못하면 그같이 소형비행기는 사하라사막의 열풍에 휘말려 사막으로 빨려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는 쎄스나비행은 하지않는다는 것이었다.)

(더 자세한 내용, 나의 심정은, 내 블로그 ‘창업전후’, 나의 메모에 적혀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였다. 다시 또 그상황에 가라고 하면, 나는 결코 가지않을 것...그때 가지않았어야 했다. 그런데 ‘갔다’...그것은 이미 나에게 정해진 ‘운명’이었다.)

 

마침내 우리는 포트수단에 도착하였고, 그 ‘팔레스호텔’(우리의 1970년대 여인숙만큼도 못되었다.)에 숙소를 정하였고, 그 다음날로 ‘선적전 품질검사’를 마치고, 3일(?) 4일(?)후, 카르툼으로 돌아왔다.(품질검사는 하루만에 모두 마쳤지만, 다시 기상상태가 좋지않아 며칠을 또 기다렸다.)

‘선적전 품질검사’에 합격하였으니 어서 농유공 본사의 선적지시를 받아야하는데, 포트수단에서는 전화.팩스가 되지않아 어서 카르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또 조바심을 하며 하루이틀을 더 소비하여야 하였다.

비는 많이 내리지않고 바람이 많지 않으니, 조종사는 비행을 해도 괜찮겠다 하면서 드디어 ‘쎄스나’를 띄웠다.

1시간여를 날았을까?

마침내 카르툼 공항이 가까이 오니, 그 감회를 무엇으로 표현하리...

아직도 공항 바닥에는 빗물들이 보였으나 그정도는 조종사의 착륙을 방해하지못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쳐댔다.

만세. 만세.만만세.

첫 수단산참깨 계약이행의 90% 능선을 넘는 순간이었다.

(얼마전 태어난, 신생 ‘갓난아기’, ‘대평원농상주식회사’의 비상이 예약되는 순간이었다.)

(훗날, 수단현지에서 타이어공장을 운영하였던 대우직원들에 의하면, 사하라 사막에서는 가끔 사막풍이 불어대므로, 쎄스나 같은 소형 잠자리 비행기는 사막의 돌풍을 만나면 그대로 사막에 추락할 수 있으므로, 아무리 급해도 그들은 쎄스나이용을 하지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끔찍하고 무모한 비행이었다. 만일 내가 다시 그 상황을 만난다면, 목숨을 담보로 하는 그런 위험한 비행은 하지않을 것...그때 그당시에는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위험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을지, 그 상황을 점검하고 다른 길을 선택할 여지가 하나도 없었다. 그냥 ‘돌진’할 뿐이었다.)

 

 

==='창업전후'에 수록돼있는 그날(1996.9.8)의 일기메모를 여기 옮겨놓는다. 

 

 

(( 96/9/8....악천후 속, 다시 카르튬으로/Victor 사무실   

 04:00 기상, 04:30 출발, 05:00 공항도착

Captain은 또 기상악화를 얘기한다. 어찌할 것인가, 이찌되는가, 또 하루를 포트수단에서 보내자. Pls. 그러나, 잠시후 Captain은 출발을 신호한다. O.K.

3시간후 카르툼 기상변화(호전)을 기대하면서 Take-off 05:50, 뚱뚱이 Captain이 조종석을 맡는다. 왠지 불안하다. 그래도 이륙. 쉽게 이륙하였으나 마음은 여전히 평온치 않다. 약 30여분후 많은 산들이 나타나고 구름인가 안개인가 점점 많아진다. 땅은 점점 멀어지고 희미해진다. 조금 높이 올라갔을까. 온통 시계(視界)는 그야말로 제로. 보이지 않는다. 앞도, 뒤도, 옆도, 안절부절을 가까스로 다스리면서, 마음을 닫고, 눈을감고, 人生을 되돌아 보다. 사는 것이 무엇이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것이나, 과거의 일들이 점.점으로 왔다가 가고 왔다가 또 간다. 정리되지 않은채로 만지고 지나간다. 人生은 운인가, 어차피 똑같은 것이지 神은 분명히 있는 것, 오묘한 섭리는 세계를, 한낱 인간을 관리한다. 편하게 생각하자, 욕심을 버리자, 흐름에 맡겨보자, 결국은 결국은 정해져있다.

Destiny 다만, 열심히 노력할 뿐, 인간의 할 일을 할뿐. dlanda도, 노여움도, 걱정도, 모두 부질없다. 어느덧 마음정리가 되어가는가 또 비가 온다고? 비가 왔다고?. 카르툼 도착이 더욱 새롭게 걱정된다. 그러나 조종사들은 평화롭다 문제없을거야 자위를 하면서 땅을 내려다본다. 조금씩 땅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나아진다. 마음이. 점점 시야가 넓어지고 집들이 보인다. 벌써 카르툼인가, 시간은 2시간이 지났을 뿐. 바람을 타고 왔단다, 順風을 타고 빨리 왔다네. 공항 활주로에 물이 있구나, 아이쿠, 그러나 활주로가 아니다. 무사히, 쉽게 安着. 긴 불확실이 끝나버렸다. 9.8(일) 08:10分

 

Victor 사무실

전기는 나가고, 사무실은 사우나탕이 되었다. 커리와 비스켓, 다음 Ticket은 언제? 그런가운데 쫄랑세는 또 치근거린다. 어찌된 위인인가, 이해가 어렵다. 폼生? 무엇이 그렇게 대단할까? 그래도 나의 협조자, 나의친구, 내 人生. 다스리자, 다스리자. 그러나, 한마디 꽝,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하지마소, 지나친 일이요, 갑작스런 강펀치에 훔찔한다. 움찔. 다시 다스리면서, 부드러워졌음을 느낀다. “선적확인서”가 무엇인지. 대개 거들먹 거린다. 알아달라는 것, 알아주자, 알아주자.

이제 자, 떠나자, 공식일정 끝. 힐튼호텔에서 빠른 비행기를 잡자, 수요일밤 9.11 00:30, 목요일밤 9.12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