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상사(주)에서(1980-1995)

해태상사를 떠나면서 3; 해태상사(유사장)는 나에게 ‘농산.식품사업본부장 2’를 맡으라고 하였다.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2. 9. 20:15

/해태상사를 떠나면서 3; 해태상사(유사장)는 나에게 ‘농산.식품사업본부장 2’를 맡으라고 하였다.

 

내가 채사장을 가끔 만나던 사이에, 해태상사 유부회장과 유사장은 농산부장인 박수석에 대한 회사에서 ‘대접’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였던 모양이었다.

‘임원’승진이 해테제과 기준 때문에 박수석이 ‘박이사’가 되지못하였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어떤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던 모양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농산.식품사업본부장 2’를 맡기는 것이었다. 기존의 농산.식품사업본부를 둘로 나누어, 나 ‘박수석’을 2본부장으로 보임하는 것이었으니, 회사로서는 ‘파격적’인 조직변경이었고 인사조치였다.

사업본부장은 수석부장 이상으로 ‘보’할 수 있게 나를 위해서 ‘위인설관’한 것이었다. ‘이사’로 승진하지 못하였지만 ‘본부장’이 되었으니, ‘이사’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회사로서는 ‘박수석’에 대한 대단한 평가였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카드였다. 필요한 인재는 회사가 어떠한 수단.방법을 다해서 대접해준다는 시그널을 전직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풀리지않는 수수께끼.

내가 동양그룹의 스카우트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을, 해태그룹 경영진에서 알고 있었다는 것일까?

나를 잡아놓기 위하여, 현조직 ‘농산.식품사업본부’를 둘로 나누어, 농산.식품사업본부 2를 ‘박수석’에게 맡으라고 한 것인가?

해태그룹에서, 임원승진인사가 이미 끝났는데, 해태상사 사장실에서 새로이 조직개편을 해서 나를 제2본부장으로 보임시키고자 하는 것이, 매우 파격적인 인사조치였으니, 일반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않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조직개편도 개편이었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을 당사자인 나에게 사전에 아무런 귀띰이나 상의도 하지않고, 전광석화처럼 통보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않았다.

나에게 좋지않은 일이라면, 내가 혹 반발할지 모르니 우선 전격적으로 통보해버리고 일단 기정사실화하고 나를 설득하는 ‘기술’을 부리겠지만, 이것은 나를 ‘좋게해주는 것’인데도 일언반구없이 밀어붙이는 것이었으니,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고 그래서 ‘나의 움직임’을 사장실에서 알아차렸다는 쪽에 더 심증이 가는 것이다.)

 

(나는 전혀 예상치못한 갑작스러운 상황전개에 대하여 속으로 반가우면서도 ‘당황’하였다. ‘임원’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앞에서 이야기한 더 이상 ‘자유분방’한 생활은 이제 끝 아닐까하는 불안함도 함께 들어왔다. 해태그룹의 경영방침으로 볼 때, 자유분방한 ‘이사’는 있을 수 없었다.

2본부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자유분방함’은 이제 더 이상 없어지고, ‘허수아비’또는 단순 거수기가 되는 것이 아닌지 갑자기 불안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쓸데없는 불안함이었고, 왜 그때 그런 생각이 들어왔는지 내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단지, ‘운명’이란 말로 설명해야할까? 왜, 논리적이로 합리적 사고로 유명한 내가 그런 얼토당치도 않은 생각을 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해가 되지않는다.)

 

나는 유사장님에게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하고 일단 제2본부장 보직을 유예시키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