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상사(주)에서(1980-1995)

국제경쟁입찰 유감2...로비는 어떻게? ‘술없이도, 돈없이도 큰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요.’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2. 4. 15:53

/국제경쟁입찰 유감2...로비는 어떻게? ‘술없이도, 돈없이도 큰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요.’

내가 정부의 국제경쟁입찰 비즈니스를 하였고 그 입찰실적이 다른 경쟁상사들보다 월등히 좋았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물어온다.

큰 비즈니스를 어떻게 운영하였는지? 대정부 로비는 어떻게 하였는지 모두들 궁금해한다.

무슨 큰돈을 쓰고, 어떤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여 큰입찰을 딴 것 아니냐는 듯이 물어오지만, 맹세컨대 나의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사람들이 아는바처럼, 비밀스러운 '뒷거래' 로비를 하였다면, 더큰 성적을 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나의 옛날보스였던 박상무는 가끔 대정부 로비를 하였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나는 그로부터 일을 배울 때 ‘로비’는 조금도 배우지 않았고, 오로지 ‘끝까지, 열심히’하는 것만 배웠다.)

 

입찰 발주자가 정부의 대행기관이 국영기업체이거나, 대량실수요자의 협회이기 때문에, 입찰비즈니스의 특성상 한 부서에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관련부서들이 있기마련이고 각각 접촉하고 상담해야 한다.

(내가 이해하는 정부로비라는 것은, 최고위층이나 결재권을 갖고있는 고위층을 비밀스럽게 접근하고 '중요입찰정보‘를 따와야하는데, 내가 이해하는한 그것은 ’로비‘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실무진들이 각 단계별로 각 실무진들과 만나서 상담하면서 얻어내야 하는 ’문제‘들이었다. 나는 그 ’문제들‘을 종합하여 그림을 그려서, 해외공급자에 제공하는 ’능력‘을 발휘하였다. ’로비‘는 실무진들이 발로 뛴 결과였고, 이를 바탕으로 나는 ’그림‘만을 그렸다.

소위 ‘로비’는 절대로 없었고, 다만 있었다면 우리농산부 직원들의 ‘발로 뛰면서 얻은 정보’만 있었다. 따라서, 큰입찰이 뜨고 그 큰입찰에 우리가 낙찰되고 계약을 하면, 나는 직원들의 ‘발’이 되어준, 입찰기관의 실무진 담당자들에게 한턱 내는 것으로 ‘로비’를 대신하였다.)

 

한턱 쏘는 행사이벤트는, 다른 경쟁상사들이 하지못하는, 우리 해태상사 농산부만의 독특한 행사를 하게 하였다. 예를 들면, 떡시루를 돌린다든지 전직원들을 삽겹살집으로 초대하여 소주파티를 연다든지, 아주 소박하면서도 모두가 생각하기를 접대받은 것같지 않게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의 머릿속에 ‘해태상사는 뭔가 특별하다. 일도 잘하고 접대하지 않은 듯 접대도 잘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삼겹살을 먹고 소주를 마시면서 어느 정도 얼큰해지면, 자연스럽게 다음 코스는 ‘노래방’에 가서 정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나는 오리지널 ‘비주류’이므로, 그 자리에는 절대로 끼지않는다. 입찰기관 담당자들이 나를 너무나 잘 안다. 박부장은 술하지못하고 뒤에서 일만 하고, 술값만 내줘도 오케이.

삽겹살+소주+노래방 비용 모두 해봐야, 많아야 일이백만원이면 떡을 치고도 남는다. 떡시루값을 더해도 거기서 거기다. 그래도 회사내 부서접대비로는 감당이 되지않은 금액이므로, 나는 사장실특별예산을 따온다고 앞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입찰따는 데도 쉽지않고 머리써가면 일을 하는데, 낙찰하고나서 한턱 쏘는 데 드는 비용이 내 개인호주머니에서 나오거나 직원들에게 부담되게 하는 것은, 내 사전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당연히 회사에서 부담해야하고, 부서접대비예산으로는 할 수 없으니 당연히 회사의 최고책임경영자인 사장실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비밀스러운 ‘로비’자금을 대라는 것이아니고, 너무나 입찰비즈니스를 경쟁적으로, 국제적으로, 합리적으로, 너무나 타의 모범적으로 하지 않은가?

부정부패. 음습한 뒷거래를 하면서 실적을 따오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경쟁하여 ‘국제적으로’ 정당하게 따왔으니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까끔, 정말 어쩌다가, 꼭 무엇인가 해야할 때에는, 내가 지키는 마지막 ‘선’은 있었다.

절대로 상대방에게 ‘영혼’을 뺏어오면서까지 내가 취하고자 하는 '결과‘를 따내지 않았다는 것.

큰비즈니스를 하다보면, 별별 일을 겪고 당하게 된다.

어느때는 상대방쪽에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내가 꼭 필요해서 ‘금전적’인 도움으로 일을 풀어가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이건, 나는 ‘영혼’을 주고받는 일은 절대적으로 피했다.

(지금도 생각해본다...그때 더 쉬운 길=‘돈’을 이용했다면 더 큰비즈니스를 얻었을까? 그래봤자,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까?

나의 비즈니스스타일이 이러하다보니, 나에 대한 평가가 뚜렷했다. 호불호가 분명했다...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좋아했고, 나의 스타일을 싫어하는 자들은 은근히 싫어했는데, 내놓고 싫어하지는 않았다. 워낙 우리 농산부의 실적이 좋았으므로, 깨끗하게 일을 처리하였으므로, 입찰기관의 담당자들도 내놓고 싫어하지는 못했다.

대신, 해외공급자들은 모두 쌍수로 나를 좋아해주었고 대단하게 평가해주었다. 다른 상사부장들처럼 ‘뒷돈’을 챙기지않고,..(심지어는 일본상사들도 특별코미숀을 요구한다 하였다...), 가타부타, 블랙엔 화이트를 바로 바로 스트레이트로 까버리는 나의 스타일을 너무나 좋아하였다...술을 잘 하지못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대호평이었다. 한국의 술자리비즈니스를 좋아하지않는 공급자들이 많았다. 한국사람들끼리는 술비즈니스가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외국공급자들, 특히 일중심인 해외공급자들은 내가 아는한, 원칙적인 일중심으로 비즈니스하기를 더 좋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