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상사(주)에서(1980-1995)

아프리카 수단에 다녀오다..‘운명적인 첫 발’, 지금의 ‘대평원 농상주식회사’를 있게 한 시작.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1. 31. 16:07

/아프리카 수단에 다녀오다..‘운명적인 첫 발’, 지금의 ‘대평원농상주식회사’를 있게 한 시작.

(‘포트수단 항’의 Palace Hotel=70년대 우리의 여인숙보다 못했다.)

 

중국산 참깨나 인도산 대두박 비즈니스가 처음 시장진입단계에서 여러 문제들이 나왔지만 이를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니, 우리 농산부는 안정궤도에 들어갔고, 모든 일이 술술 풀려나갔다.

 

오래 묵혀두었던 숙제 하나가 있었으니 ‘수단에 과연 참깨가 나오느냐?’였다.

Huyton의 회장 Mr.Philippas 가 아무리 수단참깨가 좋다고 해도, 내가 직접 내 눈으로 보지않고는, 어떻게 믿겠는가? 더군다나 나는 현장확인하기 전에는 어떤 비즈니스도 새로이 추진하지않는다는 원칙을 주장하는 ‘원칙주의자’아닌가?

(지금 기억으로는, 1994년 어느 날이었다. 귀국 항공편이 잡히지않아 카르툼의 힐튼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 CNN 긴급뉴스는 ‘북한 김일성주석의 사망’소식을 전하고 있었으니...1994년이 맞을 것이고, 어렵게 본사와 통화하였더니 서울은 역사이래 최고로 더운 ‘열대야’라 하였으니...1994년 여름 어느 날에 수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것.)

 

사장실로 출장신고하러 갔더니...

유부회장; 요즘 바쁘다더니, 그리 바쁘지않은 모양이지? 뭐 하러 수단에 가느냐?

나 농산부장; 어느 정도 농산부 사업이 안정권에 들었으니, 이 참에 수단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참깨가 나온다하니 제 눈으로 확인해봐야겠어요.

유부회장; 아무리 참깨가 나온다해도...열대사막에서 무슨 참깨가 있겠나? 차라리 ‘파리’가서 며칠 휴가 다녀오라.

나 농산부장; (농산부 실적을 평가해주고, 말이라도, 파리가서 휴가다녀오라 하시니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이번 기회 아니면 또 언제 수단에 갈수 있을지 모르니, 고행길이지만 다녀오겠습니다.

유부회장; 그럼, 조심해 다녀와.

 

정말 낯설고 물설은 곳, 아프리카 수단. 해태상사에서는 어느 누구하나 다녀온 적이 없는 곳, 아마도 한국에서도 수단까지 다녀오기가 쉽지않았을 것.(나중에 알고보니, 대우실업이 맨먼저 수단에 들어가 타이어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때 수단의 수도, 카르튬에 가려면, 서울에서 바로 가는 직항은 없고, 유럽의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파리 또는 런던을 거쳐가야하는데 그것도 하룻밤을 경유지에서 자고 다음날 연결비행기를 타고 들어갈 수 있었다.

 

Huyton의 Mr.Philip; 수단에 가면, 호텔에서도 날 것은 절대로 먹지말 것. 물도 현지물은 마시지말고, 브랜드있는 외국생수만을 마시라고 두 번세번 당부하였다.

 

암스테르담을 거쳐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 들어갔다. Huyton은 수단에서 제일좋다는 힐튼호텔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참깨를 선적한다는 수단내 유일의 항구, 홍해에 연결되어있는 ‘포트수단’항에 가려면 또 비행기를 타야했다.

수단의 국영항공사인 Sudan airline을 타야하는데, 이 비행기는 좀처럼 운항하려고 하지않았다. 오늘 가려나 하고 공항에 나가면, 내일 다시 오라고 하고..내일 가면 또 내일 오라 하기를 몇 번 하더니, 드디어 포트수단항으로 비행기가 떴다. 이륙한지 1시간여 드디어 포트수단공항에 도착하였다.

 

홍해 연안의 포트수단 공항에 내리니, 바지가랑이 속으로 후끈후끈한 바람이 바지속으로 들어왔다. 아, 열사의 나라라 하더니 바로 이것이 뜨거운 사막의 바람이로구나, 화끈하게 들어왔다.

자동차로 얼마를 달렸을까 1시간여? 거대한 창고였는데 온천지가 참깨로 가득 차있었다.

눈이 가득쌓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평원이었다. 온통 참깨.참깨.참깨.

또렷또렷하고 야무져 보였다. 우리 국내산이나 중국산보다는 크기가 조금 더 클까 또 겉땟깔이 조금 더 하얗다 할까?(우리 국내산이나 중국산참깨는 동글동글하면서 땟깔은 조금 누르스럼하지 않던가? 반면에 수단참깨는 조금 길쭉하면서 조금 더 커보이고 겉모양은 더 누렇고 더 하야보였다.)

 

정말로 수단에 참깨가 있었다. 내 마음은 조용히 파도가 일었다. 간단한 흥분이 들어왔다.

열대사막의 나라 수단에 ‘참깨’가 나오다니...가격은 얼마나 할까? 모르긴해도 값은 부르는 게 값이 아닐까? 파는 사람이 부르는 값이 아니라, 사가는 사람이 부르는 값. 그러하니 내가 속으로 ‘흥분’하지 않을쏘냐!!!

(Huyton의 Mr.Philip이 왜 내 책상위의 참깨쎔플을 그렇게 눈여겨 보았는지, 왜 나더러 한번 수단에 꼭 와보라 하였는지 그때서야 이해가 되었다.)

더 이상 포트수단에서 할 일이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을뿐더러, 나에게는 수단참깨가 어떻다는 것을 내눈으로 확인했으니,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바로 카르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데, 돌아갈 비행기가 언제 올지 몰랐다.

 

Huyton이 안내한 숙소는 Palace Hotel. 이름만 궁전같은 호텔이지 우리의 60년대.70년대의 여인숙보다 못할 정도.

냉방시설이 되지않아 호텔방 천정에 있는 회전선풍기로 더위를 식혀주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선풍기 돌아가는 소음이 더 크기만 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거기에 불을 끄면 어디서 모기가 달려오는지, 윙윙거리며 한국에서 오신 해태상사 박부장을 몰라보고, 한잠을 못자게 하면서 ‘큰대접’을 하는 것이 아닌가?

거의 잠을 이루지못하고 아침에 일어나, 아침식사라고 나왔는데 먹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달걀후라이. 우유가 있었지만 겁이 나서 마실 수가 없었다.

다음날이면 카르튬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하면 참고 넘겼지만 그 다음날에도 그 수단항공은 비행기를 띄우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그그 다음날인가 간신히 카르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