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 ‘유감’, 사장실의 ‘특별예산’을 농산부 특별예산으로
/접대비 ‘유감’, 사장실의 ‘특별예산’을 농산부 특별예산으로
(점심식사비용이나 저녁회식값은 모두, 여직원에게 농산부예산을 전부 맡기고, 부서의 모든식사비용은 그 예산에서 집행하도록 하였는데, 그 내용을 여기에 잠깐 소개하고 넘어가자.)
회사에서 제공하는 접대비는 철저하게 ‘예산’에 의거하여 집행되었다.
우리나라 어느 회사나 접대비가 충분한 곳은 없다.
우리해태상사도 부서별 접대비한도란 것이 있는데, 일률적으로 월 50만원에서 많아야 70만원 정도...인원이 많거나 일이 많은 부서는 언제나 접대비는 부족하게 마련.
나는 부서 점심값이나 저녁회식비용은 회사가 제공하는 대외접대비예산을 전용하여 썼다.
대외 손님접대용으로 쓰라고 준 예산을 나는 모두 부서내회식비용으로 처리했던 것이다.
어쩌면 사규위반일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예산이 나오면 모든집행권한을 여직원에게 일임하고 나는 전혀 관여하지않았다.
직원들은 이와같은 나의 방침에 모두들 환영하였다. 직원들간의 점심값.저녁회식술값등이 개인의 주머니에서 나가지않으니, 서로 눈치볼 필요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렇다고 부장 개인비용으로 충당한다는 것도 어불성설. 최소한 나에게는 그러하였다. 회사일을 하는데 부장의 개인돈까지 써야한다? 이것은 아니지 않은가?(그렇다고, 거래선으로부터 소위 삥땅을 뜯어서, 비자금화하여 부서비용으로 쓰고 일부 내개인돈으로 착복할 것인가? 우리사회의 일반적 통념이 그렇게도 많이들 하였지만, 나는 '절대로' 그리하지않는 것을 원칙으로 지켰다. 과거 금호에서 그리고 주변 다른부서에서 삥땅비자금이 결국 어떻게 정리되는지 나는 똑바로 보고 들어서 알고있었다. 나는 직원들에게 철저하게 교육하였다. 거래선과 여자있는 술집에 가지말것이며 검은손의 유혹을 뿌리쳐야 '장래'가 보장된다, 그렇지못하면 '나의 장래'는 없다고...)
그러면, 정작 외부손님을 접대하려면 어떻게 하엿는가? 나는 사장실의 특별예산에서 따와서 집행하였다. 다른 부서장들은 꿈도 꾸지못할 비용을 나는 거리낌없이 끌어다 썼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했듯이, 뭐 우물거릴 필요가 없었다. 회사가 주는 접대비예산은 누구 코에 붙여도 부족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그걸 가지고 불평불만해봐야 에너지만 쏟을 뿐 돌아오는 것은 꽝. 나는 그래서 ‘직구’ ‘정면돌파’를 택했다.
회사일을 하는데 꼭 필요한 곳에 돈을 못쓰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러면 일을 하지말라는 것인가? 일을 잘하고 그에 맞게 돈을 쓰면 될 것이었다. 간단한 산수였다.
(정부의 국제경쟁입찰을 주로 하는 것이 우리 농산부의 사업이니, 계약실적이 좋으니 그에 따른 관계기관의 사후관리또한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회사사람은 없다에 착안하였다. 입찰참여하여 계약하면 국내외 뉴스에 떠서, 해태그룹의 홍보에도 큰기여를 하는데, 당연히 해야할 ‘사후관리’ 쓰일 예산을 특별히 요청하는데 ‘거부’할 경영진이 어디 있을 것인가?)
나는 주기적으로 계약실적현황을 만들어, 회사에 들어올 수입이 얼마쯤되고, 이에 따른 사후관리비용이 대충 얼마쯤 된다고 하면서, 사장실에 특별예산을 신청하였고 사장실에서는 큰방해없이 결재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더;
세상의 사람마음이라는 것이 재미있다는 이야기. 사장실 결재를 얻으려면 회사내 모든일이 그렇듯이, 나 농산부장 위에 있는 농산사업본부장=상무급임원의 결재를 받아 올라간다. 보통은 본부장이 결재서류를 들고 사장실에 가서 세세한 보고를 한다음, 사장의 결재를 받아 집행하게 되는데..여기서 문제가 나온다.
접대비 특별예산이야말로 전사업부서가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사장실에서는 신청하는 누구나 결재해주지 않으며, 해주더라도 사장의 고문에 가까운 질문공세를 받아내야 한다.
나의 특별예산신청서류가 본부장실에 들어가면, 하루가 지나 며칠이 지나도 본부장이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사장의 불호령이 무서워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것. 그렇다고 부장이 올린 서류를 결재하지 않을 수도 없고...진퇴양난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기마련 아닌가?
이럴 때 나는 정면도전=강속구를 날린다.
나; 본부장님, 그 서류 주세요.
그본부장; 박부장이 직접 사장실에 가려고?
나화난부장; 본부장님이 힘들면 제가 해야죠.
나는 득달같이 서류를 들고 사장실에 가서 사장님 결재를 받아온다.
거의 정기적으로 특별예산을 챙겨가는 나 농산부장을 보고는 유부회장님 드디어 한말씀 하신다..그때까지는 유부회장님이 대표이사, 유철0사장은아직..
유부회장; 박부장 니 또 왔나?
나 박부장; 또 사후관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유부회장; (위아래로 나를 훑어보고는..짜식 또 왔냐는 듯이 성난 듯이..결재를 벼락같이 하고는, 그 서류를 내 앞으로 휙 던지고 하시는 말쌈..) 박부장, 이번이 마지막이야 응?
나기분째지는 농산부장; 넷. 잘알겠습니더.(그리고는 또다시 계약을 많이 하고, 또 특별예산을 신청한다하하. 그리고 유부회장은 또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 우리는 찰떡궁합. 다른부서가 농산부 박부장만 편애한다는 것을 부정해야 하니까??? 모든 특별예산이란, 신청하는대로 받아주면, 그것은 이미 특별이 아니고 일반이 되니까?)
이렇게 특별예산을 사장실로부터 결재받아오면, 그 미적미적.우물우물하며 꼼짝하지않던 그 본부장께서 드디어 몸을 움직이신다는 것 아닌가?
박부장, 그 예산에서 얼마 나좀 써야겠는데?
나깜놀부장; 넹?
그 본부장; 그중에서 얼마만좀 응?
나싫은 박부장; ...아라시오@@@@
그 본부장이 내게서 삥땅뜯는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는 아무에게나, 의미없이 돈을 빼앗기는 허술한 부장이 아니었다. 일도 도와주지않으면서, 불로세금을 뜯어가신다? 그것은 절대로 용납되지못하는 ‘아니올씨다’였다.
나의 사장실 특별예산신청은 내가 동양글로벌로 옮길 때까지, 정부입찰에서 계약을 하면 할수록 계속되었는데, 그때마다 그 본부장은 중간에서 ‘삥땅’을 뜯으려했지만, 나의 철벽방어에 막혀 처음 한번으로 끝을 봐야했다.
내가 누구인데, 내가 어떻게 따온 정부입찰이고 또 어떻게 딴 특별예산인데...일 하나도 하지않고, 그냥 중간에서 숟가락들고 퍼먹으려고? 어림반푼어치도 없지요. 나는 그렇게 회사내 ‘예산’을 합법적으로 끌어다 사용하였고, 직원들은 그런 나를 따랐고...아무일도 하지않는, 결재도 받아주지못하는, 본부장들은 나 농산부장의 존경을 조금도 받지못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미안하지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정부입찰경쟁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예산만 중간에서 삥땅치는 본부장을 그 이상 대접.존중해줄수는 없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정부입찰사업을 하느냐? 어떻게해서 큰계약을 그렇게 많이 따오느냐? 국제경쟁입찰에서, 로비를 어떻게 하는지 노하우를 알려줄 수 없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들의 속뜻을 이미 잘안다. 좋은정보를 로비를 통해서 알아내고 로비자금을 써서, 그 덕분으로 큰계약을 따오지 않느냐는 것!!! 그러나 나는 단호히 말해준다. 나의 사전에는 '로비'는 없다. 우리직원들 모두 현장에서 발로 뛰어서 얻어내고 나는 이를 종합해서 입찰서류를 만든다. 그 결과 우리회사가 최저낙찰자로 결정되는 것이다.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묻는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나는 그또한 이해하고도 남는다. 우리사회의 상당한 현실이니까. 내가 왜 이를 모르겠는가!!! 나의 외국거래선도 나에게 묻는다. 미스터박은 어떻게해서 큰계약을 쉽게 따오는가? 미스터박은 왜 코미숀을 달라고 하지않는가? 다른 종합상사 부장들은, 또 일본종합상사 과장들은 내놓고 숨은코미숀을 요구하는데 왜 미스터박은 그런 말을 하지않는가? 나는 또 배시시 웃으면서 답해준다. 내가 뒷돈을 요구하면 너희가 내가 필요로하는 것을 줄수있는가? 나를 신뢰할 수 있는가? 나의 직원들이 그런 나를, 뒷돈을 챙기는 부장을 믿겠는가? 부하들이 나를 믿지않으면 우리팀의 경쟁력은 어떻게 될까? 국제경쟁입찰에서는 최고의 경쟁력만이 위너가 되는데, 결국 당신의 오파가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닌가? 나는 명쾌하게나의 입장을, 나읭 원칙을 이야기하면, 그들은 알듯모를듯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직원들에게 교육한다. 절대로 거래선에게 특히 정부입찰기관에서는 담당자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돌아가는 상황을 정리해가면서 '어떤 정보'를 이끌어내야지, 담당자가 훗날 부끄러워할, 자존심을 상처주면서까지, 특히 해선 안될일은 담당자의 '영혼'이 상처받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 즉, 돈으로 유혹한다든지, 그이상의 수단방법을 동원해서 안된다는 것. 계약을 따지못하면 못했지 담당자의 영혼을 건드리면서까지 비즈니스를 해서는 안된다. 열심히 발로 뛰어야 대접을 받는다. 입찰담당자들에게 해태상사 직원들은 뒷딸이 없다. 언제나 믿을 수있다는 판단이 서야 좋은정보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것이다.)
(나는 정부입찰기관과의 관계에 매우 특별한 원칙을 지켰다. 담당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로비는 조금도 하지않았다. 다만, 계약을 따면 그 뒷풀이는 확실하게 하였다. 우리직원들과 정부기관직원들과 회식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때는 나는 술을 못하는 '비주류'이니 흥을 깨니 당연히 빠지고 대신에 우리여직원들도 그들과의 회식에 동참하게 하였다. 혹시 아는가? 미혼의 총각.처녀들이 만나서 인연이 생기면 좋은 것 아닌가? 서로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내가 누구인가? 국제브로커, 메치메이커 아닌가? 그들은 이런 나의 원칙을 매우 좋아하고 존중해주었다..쏘주에 삼겹살정도. 특별한 때는 노래방까지...또 어느때는, 나는 이런 회식자리 대신에, 입찰기관 전부서에 '떡돌이'를 해준다. 오후 출출한 시간쯤 해태상사의 낙찰턱, 낙찰떡이 들어오면, 모두들 빙긋이 웃고 떠든다. 어, 해태상사가 또 낙찰되었냐?...'거대하고 비밀스러운 로비자금'이 낙찰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털털하고 소박하고 서민스러운 쏘주삼겹살과 떡잔치가, 큰계약을 따오는 것이다...이 비용을 위하여 아까 이야기한 사장실의 특별예산을 신청햐서 사용하는 것이다. 해외거래선에게 이비용을 뒷돈으로 코미숀으로 요구하면 안되는 것이다..우리사장님은 이런 나를 말없이 응원해주신 것이었다. 해외거래선도, 국내 입찰기관직원들도, 우리회사 나의 부하들도, 이런 나 박부장을, 미스터박을 좋아하고 믿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