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장님, 사장님이 찾으십니다’ '개발팀장'=나를 위한, 위인설관?!
//대기발령 기간중 어느 날...‘박차장님, 사장님이 찾으십니다’
박사장;해외 신시장개척을 위한 '개발팀장'을 맡아주세요.
나;??????
그것은 나를 위한 '위인설관'이었다. 그동안 신문지상에서 말로만 들어왔던 '위인설관'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적용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대기발령 받은지 거의 3개월이 되어가는 어느 날이었다.
사장비서실에서 급하게 나를 찾는다는 것.
주섬주섬 하던 일을 멈추고 사장비서실에 갔더니 비서가 차를 한잔 내오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박성0사장이 오시더니, 자리에 앉지도 않고 대뜸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박사장; 박지사장!(그때까지도 박사장은 나를 방콕지사장으로 호칭하고 있었다.), 나 지금 급한 일로 외출하는데, 나, 한마디만 하고 갈테니, 박지사장은 두말 하지말고, 아무말 하지말고, 내말대로 해주세요,넹? 하며 말을 계속하는 게 아닌가?
박지사장, 개발팀장을 맡아줘야겠어, 나좀 도와줘..해외신규사업을 좀 펼쳐야겠는데, 박지사장만큼 능력있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말 말고 내말대로, 개발팀장을 맡아서 나를 도와주세요. 자, 나는 나갑니다...
박사장은 말을 쉬지도 않고 내뱉더니 말 그대로 그대로 사장실을 나가 외출해버리는 것이었다.
나;......????@@@@
조금 있었더니, 기획실장이 들어왔다.
기획실장; 사장님이 뭐라고 하셔? 박차장을 개발팀장으로 인사명령 내라고 하시는데, 무슨 얘기야?
나;박사장님께서 일방적으로 말씀하시고 나가버리시네요.
기획실장; 허허허...이제 박차장이 좀 져줘야겠네뭐. 하하하.
나;.....
나는 그렇게 졸지에 해외신규사업 ‘개발팀장’이 되었다.
대기명령이 난지 거의 3개월.
박사장의 사전각본일까? 박사장의 성격상, 과거 이력상, 그는 그렇게 치밀하고 세밀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회장실의 깊은 배려때문이었을까? 아무래도 그룹사 여러사람들이 나의 대기발령 사실을 알고, 유능한 해외지사장경험있는 사람을 내친다는 것이 부담되었을까?
아니면, 기획실장의 사전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박사장이 충격요법을 써서, 나에게 일방통보를 하고, 내가 일언반구 반박할 여지를 주지않고, 나에게 말할 기회를 주면 100% 쫑알쫑알, 시시비비를 하며,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뻔하니...말할 틈을 주지않고 전격적으로 ‘작전’을 편 것일까?
바로 개발팀장으로 인사명령을 내버리니 나로서는 그냥 그대로 인사명령을 따르는 것외에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나의 ‘자존심’을 살려주며, 박사장의 명분을 살리는, 어찌보면 절묘한 ‘묘수’처리였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말하자면 ‘위인설관’, 신문의 정치적공방이 되곤하는, 특정한 사람을 위한 자리만들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나, 박동희차장(전임 방코ㄱ지사장)만을 위한 새조직을 만들어 ‘팀장’명령을 낸 것이었다.
나는 여직원 1명만 있는 신설 ‘개발팀장’이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1989년 3월1일자.
(본사 복귀하자마자, 박사장이 물류사업을 해보라 했을 때, ‘불가’라하더니...해외 신규 의류사업은 오케이?..내가 변했다? 어떻게 하다보니, 천하의 원칙주의자 나도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내가 내말을 바꾸기 시작한 것일까?)
(아, 운명의 여신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곧 퇴사할 사람을 갑자기 눈깜짝할 사이에 회사의 개발팀장으로 변신시키다니...졸지에 불어닥친 운명을 나는 거절할 틈이 없었다.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이번에는 나의 자유의지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던, 무슨 운명의 안내였다..나를 어디로 이끌고 가고자 하였는가? 만사개유정? 세상사 모든일이 운명에 따라 이미 정해져있다는 말은 ‘참’이었다,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