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사업을 해보라’해서, ‘대기’발령을 내주세요!!!‘, 겁도 없이, 역제안하다니@@@
/‘'물류사업을 해보라’해서, ‘대기’발령을 내주세요!!!‘, 겁도 없이 역제안하였다@@@
본사에 돌아온 때가 1989년 9월?
88올림픽이 끝나고 1년여가 지난 후였다.
해태상사 본사는, 미대사관 뒤 수송동 이마빌딩에서 마포의 불교방송빌딩으로 옮겨와 있었다.(최초 서울시청 뒤 무교동 동민빌딩에서 수송동 이마빌딩을 거쳐, 세 번째 이사였다. 모기업인 해태제과와도 더 가까워서 그룹회장실이 해태상사와 함께 불교발송빌디에 있었다.)
서울은 88올림픽을 거치고나서 사회 여러방면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서울 아파트값의 앙등.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이나 치솟았는지 계량적인 숫자는 기억이 없지만, 내가 살고있던 역곡동신아파트 25평을 팔아가지고는 서울에서 전세살이 하기도 쉽지않았다.
우리 아이들은 커가고 곧 중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큰아이가 5학년, 작은아이가 4학년), 서울로 이사해야할지 아니면 그대로 역곡에 눌러앉아야 할지 고민이 컸다.
(서울로 이사를 한다면 큰아이가 아무래도 소위 ‘강남8학군’의 중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문제는 강남에 집을 사서 움직이기엔 내가 가진 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었다....자세한 내용은...후술.)
막상 본사에 돌아와보니, 내가 차고들어갈 부서장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나는 원래 농산사업부 곡물과장때 방콕지사장(차장2년차)으로 해외에 나갔으니, 본사에 돌아와서는 ‘농산사업부장’ 자리로 다시 돌아오면 그것이 제일 간편하고 자연스러웠지만, 불행히도 그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김병0차장=L.A 지사근무경력자)이 차지하고 있었다. 즉, 내 자리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는 현재 해태상사에서 잘나가는 ‘실세그룹’인 L.A 지사출신인데다가, 나는 방콕‘항명’으로 박사장의 눈 밖에 난 사람이니,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할 뻔자였다.
아무리 경영진의 눈밖에 나긴했어도, 그래도 해외지사장 출신이고 왕년에 한가락했던 박차장인데 어디 자리하나 마련해주었다.
이름하여 ‘물류부장’. 그때 당시, 로지스틱스라 하며 대형물류기지등을 바탕으로 ‘물류사업’하는 것이 팻션화하던 와중이었다.
박사장은 기획실장을 통하여, 나에게 그 물류사업을 검토해서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미안하게도, 나는 일언지하에, ‘상사’가 국내물류사업을 하는 것은 ‘맞지않다’고 거절하였다.
(비공식적으로 들은 바로는, 박사장왈, 아직도 박지사장은 준비가 덜 되어있다고 불그락풀그락했다.)
해태상사의 최고인사권자인 박사장의 지시를 또 정면으로 거부하였으니, 나로서는 또한 면목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기획실장 정병0부장에게 년말년초 조직개편때 내 자리는 생각에 두지말고 ‘대기’처리 해달라고 부탁하게 되었다. 조직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고 싶었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다른 곳으로 전보발령 낼 수도 있으나, 그 자리 또한 내가 거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그때까지 기다릴 것없이 미리 내 의사를 밝혀두었다.
(기획실장은 수차례 나더러 너무 대나무처럼 꼿꼿하게만 하지말고, 때로는 굽히면서 유연하게좀 해주고, 박사장을 좀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였지만, 나는 이미 건너지못할 다리를 건너버렸으니, 어쩔수 없지않느냐, 오히려 내가 이해를 부탁하였다.)
1989년 년말 조직개편때, 나는 총무부 ‘대기’로 발령되었다.
보통 ‘대기’발령을 받으면, 3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다음 자리로 보직이동하든지 그것이 이루어지지않으면 ‘퇴사’절차를 밟게 되었는데...과연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해외지사가 아니고 이제는 본사로 돌아왔으니, 고집부리지말고 회사경영진이 시키는대로 ‘물류사업’검토하면서, 두아들을 부양해야하는 가장이기도 하니, 고분고분하게 월급쟁이에 충실했었다면, 그 후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박사장 눈에 들어 이제 새사람됐으니 ‘큰사람’으로 키워졌을까? 어느 누가 나의 다음 운명을 알겠느냐만.....??? ‘대기’발령 내달라고 고집통부린 나는 어디로 튈까요?
옛이야기를 하나하나 추억해내며 생각나는 말 ‘만사개유정, 부생공자망’=세상 모든일, 운명에 따라 이미 정해졌있는데, 부평초처럼 떠다니는 인생 헛되이 저 홀로 스스로 바쁘기만 하도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