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남자의 물건2/김정운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2. 23. 19:15

-아이폰과 룸살롱;

모든 동물의 수컷은 불안하다. 암컷의 경우, 자신이 낳은 새끼는 반드시 자기 피가 섞여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수컷은 다르다. 지금 키우고 있는 자신의새끼가 정말 제 새끼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지난 2001년, 독일의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가 한 화장실에서 러시아 모델을 임신시키고 아이까지 낳아 독일사회에 큰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다. 아이의 생긴 모습은 영락없이 보리스 베커의 딸로 보였다. 그러나 베커는 그녀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아이임이 밝혀졌고, 보리스 베커는 당시의 아내와 이혼하고 지금까지 그 아이의 양육비를 지불하고 있다.

더 재미있는 현상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그 사건 이후로 독일사회에 유전자 검사가 유행처럼 번졌다. 안타깝게도 검사의 절반 이상이 지금 키우고 있는 자녀의 아버지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의심가는 경우만 검사했기에 그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놓고 독일의 사내들은 저녁마다 술집에서 심각한 토론을 벌였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아이가 진짜 자신의 아이가 아닐 수 있다는 수컷의 보편적 불안에 집단적으로 휩싸인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수컷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어떻게든 ‘씨’를 뿌리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의 경우, 이 불안의 양상은 좀더 복잡해진다. 생물학적 종족번식과 관련된 불안은 물론, 사회관계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존재론적 불안으로 끊임없이 괴로ㅝ한다.

어쩌지 못하는 불안은 공격성의 외피를 입고 나타난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증오와 분노다. 불안이 수컷의 보편적 정서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수컷의 불안은 아주 우습고도 간단하게 해결된다. 암컷들은 불안해하는 수컷들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벼대며 위로한다. 원숭이의 경우, 이런 접촉을 그루밍Grooming이라 한다. 서로의 털을 다듬는 이 행동은 권력관계를 확인하는 행동일 뿐아니라 서로의 불안을 해소하는 고도의 심리적 전략이기도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서로 끊임없이 만지고 만져져야 불안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슬픈 일을 당하면 끌어안거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한다. 왜 그럴까? 만져야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슬픈 일을 당햇는데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우리는 팔짱을 끼거나 이마를 주무른다. 이렇게 스스로라도 만져져야 위로가 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남자들에게 만지고 만져지는 것은 거의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금지된다. 미국의 어떤 주에서는 학교의 남자 선생님이 여학생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까지 금지된다.

한국의 철없는 사내들은 이 박탈된 터치의 경험을 룸살롱에서 만회하려고 한다. 그래서 하룻밤에 수백만원을 내고 룸살롱애ㅔ 가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만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닌가? 남자들이 룸살롱에 가는 이유를 나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잇으면 나와보라!

서로 만지고 만져지는 ‘터치’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의사소통 행위다. 사람들이 아이폰.아이패드에 열광하는 심리학적 이유는 바로 이 터치 때문이다. 신체적 접촉이 사라진 디지털 세상에서 내 손끝의 세밀한 움직임에 반응하는 기계가 생겨냐T다. 손가락르 벌리고 좁힐 때마다 화면의 변화가 일어나고,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새로운 창이 열린다. 반드시 맨손으로 만져야 반응한다. 정말 눈물 나도록 감격적이지 않은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룸살롱과 아이폰의 공통점을 바로 ‘터치’를 통한위로다. 나는 이를 배려경제care economy라고 정의한다.

오늘날 이 배려경제는 엄청난 규모로 확장되고 있다. 곳곳에 널려잇는 발마사지.스포츠마사지.타이마사지.안마시술소가 바로 그것이다. 좀더 넓은 의미에서 ‘코칭’‘상담’‘심리치료’와 같은 ‘마음의 터치’와 관련된 각종 산업도 이 배려경제에 해당된다.

어떤 이에게도 위로 받지 못하는 이 존재론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현대인들은 관심과 배려를 돈 주고 산다.

흥미로운 사실은 남자들은 1차 배려경제, 즉 감각적이고 원초적인 배려경제에 많은 지출을 한다. 반면 여자들은 2차 배려경제, 즉 마음의 위로와 배려에 더 많이 지출한다는 것이다. 배려경제가 대세라는 이야기다. 아무튼 만질수록 커진다. 무엇이든....

 

 

-설레는가? 그럼 살 만한 거다.

어떤 뛰어난 건축가도 개미의 건축능력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이 개미보다 위대한 것은 건축물의 완성된 모습ㅁ을 미리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핧 수 있다는 거다. 행동을 하기 전에 목표늘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이야기다.

행동;반사적 혹은 본능에 따른 움직임.

행위;목적이 전제된 움직임.

목적과 상상력. 이 두 가지가 인간행위의 본질이다. 목적을 떠올리고 그 목적을 향한 행위를 가능케하는 그 힘의 실체는 무엇일까? 모티베이션Motivation이라는 개념으로 다룬다.

설렘이다.

가슴이 뛰고, 자꾸 생각나고, 목표가 이뤄지는 그 순간이 기대되는 그 느낌을 우리말로는 ‘설렘’이라고 한다. 설렘이 있어야 상상 속의 목표가 구체화되고 현실화된다. 설렘이 있어야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행복과 재미의 구체적 내용도 설렘이다. 설레는 일이 있어야 삶이 행복하고 재미있다는 이야기다.

추상적이고 거창한 구호로 삶이 행복해지고 재미있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위대한 가치나 이데올로기도 내 삶에 구체적으로 경험되지 않으면 실천되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지식인이 비겁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구체성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삶의 구체적 경험이 우리를 설레게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된다는 이야기다.

설렘이 없다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계절이 바뀌는 것이다. 설레라고...

 

 

--세상의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들이받는다.

아버지는 기존질서의 상징이다. 아들이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려면 기존질서를 부정해야 한다. 아버지를 죽이는 상징적 살해다. 그러나 아버지는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의 성기를 제거할지도 모른다는 ‘거세불안 castration anxiety에 시달린다. 두려운 아들은 아버지의 가치와 도덕을 그대로 승계한다. 아버지의 세계를 이어받지만 아들을 위한 새로운 세상은 없다.

자신의 셰게를 열어가려면 아들은 어떤 방식이든 아버지를 치받아야 한다. 문명사적 딜레마다. 그래서 역사의 위대한 인물은 대부분 아버지가 없다. 그들의 아버지는 가정폭력을 일삼거나 무책임하게 집을 나간다.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라기도 한다.

심한 경우, 알을 깨고 태어나거나 우물가에서 주워온다. 나는 내 아들이 나보다 훨씬 더 잘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려면 어떤 식으로든 나와 갈등해야 한다.

 

 

--자기 열등감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사람은 절대 안 변한다.

인간의 약점을 고치기보다는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자꾸 키워나가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는 이야기다. 이 장점을 끌어올리면 약점은 저절로 개선된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 도대체 누가 날 귀하게 생각할 것인가.

‘세상에 너처럼 내놓고 잘난 척하는 놈은 처음 본다’며 타박한다.

세계 모든 문화권에는 ‘겸손하라!’는 도덕적 명령이 존재한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겸손은 본질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덕목이기 때문에 그런 도덕적 명령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거다. 누구나 자기 잘난 거 잘난 체하며, 폼 나고 싶어 한다. 아닌가?

겸손한 사람은 진짜 교만한 사람이다. 스스로 얼마나 교만하면, 그 속내를 숨길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느냔 말이다. 그래서 누가 ‘저 사람 참 겸손해’하면 ‘저 사람 진짜 교만해’로 이해한다.

잘난 척하거나 교만한 것은 그리 나쁜 게 아니다. 가장 인간적인 덕목이다. 세상에 진짜 무서운 것은 남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자기 열등감’이다.

자기 열등감에 한번 빠지면 웬만해선 헤어나기 힘들다. 남과 비교하고 괴로워하고 또다시 비교하고 또다시 괴로워하는 자기부정의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모난 성격을 고칠 마음이 전혀 없다./계속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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