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꾜역 앞의 어느 커피숍; ‘젊은 여인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도꾜역 앞의 어느 커피숍; ‘젊은 여인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곳은 천국이었다. 어찌 서울에서는 상상이나 해봤을까?
일반 다방이었다. 사람들이 자유로이 드나들고 만나서 커피 한잔 하는 곳이었다.
'일본은 자유의 나라, 여인이 대낮에 커피숍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Miyakawa 상을 도꾜역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어떻게 도꾜역까지 갔는지 신깐센을 타고 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않는다.
다만,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은, 미야까와상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 건너편 자리에 젊은여성 하나가 다리를 꼬고 앉아서 담배를 서슴없이 피우고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 눈으로는, 여자가 특히 젊은여성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 사실 매우 충격적이었다. 바로 문화의 충격 아닌가.
우리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은 일이 이곳 도꾜에서는 전혀 특별하지않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
조금 있으니 미야가와상 대신에 그의 직원인 구시비끼상이 찾아와서 인사를 하였다.
땅콩담당은 아니지만 수산물수입담당이었는데 한국과 거래가 많아 앞으로 미야까와상을 도와서 한국땅콩사업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는 매우 싹싹하였으며 어찌나 겸손한지 일본사람 대부분 친절하고 싹싹하다더니 그가 바로 대표선수라 할 수 있었다.
그와는 그 다음 방문때 있었던 헤프닝을 소개하고 넘어가야겠다.
미야까와회사를 두 번째 방문할 때였다.
나는 거래선을 방문할 때 가능한한 그들의 신세를 지지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서로 바쁜데 손님을 맞이하러 공항이나 역까지 마중나온다는 것은 서로의 손실. 초행방문이면 모를까 이미 아는 길이면 나는 거래선의 사무실까지 내 스스로 방문하였다.
나는 그의 회사앞까지 가서 그에게 전화하였다.
‘모시모시...구시비끼상, 저는 지금 귀 사무실 가까이 와있습니다. “마에”노 코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일본말 ‘마에’는 한자로 앞 ‘前’자의 일본어발음)
나의 전화를 받은 구시비끼상은, 내가 지난번 도꾜역앞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오해하고는, 바로 도꾜역으로 가서 나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구시비끼상은 내가 자기 사무실까지 미리 올수 있을지는 생각도 못하고, 당연히 지난번 도꾜역앞 커피숍에서 전화하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구시비끼상은, 앞‘前’을 장소개념이 아니라 시간개념으로 이해한 것이지요...)
아 이런 일이라니요....
나는 그의 사무실앞의 커피숍에서 구시비끼상을 기다리고 있고요
그는 도꾜역앞 지난번에 만났던 커피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니
서로 서로, 눈이 빠지게 상대방을 기다렸으나 만나려는 상대방아 나타났겠어요?
기다리다 지친 나는 퇴근시간이 지난후, 커피숍을 나와 그의 사무실까지 갔으나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으니...어찌할 바를 모르니 그저 사무실 앞에서 축쳐져 쪼르려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요...구시비끼상 역시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오지않으니 그는 그대로 어찌할 수가 없으니 그의 사무실로 되돌아왔고...드디어 사무실 앞에서야 서로는 만나고자하는 상대방과 조우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일본말 ‘마에’=‘前’가 장소개념과 시간개념이 함께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해프닝을 만들어낼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나요?
출장여행을 하다보면 별별 해프닝을 만나곤 하지만...일본말 ‘마에’=‘前’로 인하여 일어난 해프닝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착하고 착하여 그 ‘망연자실’한 구시비끼상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한국인 젊은친구가 어찌 잘못되지나 않았는지 노심초사하던 그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어찌되었든, 그는 나를 찾게되어 대단히 안심되었고, 그 표정이 그의 얼굴에 더럭더럭 묻어났다.
(그때였든가 아니면 그 다음 출장때인가 모르겠다...차를 타고 도꾜근교에 나갔는데 돌아오는 도중에 눈이 어찌나 많이 내리는지, 모든 차가 멈춰서 ‘스노우체인’을 갈아끼웠던 기억도 있다. 한마디 불평없이 체인을 갈아끼우는 그의 모습에서 일중독.친절중독된 일본직원의 모습을 보았다.)
(또하나 추억; 구비시끼상이 호텔을 잡아주고는 그는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홀로 남아 저녁을 해결해야 했다. 무엇을 먹을지 무슨 음식이 입에 맞을지 전혀 생각이 없어, 호텔주변을 서성이다 그냥 눈에 보이기에 내 입맛에 좋을 것 같아...지금 같으면...스파게티를 시켰는데 도저히 두번 다시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무슨 독특한 향이 있어 나의 입이 받아드리지 않는 것. 그래도 뭔가 뱃속으로 넣어야 해서, 다음으로 시도해본 것이 '일본라면'. 지금이야 지난번 홋가이도에서는 찾아서 둘째아들놈과 먹었지만..그때는 역시 야릇하고 독특한 냄새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입이 짧아 타향에서 먹는 것이 힘들었던 나는, 일본 두번째 출장에서 고역을 치르고 꼬박 하루를 굶고 말았다....그 다음날인가 또 그그다음날인가부터는 어느 일본음식도 입속으로 들어오는 데 문제가 없었다...배가 고파봐야 세상의 참맛을 알게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