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실업에서...‘농수산과’에서 생각지도 않은 ‘외환과’로
/금호실업에서...‘농수산과’에서 생각지도 않은 ‘외환과’로
신입사원으로 근무한지 1년여가 되었을까? 사내 조직개편으로 ‘외환부’가 신설되었는데, 각 사업부에서 1명씩 차출하여 모든 은행업무를 창구일원화 시켰다.
수출실적이 날로 늘어나니 은행외환업무창구를 일원화해서 대은행업무능력도 제고하고 외환업무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경공업사업부에서는 제일 신참인 나를 외환부서로 전환배치할 수밖에 없었고 인사부서에서는 그렇게 명령을 낸다고 나에게 최후적으로 알려왔다.
신입사원인 나로서는 회사의 방침을 거역한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나의 단순한 생각으로는, 어찌보면 내 개인의 장래가 걸린 것인데, 당사자 본인의 의사가 전제되지않은, 매우 부당한 인사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세상일의 불의한 것을 보고는 참지못하는 것이 바로 나였다. 천성이 그러하였다. 컨닝을 하느니 차라리 백지답안을 내고 8D를 감수했던 대학생활도 그러하였고, ‘옳은 길만이 오직 바른 나의 길’이라는 모범생으로 커오고 살아온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다음은 나의 스타일. 일사천리.
나의 주장은, 종합상사 영업부서에 근무하려고 금호실업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영업부서의 보조역할만 하는 외환부서에서 근무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개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처사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내주장을 전개하였다.
외환부 전환배치를 나는 분연히 반대하였고 마침내 인사과장이 찾아와서 인사원칙을 설명하고, 1년후 내가 희망하는 부서로 재배치해준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나는 인사과장의 각서까지 받고나서야 외환과 전환배치에 동의해주었다.
어디서 그런 배짱과 용기가 났는지 신입사원으로서 조금 지나치지않았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자기권리는 자기가 지켜야지 누가 지켜주지 않는 것이라 합리적 자기주장을 한 것이니 뭐 크게 잘못한게 없지않는가 싶었다.
(어련히 알아서 회사에서 배려해줄 것이었는데 신입사원주제에 먼저 1년근무를 조건으로 내걸었으니 얼마나 당돌하다 했을까? 그래도 그 1년조건이 있어서 1년후 원자재수입부서로 재배치되었던 것은 참 잘된 일이었다. 이것 또한 운명일까? 아무런 주장을 하지않았다면 외환부의 중추사원이 되어서 영업부서의 보조은행업무를 하면서 해외영업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고, 또 본래 부서 농수산식품과로 다시 돌아갔다면 국민경제가 커지면서 해외수입사업이 증대되는 것은 필연적인데 마침 그때 원자재 수입부서를 선택하여 수입물자사업에 대해서 배울 기회를 얻었으니 얼마나 혜안이 번뜩였던가?
지금의 국제곡물.농산물사업의 기초.기본을 그때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때로는 신입사원으로서는 감히 해서는 안될 주장이, 나의 당돌하고 엉뚱한 주장이 미래의 내 천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누가 알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