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산다는 것은..../박범신 에세이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2. 5. 10:54

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산문집 <산다는 것은>에는 ‘존재의 안부를 묻는 일곱 가지 방법’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그 일곱 가지는 눈·귀·코·혀·몸의 다섯 감각기관이 느끼는 희로애락애오욕.

책은 60여편의 짧은 글들을 일곱 가지 욕망(情)의 무늬에 따라 분류하여 묶어낸 것이다.

<산다는 것은>의 글들은 “살았다, 썼다, 사랑했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산다는 것은 오랜 병이라는데...작가의 말;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산다는 것’은 오랜 병을 앓는 것과 다름 없다.

‘산다는 것’은 왜 오랜 병인가. 오욕칠정때문이다.

감각기관들이 느끼는 다섯 가지 욕망과 일곱가지 정이야말로 모든 인간 존재의 근원이자 빛깔이고 도덕률이라 할 것이다. 인생관이란 것도 알고 보면 사람이 오욕칠정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가느냐는 기준에 불과하다.


01 기쁨

/봄 꽃들 때문에 미치겠다!

-어디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았든 꽃나무들은 하나같이 맑게 세수하고 난 어린아이처럼 환하고 고요한데, 나이 든 나만 흥분해서 공연히 꽃나무들 괴롭히며 하루 종일 서성거린다.

바쁜 식구들은 아마도 오늘 귀가가 늦을 모양이다. 나는 지는 매화꽃을 보다가 저무는 햇빛을 보다가 또 건너편 북악의 숲을 본다. 이른 봄 저녁의 숲은 고요한 현자의 얼굴 같다.


봄밤의 한때는 천금에 값하고

꽃에는 맑은 향

달에는 그늘이 있구나/소동파의 春夜


달빛이 비친 매화를 보니 더욱더 술맛이 깊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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