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4.촛대봉에서---`해 보았느냐?`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9. 13:08

---촛대봉에서 ‘해 보았느냐?’ 

세석대피소에서 촛대봉까지; 0.7Km/ 30분 정도 소요. 

 

지난밤 잠도 설쳤는데  해돋이를 보려고 그 깜깜한 새벽녘에 눈비비고 일어나다니 무슨 지극정성일까?

그것도 5학년고급반 말년 즈음에!

세석대피소를 떠난 것이 아마도 4시 10여분?

새벽 어둠 속을 손전등을 켜고 더듬엉금거리며 촛대봉에 도착한 것이 새벽 4시 40분 쯤?

해돋이 예정시각이 5시12분이라고 하였으니 해돋는 것을 보고 맞이하려면 30여분을 더 기다려야 하였다.

 

촛대봉 위 새벽하늘은 티없이 맑았다.

최근 지난 3일동안 날씨가 좋지않아 해돋이구경을 하지 못했다는데 우린 오늘 해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운이고 축복받은 것이냐!

지난 밤 총총하던 별들은 모두들 어디로 사라져 보이지 않고  별이 둘, 두 별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이것이 새벽샛별인가 ?

저것이 새벽샛별인가! 

5월말이긴 해도 새벽은 새벽이고 더욱이 우리는 높은 산 위에 있지 않은가? 

새벽 찬공기가 만만치 않았다. 

여기저기 옴팍한 곳 바람이 찾지 못할 곳은 모두 둘러 찾아보았지만 그만한 좋은 자리는 없었다. 

그래도 우리 5학년고급반 어른어린이들은 씩씩하였고 추워도 참고 끝내 울지 않았다.

우리는 새벽 찬바람을 그저 몽땅 맞으며 해맞을 마음 준비를 꿋꿋이 해내었다. 

 

이윽고 저멀리 저 산 멀리에서 떠오르는 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님의 '해'가 함께 떠올랐다.

 

무슨 소원을 빌까 

무슨 희망을 품을까 

무슨 일을 한들 즐겁게 하라 하였다. 

살아있는 것이, 산다는 것이 바로 축복이며 가장 큰 축복이라 하였다. 

삶과 죽음이 모두 곧 자연의 한 조각이요 

나와 우주가 바로 같으며 곧 하나요 

누구를 미워하지도 말며 누구를 원망하지도 말 것이요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비우면서 사는 것이 좋다 하였다. 

누군가 소망하였듯이 상식이 흐르고 합리가 숨을 쉬는 사회! 반칙없고 특권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우리 후대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싶은대로 능력껏 하면서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너, 촛대봉에서 해 보았느냐?’ 

‘그래, 나 촛대봉에서 해 보았노라!’ 

차에서 해 보는 것이나 산에서 해 보는 것이 무엇이 크게 다를까?

그래도 설친 잠을 털고일어나 아침 일찍 지리산에서 말갛게 떠오르는 해를 보았으니 우리에겐 정말 행운이었고 또 축복이었다.

우리는 드디어 ‘해 보았다’고 시끌조잘거리며 촛대봉을 떠났다.

천왕봉으로 가는 다음 길목, 다음 목표지점 장터목으로 향하였다. (계속)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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