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여행스케치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9. 10:46

2009.3.28.토.

아침 7시.

교대역 9번 출구앞.

 

철이 일러 벌써 봄이 왔노라 해도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아직 차가웠다.

그래도 해묵은 숙제를 하나 드디어 또 실행하는 것이니 내마음속은 한껏 부풀려 자유로워지고 있었다.

섬진강 매화꽃을 보러 가는 것이었으면 더 좋았을 터인데......

 

이런저런 여행사의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누가 요즘 우리경제를 핵겨울 불황이라 하였는가?

울긋불긋 차림의 여행객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동안 나만 외로이 일속에 파묻혀 딴세상에서 살아왔단 말이더냐?

어느 차를 타야 하는가?

어제 받아본 여행사의 안내문자가 생각되었다.

‘쌍계사벚꽃 11호’라 쓰여진 차를 찾아내어 의기양양하게 올라탔다.

 

45명 정원에 43명!

운전수와 안내직원을 포함하면 만원!

대충빨리 훑어보니 아직 젊거나 조금 낡았거나 여자친구들끼리가 많았다.

나같은 홀애비는 하나도 없었고, 비슷한 또래가 있긴했지만 그것도 가족여행.

어린 딸 둘에 갓난쟁이를 데리고 나온 어느 용감한 젊은부부도 있었다.

여기도 여성상위, 여인천하!

왜 우리사회는 여성들이 더 활달하고 더 활동적일까?

 

여행사 안내직원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하였다.

당당한 젊은여성이었다.

''주말이어서 차량혼잡이 극심할 것이다.''

'' 구례 산수유를 먼저 보고나서 화개장터, 그리고 쌍계사 10리 벚꽃 구경을 한다.''

''인식표를 하나씩 나눠 줄 것이니 각자 가슴팍에 붙여 달라''

 

인식표의 이름은  ‘여행스케치’

누구의 작명 아이디어였을까?

나는 이런식의 어휘차용이 좋다.

진짜 실체의 상업적 여행사가 슬쩍 그 상업성을 숨겨놓고는 시치미 떼듯 순수문학적 능청을 부리고 있잖은가!

가수 '여행스케치'의  노래까지 따라 붙게 하는 네이밍이었다.

나의 해묵은 숙제풀이=여행사'여행스케치'+가수 '여행스케치'의 '산다는 거 다 그런 거 아니겠니?'

 

아하, 

국내맞춤버스여행이란 것이 실상 부딪쳐보니 별거 아니었다.

때때로 또는 아무때나 생각내키면 불러내서 즐기면 될 것이었다.

괜히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뒤로 미뤄둘 까닭이 하나 없었다.

나는 가슴에 여행스케치를 달고 해묵은 숙제 하나 가볍게 풀어가기 시작하였다.

 



거위의 꿈 - 인순이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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