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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5. `잊은 머리`, 기타 연습 빼먹기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7. 23:07

얼마전 어느 날이었다.

퇴근하여 집에 왔더니 우리집마님께서 아니 계셨다.

지금이 몇신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지? 오데를 가셨을꼬??

정통파 두식이넘인 나는 저녁밥이 제때에 내입속으로 들어오지 않을 거 같아 벌써부터  제법 잘생긴 내입이 조금씩 삐져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고대하고 고대하던 우리집마님께서 마침내 집에 돌아오셨다.

 

기다리다입이삐져나온나;(잔뜩 부은입으로) 왜 이제 오는 고얏?

덤덤한울마님; 아니, 오늘 왜 이리 빨리 왔수?

아직도삐진나;(더 심통부리는 소리로)빨리 오다니? 지금이 몇 신데? 

영문모르는울마님;남편두식이넘 오늘 기타연습하는 날이라 좀 더 있다 올려고 했구만....오늘 기타연습하는 날 아닌감?

잊은머리나;앗뿔싸!@#$%^&**&^%$#@ 흐미! 흐미!으윽윽!  

 

쯔쯔쯧. 이런 ‘잊은머리’라니...이제 정말 확실하게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또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오래전  시골의 우리어머님께서는 무엇을 깜빡잊고 말았을때 '내 잊은머리봐야 내 잊은머리! 좀 봐!' 하셨다.)

매주 2번, 월요일과 금요일, 나는 퇴근길에 기타연습을 하는데 그날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평소의 두식이넘 루틴대로 기타교습소에 가지않고 바로 집으로 직진한 것이었다.

두식이넘 체면이 그날 또 구겨지고 있었다.

이래저래 우리집마님의 권세는 더욱 높이 하늘을 또 찌르고 남게 되었다.

 

어느 건망증 남편 이야기가 새삼 떠올랐다.

어느 부부가 영화관에 갔다. 

영화가 끝나고 남편은 주차장으로 차를 가지러 가고 아내는 현관에서 기다렸다.

 

영화관 현관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 아내;왜 아직도 남편이 오지 않는 고야?

벌써 집에 돌아온 남편; 지금이 몇신데 이여편네가 왜 아직도 귀가하지 않은 거쥐? 또 친구들하고 수다떨고 있는구먼...에라이샹 심심하니 연속극이나 보고 있지 뭐.

기다리다 지친 아내; 남편에게 손전화하였더니.. 전원이 꺼져있다는 소리만 들리고...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내 그러나, 또 한편으론 이 양반이 어찌 되었나 걱정도 앞서고.. 일단 집으로 전화해보았다.

 

걱정되는엄마;‘아빠한테 연락 없었냐?’

딸;엉? 아빠 지금 텔레비 보고 계시는데..욧!

엄마;뭐샤@@#$%^%$&@@

 

 

그날 내가 그 얼빠진‘남편’비스무리 하게 되어부러따.

‘잊은머리’ 건망증은 나이들어가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누구는 적당히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 정신건강에 좋다고 하였다.

또 누구는 나이들어 ‘잊은머리’는 신의 섭리라고도 하였다.

 

정신건강에 좋건 신의 섭리이건 이미 잊은머리는 잊어버리고 나는 다음 어느 날 하루 날 잡아 기타 특별연습하러 갈 것이다.

여차저차하고 저차여차해서 지난 월요일 기타연습 빼먹었노라 오늘 보충연습하러 왔노라 뻔뻔하게 웃으면서 말할 것이다.

'잊은머리'두식이넘홧팅!

'잊은머리'어리버리남편넘홧팅!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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