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9. 우리집 둘째아달님(끝)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울마님께 물었다.
나; ‘둘째넘 내심바람 잘 했나뇨?’
울마님; ‘너무 잘 했지요. 너무...호호홋’
우리마님의 말 속에 뭔가 숨어있는 것이어서 다시 또 물었다.
나;‘너무 잘 하였다니??? 무시기 말쌈?’
우리마님; ‘고거시...머시냐.. 긍께...’
11월 22일(토).
그날은 좋은 날인지 내가 인사해야 할 결혼식도 세 군데나 있었다.
가장 허물없는 고교친구에게는 해외출장중임을 양해시키고 그냥 우편환으로...
동호회 친구는 서로 잘아는 사이인 우리마님에게...
마지막 하나는 둘째아달넘에게 맡겼었는데..
둘째가 맡은 곳이 내내 신경쓰였다.
조금 어려운 자리이기도 하고, 특히 결혼식 시각, 12시가 마음에 걸렸다.
토요일 12시 결혼식에 맞추려면, 늦어도 11시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늦지 않을 터인디....
둘째넘의 토요일 습성을 익히 아는 터라 내 걱정이 또 앞서고 있었다.
금요일 밤 실컷 어디서 노다니다가 새벽 어느 때 집에 들어왔는지 줄창 잠을 자는데 일어나는 시각은 '자유', 절대적 자유형.
언제 일어나실 지 그것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2시 이전에 일어나시는 일은 거의 없다. 빨라야 오후 1시 또는 2시경, 어느 경우는 저녁밥을 먹으시오 깨워도 꿈쩍하지
않는 배짱또배짱. 흐미 열불나!
과연 잘 하였을까?
출장 내내 마음에 걸려 있었다.
그러하니 내가 집에 오자마자 어찌 되었는지 물어보지 않을소냐!
우리마님의 요약보고인즉;
그래도 하늘같으신 아바지 심바람이라, 그 신나는 토요일, 그 꿀맛일 아침잠을 떨치고 일어나
결혼식장에 늦지않게 도착은 하였는데, 이를 어찌한담?
어느쪽에 인사를 하는 것이지???? 신부쪽? 신랑쪽?
청첩장을 가지고 가기는 하였는데 겉봉투는 놓아두고 속알맹이만 가져갔다는 것.
청첩장의 그 속알맹이에는 신랑신부와 혼주들 모두의 인적사항만 있을 뿐...
우리 아부지께 누가 청첩장을 보냈는지는 알려주고 있지 않더라는 것.
너무 서둘러서는 아니었고 약도만 참고하면 되었지 까짓것 겉봉투까지 가지고 갈 필요가 있나 하였는데...
그러나...현장에 도착하여 보니...@@@@@@@@@@
이를 어찌 다스려야 할 것인가, 시방!
둘째는 불이야불이야 출장중이신 아바지께 손전화를 하였으나 국제로밍이 잘못 되었는지 '뚜뚜뚜' 우주소리만 들리고 불통,
그래서 또 불이야 사랑하는 엄니께 전화하였으나 우리마님께서도 다른 결혼식장에 나와있으니..집에 얌전히 계시는 청첩장봉투에 쓰여있을 청
첩장 보내신 분 성함을, 천하의 울마님이라고 바로 알 수 있으리.
당근..빨리 집에 돌아가서 알려주는 수 밖에 없구나 할 수밖에..
난감한 경우의 상황에 처하게 된 우리의 사랑하는 둘째녀석 생각하기를;
처음에는 신부쪽과 신랑쪽 모두에게 넙죽 인사하고 아부지 이름함자를 말씀드리고나서 혹시 우리아버님 아시는지요? 물어볼까하다가 조금 거
시기할 거같아..
잠시잠간 궁리궁리끝에 내린 결론은;
어머님께서 가능한한 빨리 집으로 가신다하셨고...지금 당장 결혼식 끝나고 특별히 달리 할 일도 없는 것이니 일단 시간을 벌어두자!
결혼식을 어찌하는지 미리 보아도 둘겸, 결혼식에 참석, 식사까지 천천히 끝낸 다음...집에 돌아오신 어무니께 전화하였더니..신랑쪽에 인사하
면 된다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또 있었다는 것.
이미 모든 행사는 끝이나 축의금 접수를 어떻게 해야할지 망막할 뿐이었다는 것.
그러나, 누구 아달넘인가!
생각해보니 길이 보이더라는 것.
결혼식도 끝나고 패백도 끝나고 이제 마지막 식사하는 자리에 계시는 신랑측가족을 찾아가서 신랑아부지를 불러내어..나로 말할 것같으면 우
리아부지 누구누구의 둘째로서 오늘 우리아부지는 해외출장중이시라..부득이 제가 심부름왔으며..접수창구에 제때에 접수하지못하고 이제야
인사드리게 되었으니 널리 양해해주시옵소서 하였다는 거지여따.
애비 불찰인가?
아들 불찰인가?
아니면...........?????
울마님으로부터 그날의 자초지종을 듣고는 나는 실없이 실컷 웃고 말았다.
흐흐흐흐흐흐훟훗훗
장거리 해외출장끝 고단함이 일순에 사라지고 말았다.
항상 화젯거리를 만들어 몰고 다니는 잘난 아들둔 덕분이었다.이솽.출장보고끝. 그동안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