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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존 신지애/한겨레++Without you, Imagine, Heaven등 팝송 한보따리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3. 16:18

[유레카] 지존 신지애 / 정영무 

영국 엘리자베스 1세는 이복 언니 메리 1세의 치세 동안 런던탑에 갇히는 등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극적으로 여왕에 등극한다. 처참한 상황에서도 그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고 생존만이 곧 승리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왕이 된 뒤에도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했던 이들에게 곧장 칼을 치켜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지속 가능한 권위를 갖고자 노력했고,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로 나아갔다. 구교와 신교의 갈등으로 분열된 영국을 통합시키는 과제에 먼저 매달렸다. 그리고 대서양 제해권을 두고 벌인 전쟁에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함으로써 대영제국 융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토런스 교수는 “최고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순간은 여성의 감수성과 남성의 강인함이 결합될 때”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1세는 연민, 동정, 인내, 경청의 태도 등 여성적 특성과 동시에, 대담하고 결단력 있고 야심 찬 남성적 특징까지 고루 갖추고 있었다. 유연함과 강인함이 결합된 리더십은 엘리자베스와 영국을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 에이디티 챔피언십에서 ‘파이널 퀸’이란 별명답게 역전 우승한 신지애는 ‘똑바로 멀리 치는’ 솜씨에서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듣는다. 강인한 체력에 섬세한 샷 감각이 156㎝의 작은 키에도 컴퓨터 샷을 뿜어내는 비결이다. 그런데 골프는 정신력 게임이라고 한다. 전혀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과, 툭툭 털어버리고 다음 홀로 가는 해맑음이 남다르다. 브리티시오픈 마지막 홀에서 캐디 딘 허든은 ‘갤러리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는 신지애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가혹한 시련과 정신훈련을 이겨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그 바탕을 이루는 지존의 진정한 힘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절묘한 결합인 듯하다. 최고의 리더십이자 위기관리 능력이기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일 것이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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