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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백수연습(4)....무작정떠나기연습/덕유산에서(1)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3. 13:43
2008.9.11.목. 백수연습(4)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더 늦기전에 아무데나 떠나라’
‘그냥 무작정 마음닿는대로 떠나라!’

‘적어놔 적어놔 적어놔’
울마님의 채근에 그동안 수없이도 적어두게 했었던 것 중 하나 ‘무주’
그 무주로 2박3일!
우리는 말로만 듣던 그 구천동계곡을 탐방하고 또 덕유산을 오르리라!얏호!

무슨 꼭지가 돌았는지 우리는 여름휴가 내지는 추석연휴까지 겸해서 무작정 ‘무주’로 떠나기로 하였다..
1타2매 아니 1타 3매가 더 적확한 표현일까.
묵혀두었던 숙제하나까지를 더 해결하게 되었으니 대단한 몰아치기며.....
백수연습중 무작정떠나기 연습치고는 대단한 시작이었다.

마님께서 손수운전해주시는 차안에서는
우리의 그 비틀즈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Yesterday
Hey Jude
Let it be
오블라디 오블라다....
우리는 추억여행을 떠나는 것인가?
언제 들어도 비틀즈의 노래는 그 시절 그 멋, 그 추억 그 맛을 아련히 되돌려주는 마력이 있었다.

무주아이씨로 들어와 한참을 우회하니
이윽고 나제통문
구천동 33경중 제1경.
설천교다리
무주군 설천면 두길리 신두마을과 무풍면 소천리 이남마을
암석을 뚫어만든 통일문
나제통문을 경계로 풍속과 말이 다르다.
오늘의 나제통문을 보니
옛 백제와 신라가 동네개구쟁이아이들의 병정놀이 하였구나 싶었다.

나제통문에서 조금 더가니 곧 무주리조트.
오후 2시경
9시경 서초동 집을 나서 중간에 주유도 하고
오는길에 구천동 제1경인 ‘나제통문’에서 사진도 찍고
또 점심도 하였으니 이곳까지 오는데 넉넉히 3시간 소요.

우리여행의 간단한 원칙 하나!
모든 일정계획은 출발 전 대강 추리고
구체적 실행계획은 현지에 도착하여 재구성하되
현지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꿔도 좋다 또는 바꿔야한다.

언제 어디로 떠날지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미리미리 챙기는 것은 마음내키는대로 발길닿는대로의 ‘자유여행’에 거슬리는 것.
‘자유여행’으로 포장해서 이것저것 챙기는 귀찮음에서도 쉽게 도망가고...
또 게을러 터져있는 천성을 방어할 수도 있고...
특히 세밀히 따지다가는 여행자체가 시들해져 사라져버릴 위험까지 피할 수 있을 것이니...
이 어찌 좋은 원칙이 아닐 수 있으랴!

오는 길에 나제통문을 보고 왔으니
오늘 오후에는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거기서 덕유산 최정상 향적봉까지 올라
덕유산의 대강을 훑어보고
내일(9.12)과 모레(9.13)는 그때그때보자.

곤도라로 설천봉(해발 1530미터)까지는 20여분소요.
오르내리며 보이는 경치가 왠지 껄쩍지근하였다.
자연경관을 훼손시키고 곤도라를 운행하는 것이어서인지
눈이 아직없는 스키장 슬로프는 상처 크게난 흉터!
이발을 제대로 하지않은 우리의 어린시절 머리가 이렇다할까
저멀리 보이는 푸릇푸릇한 산세하고는 동떨어지게 여간 정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덕유산정상 향적봉까지는 도보로 20여분.
구상나무와 주목.
고산지대에 군락을 형성하여 자란다는데 이곳에도 자주 우리눈에 띄었다.
이윽고
향적봉
덕유산 최정상
해발 1614미터.

오른쪽으로는 대둔산, 계룡산 그리고 적상산
왼쪽으로는 지리산 천왕봉, 황매산 그리고 가야산까지
그러나 오늘은 날이 흐려 시야가 전혀 트이지 않고
산안개 또는 구름부스러기들이 흩어져 쏟아들어오고 있었다.
써늘한 찬기운이 살갗으로 파고들어 우리가 고산지대에 올라있음을 알려주었다.
한 젊은여성이 씩씩하게 내려오고 있었다.
또 젊은여성이....
몇 년전 동유럽여행때 가는곳마다 배낭여행을 하는 우리의 젊은여성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때 울마님왈; 우리나라 좋은나라! 젊은 여성들이 씩씩하고 활기차서 크게 될 나라 아니겠느냐!!’하였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우리의 여성들은 이곳 덕유산에서도 남성들을 뛰어넘는 역동성을 보여주고있었다.

키낮은 대나무(조릿대)
키큰 주목도 자주 보였다.
주목과 비슷한 구상나무도 또 많았다.
구상나무 위에는 서울대 임학과생 둘이 올라가 무엇을 공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좋은나라 ‘남이 뭐라해도 내좋아하는 일하는 젊은이들 있으니 정말 크게 될 나라 아닐까?’
'You aer here!'
향적봉에 와있다는 현위치 표시인데
가끔 난데없이 지나가는 비행기소리가 흩으려놓은 것일까
우리의 국립공원공원 관리수준일까
영어안내판이 틀린글자 찾아내기 문제를 내고 있었다.
그래
‘We are here!'
덕유산 향적봉!
왔노라!
보았노라!
느꼈노라!

우리는 곤도라운행 마감시각 오후 4시30분에 맞추어
다시 설천봉으로 내려왔다.
국립덕유산 관리직원과 환담 여러 가지
나무찾기 꽃찾기 도감

아직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이른시각 오후 5시경.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할까?
구천동계곡을 탐방하기도 적상산을 오르기도 어중간하니
메스콤에 이름난 ‘반딧불이공원’으로 가자.

서두르다가 길을 잘못들어서고
또 종합판단하지못하는 네비게이션 덕에
무주를 돌고돌아서
반딧불이공원을 찾아갔더니
5시30분 공식관람마감시각이 지났으니
다음에 오시라!
어허 몇분차이로 반딧불이님을 뵙지못하고 돌아서야하였다.
반딧불이님께서는 암실에 계시므로 아무나 아무 때 보여드릴수 없다하니
다른도리가 없었다.
다음 언제 우리손자 성준이 데리고 와야할까?

그런데 왜 ‘반디랜드’일까?
반디마을이라는 예쁜이름도 있고 또 반디고을이라는 좋은 이름이 있는데....
이곳도 서울아파트이름처럼 어려운 영어를 써서 우리 시골노인네들이 찾아오기 힘들게 하는 것일까?
우리공무원들께 우리말쓰기의 기본은 아예 없는 것인가?
무작정 떠나온 자유여행 와서까지 또 삐딱질문공세를 펴는 나를 보고는
우리마님 힐눈힐눈거리시며 가라사대,'제발 남이 하는대로 그냥 보고 또 모른체하라고 하시는데...
자유여행은 자유여행이지만...
또 거기서 보고 느낀 것을 보고 느낀대로 말하는 것 또한 자유 아닐것인지요?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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