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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0. 20:42

[책읽는 경향]부산에서-연금술사
입력: 2008년 02월 28일 18:26:45

‘세상으로부터 사라질 것들에 집착하지 말라.’
2007년 4월 나는 지하철을 타고 새벽을 달렸다.
이 세상의 모든 슬픔과 고뇌를 날리고 싶었다.
가족과 지인의 죽음, 그리고 극심한 우울증까지 다가와 있었다.
지하철 안은 조용하고 따듯해 마치 텅 빈 욕탕의 물속에 잠긴 느낌이었다.
아마도 태내에 있을 때도 이와 같았으리라.

병풍 앞의 찬란한 생(生)과 병풍 뒤의 심오한 사(死)를 넘나들며 처음으로 존재의 무상함을 느끼는 자유를 누렸다.
그 무상함은 존재의 가치를 불렀고 존재의 가치는 나의 참된 운명을 깨닫게 해주었다.
참된 운명, 즉 자아의 신화로 사는 것을 진정한 연금술이라고 말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우주의 언어로 내 영혼을 일깨웠다.
‘만일 그대가 찾은 것이 순수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것은 결코 썩지 않고 영원할 것이네.’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이 한 권의 책에서 받았다.
모든 우주 만물이 진화하듯 삶의 시간들 또한 진화의 연속인 듯하다.
‘연금술사’의 산티아고가 치렀던 모험만큼 이 생에서 자아의 신화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본다.
그날 새벽을 질주하던 지하철은 이탈하지 않고 무사히 내 안의 우주로 돌아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쩌면 나의 삶은 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삶이 아니었던가!
“당신의 일이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불가능에 도전하라!”는 말을 떠올리며 산티아고의 용기와 사랑을 불러본다.

〈 이정형| 2008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 전시감독 〉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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