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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데미안/헤르만헷세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0. 20:26

[책읽기365]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입력: 2007년 12월 13일 18:34:38

그저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철’이 든다는 말만 따져 봐도 알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 한 사람의 성인으로 인정받으려면 계절의 순환을 알고, 거기에 따르는 노동을 감당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철이 든 존재, 어른으로 대우 받게 된다. 다른 사회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동을 통하여 세계의 일부로 편입해 들어가야 그에게 비로소 어른 자격이 주어진다.



요즘 한국의 현실을 보면 어른 되기가 참으로 어렵게만 보인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했을 때 처음 받게 될 월급의 평균이 88만원이라고 한다. 그 돈으로는 생활을 꾸려나가기가 어려우니 부모의 그늘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어질수록 어른으로서 살아나가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현실 위에서 나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민음사)을 읽는다. ‘데미안’에는 아이의 어른 되기, 그 어려움과 과정이 신화적인 무의식에 근거하여 흥미롭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라는 널리 알려진 문장은 이를 집약하고 있다. 새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아이는 부모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만 한다. 비록 바깥 세계에서는 그런 길을 찾기가 어렵지만,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그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성찰에 근거한 여유를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인간은 조급함 속에서 길을 잃고는 한다. 그러니 급할 때일수록 멀리 보고 크게 호흡해야 할 것이다.

〈홍기돈 문학평론가〉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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