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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짓날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8. 22:32

2005.12.22.목. 오늘은 동짓날.

년 중 밤이 가장 오래 가는 날.
해가 이제는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
동짓날 한 허리를 잘라내어 이불깃 어디 꼭꼭 쟁이고 숨겨두었다가 우리 고운님 그리운 님 오시면 긴요하게 꺼내어 쓰고 싶어하게 하는 날.
어릴 적 동지팥죽 새알을 먹으면서 복을 빌었던 날.
동생과 함께 엄마 몰래 장독대에 팥죽을 숨겨놓고 나중에 두고두고 먹고 싶어하였던 날.
내 추억 속 동짓날은 당연히 눈이 소복하게 내렸고 식은 팥죽과 시원한 싱건지국물은 끝내게 어울려 즐거운 날.
오늘은 몹시 추운 날.

나는 벌써 옛시골로 내려간다.
거기는 지금 눈이 소복소복 오고 수북수북 쌓인다.
동지팥죽 끓이는 우리집 시골 부엌은 부산하고 굴뚝의 희뿌연 연기는 겨울하늘을 따라 오른다.
나는 동생과 함께 강아지와 함께 그냥 바쁘고 즐겁다.
나는 참다못해 김칫국물을 먼저 마신다.
우리 시골집은 끝없이 한가롭고 평화롭다.
나는 그 곳에서 마냥 철없이 뛰어논다.
동지팥죽을 먹고싶은데 그 잘하는 곳은 줄을 길게 오래 서야하므로 싫다.
춥기도하고 어찌할 것인가?
그 새알을 먹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야할 터인디,쩝쩝접.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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