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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8. 22:27
우리사회의 판단기준은 왜 하나같이 똑같아야 하며 획일적인가?
농구선수를 뽑는 기준과 축구선수를 뽑는 기준은 당연히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왜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개성들이 자연스레 창조적 발현이 되도록 도와주지 못하고, 오히려 획일적 기준으로 한 틀 속으로 묶어두려고 하는가?
모든 걸 표면적 성적순으로 또는 컴퓨터의 무개성 선택으로 우리들의 운명을 떠맡기며 좋아하는가?
우리사회는 아직도 ‘프루크루스테스의 침대’에서 허우적대며 뛰쳐나올 생각을 아직도 하지 못하고 있는가?


우리집 둘째의 'mmm' 입성은 우리 부부에게는 생각지 않았던 망외의 소득, 하늘이 우리게 준 또 다른 ’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생각한다.
뜻밖의 고개에서 마주친 또 다른 행운, 어찌 내가 까불며 건방떨며 다닐 수 있단 말인가.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이라.
애비가 하지 못했던 공부를 더 해주었으면 하였지만 평양감사도 하고싶어야 하는 것, 직장생활을 우선 해봐야겠다 하니 이 또한 감지덕지해야할 뿐이었다.

학점은 바닥을 기고, 그 흔한 외국연수경험도 없으며, 심지어 운전면허도 없는, 쓸만한 유자격은 없고 온통 무자격 투성이, 엉뚱하고 엉성하며 어설프기만 한 녀석이 첫 출근을 하는 것이었으니,
12월 1일,
12월의 초하룻날은 우리집 역사에 기록하여야 할 날이었다.

우리의 운명은 예정되어 있는가?
나는 나이들면서 자주 자문하곤 한다.
‘예정되어 있다’. 자신이 모르는 어떤 예정된 나의 운명이 있는 것이라고 나는 자답하곤 한다.
다만, 어느 예정된 길을 어떻게 잘 가느냐 못 가느냐는 그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
그런데, 때로는, 예정된 길이라도 자신의 절실한 의지에 따라 그 예정된 길이 방향을 바꾸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라고 나는 생각하기도 한다.

국내굴지의 회사들이 받아주지 않고, 미국의 전통적인 회사가 받아준 그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왜 하필이면 한국회사가 아니고 미국회사인가? (제국주의적 미국은 싫기만한데 아들을 받아준 미국회사는 좋아보이니 이 변덕을 어찌할꼬?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해도, 나도 어쩔 수 없는 소시민 아닌가!)

그는 이미 예정된 자신의 운명의 길로 들어선 것인가?
그는 자신의 의지로 예정된 그의 길을 훌륭하게 잘 갈 것인가, 나아가 예정된 길까지도 방향을 바꾸게 할 것인가?
시작의 나팔소리는 울려 펴졌다.
어찌 할 것인가는 모두 그의 몫일 뿐, 그가 할 일은 운명과 함께 부대끼며 함께 고민하며 함께 즐거워하는 것일 뿐이다.
그의 인생 곳곳에서 만날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도, 이 시작처럼 열심히 부딪치다가 어떤 길이 나오면 이를 그의 예정된 운명으로 받아들여 또 열심히 살아가면 좋을 것이다.

'운명아, 거기 기다려라. 내가 나의 길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니.' 하며 우리 둘째가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였으면 싶다.
때로는 넘어지고 깨진다 해도 또 훌훌 털고 일어나서 또 그의 길을 담담하게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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