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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새내기(3)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8. 22:25
세수는 언제 어떻게 제비처럼 빨랐고, 아침밥은 언제 후다닥 해치웠는지 군대를 가기는 갔다온 모양이었다.
멀쑥하게 차려입은 양복이 제법 그럴듯하게 보였다.
그동안 면접시험본다고 어설프게 입고 왔다갔다 하더니 이제 넥타이와 신사복 정장이 어울려들었다. 옷이 날개라더니 정말 날아갈 듯 그럴 듯 해보였다.

아, 내가 그동안 뛰고 돌아다녔던 곳에서 이제 나는 퇴장을 준비해야 하고 나의 2세가 이제 그곳으로 입장을 하는 것이구나 싶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어쩐지 멋쩍고 허전하기도 하였다.
한 세대가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년이라더니, 내가 한해 휴학을 하고 3년 군대를 갖다와서 동기들보다 1년 늦게 77년 늦가을에 시작하였으니 꼭 28년의 터울, 세월은 그렇게 쏜 살같이 흘러간 것이었다.

‘8시까지 출근하여야 한다더니, 여의도까지 1시간만에 갈 수 있는 거야?’
첫날부터 지각을 하지 않을까 조바심내며 다그치는 에미를 뒤로 하고 녀석은 훌쩍 출근을 하였다.
‘아이고,워메, 이를 워쩐다냐? 밖에 비가 오네, 비가 제법 와, 우산도 가지고 가지 않았는데......’
허둥거리며 어쩔 줄 모르는 집사람, 그러나 녀석은 벌써 저멀리 날아갔는지 아무리 휴대폰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비를 맞지는 않았는지, 제시간에 여의도 회사에 도착했는지, 엄벙덤벙대지는 않는지, 집사람은 모처럼 자식 걱정하는 어미가 되었지만 그 실은 흐뭇함 하나에 또 즐거움 하나 더하고 그리고 또 설레임까지 하나 더 받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낙이 되었을 것이었다.
자식이 커서 첫 직장에 첫 출근하는 것을 보는 모든 어미들의 마음이 그럴 것이었다.

‘야아, 내가 이 나이되어서까지 다시 시집살이 하는구나, 시집살이를 다시 해’
‘하늘같은 서방놈 뒷바라지 졸업을 이제 막 끝내나 했더니, 이제는 자식놈들 뒷바라지를 새벽같이 해야하다니, 하이고 내 신세야, 촌뇬 신세가 그러면 그렇지 별 수 있남?’
마누라의 푸념을 귓가로 들으면서도 나도 그냥 덩달아 기분이 ‘나이스’가 되었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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