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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걸어서 하늘까지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7. 23:34
2006.9.12.화.아침 출근길
걸어서 지하철역까지.
계절은 완연하게 가을,
긴팔을 입고 웃옷을 걸치길 잘했다 싶다.

걸으면 땀이 철철 넘쳐,
감히 걷지를 못하고 마을버스를 이용했던
올 여름 내내, 지독하게 더웠다.
그 여름이 벌써 지난 세월 속으로 가고,
이제 살짝 쌀랑하기까지하니,
인간이라면 변덕스럽다 해야 할 것.

‘걸어서 하늘까지’
어느 멜로영화가 있었는데..........
걸어서 전철역까지라도 가도록 하면서 ‘하늘’을 보자.

인간은 걸어다녀야 하는 동물.
걸으면서 보이는 사물이 가장 아름답다 하였다.
걸으면서 인간의 눈높이로 보는 것이 가장 인간에 어울린다는 것,
즉 가장 자연적이라는 것 아닐까.

차 속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
그 속에서 무엇을 느낀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냥 바라볼 뿐인 것을.
더군다나, 손수운전을 하면서 또 자동차의 속도에 맞추어 봐야 하는 것이니,
제대로 들여다보일 것인가.
도대체 기계의 속도에 어찌 인간이 따라갈 수 있을 것인가.
인간됨을 잊어버리고 그냥 기계적으로 흘러갈 뿐, 무슨 인간의 생각이 있을 것인가.

걸으면서 자신의 눈높이로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의 시작.
우리들은 이 간단한 삶의 지혜를 잊고 살지 않은가.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 가까이 아주 가까이 있으며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오늘아침 늦으막한 출근길,
걸으면서 전철까지,
토박타박 걸으면서,
내 눈높이를 따라 들어오는 계절의 흐름을 느끼면서,
계절이 바뀌는 세월의 변덕을 탓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오랜만에 내 눈높이로 들어오는 세상을 맞이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아침을 맞는다.
‘걸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사물이 가장 아름답다’

----'걸어들 다녀보랑께'/횡설수설 박통.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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