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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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7. 22:12
66.최후까지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살아가는 목적은 저마다 다른 것이므로 타인에게 뭐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락사를 거부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최후까지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최후의 한 순간에 그 사람이 살아온 의미의 해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을 도중에 빼앗아버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67.노년을 특수하거나 고립된 상황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인간의 일생을(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하나의 시간의 경과로 보지 않고, 어떤 시기만을 별개로 집어내어 문제를 삼는다면 무능한 노인이 참혹한 취급을 받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인간의 일생에서 성장기가 필요하듯이 인간 정신의 완결을 위해서 조락의 시기도 또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 불완전성과 벗어나고 싶은 고통을 모든 인간이 실감할 수 있는 구조가 다름아닌 노년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인간으로서 남과 같이 고뇌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조락이란 오히려 인간에 대한 사랑이기조차 한 것이다.

68.장기 기증등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남기는 방법도 고려한다.
해부용으로 사체를 기증해도 좋고, 부분 장기 기증을 해도 좋다.
그것으로 뒤에 남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최고의 영예이다.

69.자신의 죽음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도록 노력한다.
돈, 지위, 이름 등을 남기라는 것이 아니다. 온 힘을 다해서 열심히 살고 죽었다는 실감을 자식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노인들에게 주어진 의무 또한 빨리 죽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수명을 다하는 것이다.
70세를 넘으면 언제 죽어도 좋으므로, 만일 내가 죽으면 ‘술마시고 노래를 불러달라, 장례식을 치를 때 누구도 울어서는 안된다’ 라고 유언하는 사람도 있다.
전력을 다해서 살아왔고 나의 삶과 온 힘을 다해 싸워왔으므로 여한은 없다는 정도가 된다면, 죽더라도 살아남은 사람에게 상쾌한 기분을 남겨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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