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우리의 상숙 `우상`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7. 16:27
2005.8.26.금.
내가 좋아하는 비가 오셨다.
유별나게 무덥기만 하던 더위가 한풀 넉넉하게 꺾이고 말 것이란 생각도 들고, 비가 제법 그럴듯하게 쏟아지니 기분이 더 없이 좋았다.
이제는 잠을 설쳐서 중간에 깨는 일은 없을 것이려니, 그 찜찜하기만 하던 열대야가 더 이상 없으려니, 얼마나 좋은가.
이제는 소슬바람 솔솔 가을이 다가오고 있으니 또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좋고 신나는 일이 또 생겼다.
우리의 상숙 ‘우상’에게서 전화가 온 것.
좋은 일은 홀로 다니지 않고 여럿이 떼 몰려다니는 모양이다.
화불단행이 아니라 복불단행인가.

우리들 친구들중 몇몇은 문명의 이기 ‘전화’의 기능을 단 하나밖에 모른다.
전화란 전화를 하기도 하고 전화를 받기도 하는 것인데, 오직 받는 기능만 있는 것으로 아는 친구가 몇몇 있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전화하지 않으면 절대로 전화하지 않는 무식쟁이겸 무심탱이들인데, 그러다보니 일년 내내 몇 통화 정도 할까. 그러니 무슨 소통이 될 것이며 이게 무슨 친구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방.
(너도 크게 소리치며 몇몇 친구 나무랄 일 하나도 없을껄. 얼마전까지만해도 너야말로 그 몇몇중에서도 아마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푼수였으니깐, 동네방네 소리치며 떠들일은 아니지 않을까.)

그 몇몇 중의 하나가 우리의 상숙 ‘우상’
그 ‘우상’께옵서 친히 먼저 ‘존나’를 주셨다.
조금 보태서 나는 놀라 자빠졌다가 간신히 추슬러 일어났다.
단순히 전화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도 언제, 아니, 다음 산행에 꼭 참석할 것이며 또 산행 후 하산식의 음식과 술은 자기외 어느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는 신신당부와 함께. 이 어찌 놀라우면서 또 즐겁고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유붕자원방래하니 불역열호라, 친구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어찌 반갑고 기쁘지 아니한가 하였던데, 친구 있느나마나 전화한통없으니 무슨 친구며 무슨 재미인가 하였더니, 오늘 비로소 친구있어 하지않던 전화까지 해주니 이 얼마나 반갑고 기쁘지 아니한가, 거기에 또 산에도 간다하고 술까지 대접한다하니 정말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하는 시정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이라, 즐겁고 또 즐거운 일이었다.

욕심많은 나, 거기에 한 술을 떠 떴더라.
그러지 말고 ‘우상’아, 너 다음카페에 들어와 ‘68 기러기’를 치고, 회원등록을 하고나서, 이 기쁜 소식을 어쩌고 저쩌고 올리면 좋을틴디 하였는데, 우리의 ‘우상’은 허허허 그 사람좋은 웃음으로 그렇게 한다더니 아직껏 소식이 없으니, 이것은 기쁘지 않고 즐겁지 않도다.
카페에 들어와 간단히 인사 한마디하면 좋으련만,
전화란 거는 것인줄도 잘 몰랐으니, 친구들 특히 여자친구들 전화번호를 알기나 하겠는가, 어찌 지난번 고마웠다는 인사를 할 것인지, 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시작하였던 것지였따ㅑ.

어찌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엉금엉금 다음카페에 다가가서, 더듬더듬 ‘68 기러기’를 찾아서, 토닥토닥 독수리 타법으로 ‘글쓰기’하기가 쉬울 것인가, 내가 나만 좋자고 너무 어려운 숙제를 주었음이니, 언젠가 다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대신, 내가 우리의 상숙 ‘우상’ 대신에 이렇게 주절주절 쓰는 수밖에.
‘여러 기러기 친구들 덕분에 어머님을 고향땅에 편안하게 잘 모셨습니다. 다음 산행은 꼭 저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산행 후 뒷풀이는 조촐하지만 제가 모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번 감사했습니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슬슬, 우리 언제 또 만나불까요?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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