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곤도르`에서/어떻게 자신을 보느냐?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5. 14:46
2005.5.7.(3)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어떻게 자신을 보느냐

우여곡절 끝, 참깨 주산단지의 하나인 소도시 ‘곤도르’에 도착하였다.
다음 일요일 실시되는 총선유세 군중 때문에 자칫 비행기를 놓칠 뻔하였는데 하늘이 도왔을 것이었다.
농산물 산지를 다니는 특성상 비행기로 접근하는 여건이 언제나 모자라고 빈약하다. 운행되는 비행기도 최신식이 아닌 최구식에 소형일 수밖에 없다. 결항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지연발착은 우리들 밥먹듯 하여 빠듯하게 출장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나를 곤혹스럽게 하곤 한다. 항상 불안반걱정반을 싣고 가게 되고 다만 새로운 것,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까스로 이를 상쇄해야 한다. 이번 에티오피아의 참깨 주산지의 하나인 ‘곤도르’도 수단, 베트남 또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등 다른 나라들의 농산물산지를 갈 때처럼 비행하던 한 시간 내내 조마조마 하였다.

산꼭대기에 자리잡은 호텔은 우리 시골의 여관수준. 찌는듯한 공항의 더위는 없고 마침 견딜만 하였다. 이곳 곤도르는 해발 삼사백미터, 해발 이삼천미터의 아디스아바바와는 달리 무척 더웠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30여분은 내가 고대에서 현대를 왔다갔다 하는 양, 온갖 것들이 도로 위를 왔다갔다 하였다.
말이 끄는 수레, 결혼하객들을 실어나르는 버스같은 택시 그리고 지팡이를 들고 겉옷을 허름하게 걸치고 양떼를 몰고가는, 꼭 모세같은 젊은이들. 신기하게 전개되는 거리의 풍경들을 서투른 솜씨로 디카에 담았다.
내가 50년전 세계에 와있는가 100년전 세계에 와있는가 아니면 기원전 세계에 와있단 말인가. 이곳은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는 듯 하였다.
그런데 도로는 흙길이 아니고 허술하기 짝이 없어도 포장도로였다. 마차가 흐물흐물 흐르고 목동들이 그들의 양떼들과 하염없이 시름없이 걷고 있고, 그 사이를 우리의 승용차가 비집고 들어가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고대와 현대가 함께 가는 ‘퓨전’ 아닐까.
이를 디카에 담고있는 나를 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부러울까 아니면 별놈이 왔네 할까?

‘’What matters most is how you see yourself.‘’
허름한 정선공장 사무실 벽이 나에게 한마디 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 허름한 공장 사무실 벽이 나에게 한마디 따끔하게 하는 것이었다.
Dr.Mussie는 이름을 모세와 야곱에서 따왔다고 하더니, 저 구절이 어디 성경귀절인지 또는 황금율에서 따왔을까, 모르겠으나 어디서 본 듯한, 아마도 어디서일까? 고3 정통영어였을지?
노자와 장자만 선문답을 하나 하였더니, 이 벽지 시골공장에서도 알듯말 듯, 나에게 선문답을 하고 있었다. ‘세상은 네자신 하기나름으로 무엇이든 중요하기도 하고 아니하기도 하다?’
버릇대로 내버전으로 비약도 해보았다.

‘어떻게 보긴? 맨날 허둥지둥 벌뚝팔딱거리는 꼴을 보지.........’, 이런 시골 공장 구석에 어울리지 않으며 생뚱맞게 버티고 있는 액자에 속으로 빈정대 보았다.
그래도 마음 속으론 ‘어떻게 살아야 어떻게 내 자신을 보아야 잘 하는 것이지? 이제껏 잘 해왔을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옳은가?’ 잠시 자문해 보기도 하였다.

윙윙거리는 기계의 소음 속에서 먼지를 가득 둘러쓰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확인하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로 냉방도 되지 않는 고물 승용차를 따라 그 시골여관같은 호텔에 몸을 팽개쳤다.

저녁식사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이곳 현지음식은 입이 짧은 내가 소화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고 양식도 좋지 않고, 무엇을 먹을까?
손님맞이 접대라는 것도 곳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되었다.
동행한 Dr.Mussie 는 저녁에 이곳 농부들과 약속이 잡혀있다면서 나를 혼자 호텔에 남겨두고 사라져 버렸으니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문화의 차이라고 해야지.
소위 ‘바이어’이며 멀리 한국에서 왔는데, 이럴 수가............................?????????

‘노프로블렘. 네버마인.’
영어를 잘 하면, 야 짜샤야 이러면 안되는 거 아냐, 어쩌구 저쩌구 하면 좋으련만 나는 혼자 있게 놓아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할 뿐, 단지 저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만 걱정할 뿐이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떻게 저녁을 할 것인가, 아주 평범하고 단순한, 아주 원초적 욕구 ‘식욕’처리를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What matters most is how you see yourself'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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